마취 없이 돼지 거세·꼬리 자르기… "공장식 축산 개선해야"

입력
2021.11.16 17:31
수정
2021.11.1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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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시민·양돈농가 설문
시민 10명 중 9명 "공장식 축산 축소해야 한다"
양돈농가 60% "동물복지축산농장 전환 의향있다"

편집자주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분야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 온 기자가 만든 '애니로그'는 애니멀(동물)과 블로그∙브이로그를 합친 말로 소외되어 온 동물들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심도있게 전달합니다.

시민들은 복지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동물로 돼지를 꼽았다. 픽사베이

시민들은 복지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 동물로 돼지를 꼽았다. 픽사베이

국민 10명 중 9명은 공장식 축산 축소에 찬성하고, 농장동물의 복지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농장동물 사육환경에 대한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응답도 10명 중 9명에 달해 정부가 시민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5월 7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7.2%가 공장식 축산을 단계적으로 개선해 나가거나 종식시켜야 한다고 답했다. 또 '농장동물 복지를 지금보다 향상시켜야 한다'는 응답도 90%에 달했다. 반면 '농장동물의 복지 수준이 이전보다 향상되었다'는 답은 56.7%에 그쳤다.

엄마 돼지는 스톨이라 불리는 작은 틀 안에서 갇혀 새끼를 낳는다. 어웨어 제공

엄마 돼지는 스톨이라 불리는 작은 틀 안에서 갇혀 새끼를 낳는다. 어웨어 제공

농장동물 중 사육환경 등 복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축종은 돼지가 80.6%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소(71.7%), 산란계(68.8%), 육계(67.6%), 젖소(54%), 오리(43.6%), 염소(36.6%) 등 순이었다.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은 반면, 실제 공장식 축산에서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관행 등 사육환경에 대한 인식수준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49.8%가 돼지 스톨 사육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스톨이란 엄마 돼지가 새끼를 임신하고 수유하는 동안 갇혀 사는 철제 우리다. 또 응답자 절반 이상이 무마취 '거세', '꼬리자르기' 등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닭을 가두어 사육하는 철망 우리 '배터리케이지'에 대해 들어 보았거나 알고 있다는 응답은 47.2%에 그쳤다.

시민 10명 중 9명이 공장식 축산 축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어웨어 제공

시민 10명 중 9명이 공장식 축산 축소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어웨어 제공

농장동물의 사육환경에 대해 소비자에게 보다 많은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은 95.8%로 나타났다. 스톨에 대한 인식은 낮았지만 스톨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자 스톨 사육 기간이 감소하면 엄마 돼지의 복지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답은 90.2%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가축전염병이 우려된다는 응답 비율은 97.3%로 나타난 반면, 공장식 축산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 비율 79.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내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달걀 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쇼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월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 내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달걀 코너에서 한 소비자가 쇼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달걀 사육환경 표시제에 대해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 있다'고 답한 응답은 68.1%, 달걀 구매 시 사육환경 표시를 확인한다는 응답은 36.1%였다. 또 응답자의 91.6%가 동물복지 인증 축산물 구매를 위해 추가비용을 부담할 의향이 있고, 91.8%는 가공식품 구매 시 동물복지 기준이 높은 축산물을 사용하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한편 농장동물의 건강, 복지 등 인도적인 관리에 책임을 져야 할 주체를 묻는 문항에는 '생산자'라는 응답이 79.0%로 가장 많았고, '정부'(62.4%), '유통업자'(46.1%), '판매자'(42.8%), '소비자'(33.8%), '가공식품업체'(33.0%)가 뒤를 이었다.

동물복지에 대한 양돈농가와 시민들의 인식차 커

시민들은 복지 개선이 가장 필요한 동물로 돼지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소, 산란계, 육계, 젖소 순이었다. 어웨어 제공

시민들은 복지 개선이 가장 필요한 동물로 돼지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소, 산란계, 육계, 젖소 순이었다. 어웨어 제공

또 4월 23일부터 5월 7일까지 어웨어가 진행한 설문 조사(양돈농가 134개소 대상)에 따르면 '농장동물 복지를 지금보다 향상시켜야 한다'는 응답 비율은 64.9%로, 시민들의 응답률인 90%보다 낮았다. '농장동물 복지가 이전보다 향상되었다'고 응답한 농가는 77.6%에 달했다.

양돈농가 중 60.4%가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환에 있어 예상되는 어려움은 '초기비용 부담'(75.3%), '수익률 우려'(49.4%), '돼지 사양 관리 어려움'(48.1%), '판매처 확보 어려움'(32.1%), '정보 및 경험 부족'(27.2%) 순이었다.

동물복지축산인증을 받은 한 돼지 농장 내부.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물복지축산인증을 받은 한 돼지 농장 내부.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편 스톨사육기간 제한이 엄마 돼지 복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양돈농가는 49.3%로 일반 시민 대상 조사(90.2%)와 큰 격차를 보였다. 농장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는 '정부의 재정적 지원'(79.9%), '동물복지 축산물 판로 확대'(44.8%), '정부의 행정적 지원'(41.0%), '소비자의 동물복지 축산물 소비 확대'(35.8%), '관리자의 관리기술 및 지식 향상'(23.9%), '농장주의 책임 강화'(17.9%), '사육·운송 등 제도 개선'(14.9%) 등이 꼽혔다.

시민들은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지만 정작 돼지 스톨 등 사육환경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웨어 제공

시민들은 동물복지에 관심이 있지만 정작 돼지 스톨 등 사육환경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웨어 제공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커 진데 비해 농장동물 사육 환경과 관행에 대한 인식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부가 시민을 대상으로 농장동물 사육 환경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돈농가의 경우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전환할 의향은 있지만 스톨사육 등 관행적 사육행태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는 부족하다"라며 "농장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판로 확대, 기술교육 제공 등 동물복지축산농장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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