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달도 : 청년이 돌아오고 사람이 찾아오는 섬 속의 '보물섬'

입력
2023.02.10 05:0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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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섬에 가다]<17>경남 거제 산달도
美 FDA 수질검사 정평 청정 바다
파도 잔잔해 굴, 가리비 양식 최적
섬 떠났던 자식들도 돌아올 정도
겨울철 전지훈련 장소로도 입소문
'부촌의 산달도' 명성 되찾기 분주

편집자주

3,348개의 섬을 가진 세계 4위 도서국가 한국. 그러나 대부분 섬은 인구 감소 때문에 지역사회 소멸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우리의 섬과 그 섬사람들의 이야기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경남 거제시 동부면 노자산 정상에서 바라 보이는 산달도 전경. 섬 오른쪽 끝에 보이는 다리가 산달연륙교.

경남 거제시 동부면 노자산 정상에서 바라 보이는 산달도 전경. 섬 오른쪽 끝에 보이는 다리가 산달연륙교.

지난달 16일 오후 경남 거제시 거제면 소랑리에서 산달도로 들어가는 ‘산달연륙교’를 차로 달렸다. 길이 620m에 불과한 짧은 다리였다. 다리 아래에 펼쳐진 바다 곳곳에는 굴 양식장이 즐비했다. 수천 개의 플라스틱 부표 밑 바닷속에서 자라는 굴 향기가 바다 바람에 실려오는 듯했다. 다리를 건너 해안 도로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잔잔하면서도 맑고 투명하기 그지없었다.

도로에서 만난 한 섬 주민은 “산달도 주변 바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정한 청정 바다”라면서 “미국에 굴 수출을 위해 필요한 수질 검사를 가장 우선적으로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주민은 바다 한쪽을 가리키며 “저기 저 부표가 FDA에서 와서 수질 검사를 하는 지점”이라고 했다.

경남 거제시 소랑리에서 산달도로 들어오는 '산달연륙교'. 2018년 완공된 이 다리는 거제도와 부속 섬을 연결하는 3번째 연륙교.

경남 거제시 소랑리에서 산달도로 들어오는 '산달연륙교'. 2018년 완공된 이 다리는 거제도와 부속 섬을 연결하는 3번째 연륙교.


굴, 가리비, 유자의 섬

거제에는 70여 개의 섬이 있다.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10여 곳이다. 산달도는 거제도 최서남단 거제만 가운데 있다. 거제만은 거제시 거제면, 동부면과 통영시 한산면의 한산도 사이에 있는 바다로 섬들로 겹겹이 둘러싸여 파도의 영향을 덜 받는다. 굴이나 가리비 양식이 발달할 수 있었던 이유다. 밭에서는 남도의 유자 농사를 짓는다.

경남 거제 산달도 위치. 그래픽=김문중 기자

경남 거제 산달도 위치. 그래픽=김문중 기자

산달도 면적은 2.97k㎡, 해안선 길이는 8.7㎞다. 차로 한 바퀴 도는 데 10여 분이면 족하다. 산전·산후·실리 등 3개 마을이 있고, 주민들은 대부분 어업이나 양식과 관련된 일을 한다.

신석기시대 조개무지 두 곳이 발견된 것으로 봐서는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달도.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 일본인 7가구가 이주해 어장을 운영했고, 1945년 해방 이후 조개잡이로 고소득을 올린 주민들이 많아 부촌으로 유명했다.

뭍으로 많은 주민들이 떠나 과거 부촌의 흔적을 찾기 힘들지만, 산달도에서는 연간 굴과 유자를 100톤씩, 가리비를 20톤씩 생산하고 있다. 황석정(56) 산달도 청년회 고문은 “거제에서 나오는 굴, 유자, 가리비 전체 생산량 중 35% 정도 차지할 만큼 많은 생산량”이라고 말했다.

산달도의 한 굴 가공업체에서 주민들이 굴 까기 작업을 한창 하고 있다. 산달도는 굴 양식업이 크게 발달해 있는 섬이다.

산달도의 한 굴 가공업체에서 주민들이 굴 까기 작업을 한창 하고 있다. 산달도는 굴 양식업이 크게 발달해 있는 섬이다.


귀어 중년층 정착 여건 조성에 주력

산달도에는 최근 몇 년 사이 중년층의 귀어가 부쩍 늘고 있다. 신명섭(50) 귀어귀촌협의회 회장은 “여기선 40~50대를 청년이라고 하는 데 5년 전쯤부터 지금까지 20명 가까운 청년이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중년층이 섬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게 섬 주민들 얘기다.

최창수(66) 가고파라산달도영어법인 사무국장은 “폐쇄적으로 운영해 오던 어촌계 정관까지 바꿔 귀어인들에게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기존 어촌계에서 받던 가입금을 일절 받지 않고 1년 만 지나면 준회원으로 등록시키고 있다. 또 어업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뗏목과 기중기 등 각종 어구를 별도 비용 없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고, 공동 작업장도 함께 쓸 수 있도록 했다. 그만큼 귀어인들이 어업 활동을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어촌계 계원 정년을 80세로 정해 기존 계원들의 퇴직 신청을 받고, 빈자리에 새로운 귀어인들로 채우고 있다.

최창수 가고파라산달도영어법인 사무국장이 선박 작업용 노란색 크레인 옆에서 "청년들이 섬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수 가고파라산달도영어법인 사무국장이 선박 작업용 노란색 크레인 옆에서 "청년들이 섬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련(51)씨는 4년 전 서울 관악구에서 내려와 정착한 뒤, 자신의 배에 낚시 손님을 받거나 직접 낚시로 어업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배에 페인트 칠을 하거나 엔진 점검을 할 때 어촌계에서 크레인 지원을 해 주는 등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면서 “마을 분들이 마음을 많이 써 주신 만큼 저도 막걸리도 같이 마시고 잘 어울리며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을 떠났던 2세, 3세도 다시 섬으로 돌아오고 있다. 박평근(58) 산달수산 대표 아들인 한민(31)씨가 대표적이다. 한민씨는 한 달 전에 주소를 산달도로 옮기고 조부인 학률(81)씨와 3대가 함께 일하고 있다. 2015년 100여 가구, 210여 명에 불과했던 산달도 주민은 지난해 말 기준 115가구, 240여 명으로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박평근씨와 부친 박학률(가운데)씨, 아들 박한민씨가 작업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평근씨와 부친 박학률(가운데)씨, 아들 박한민씨가 작업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찾아오는 섬으로의 탈바꿈

사람이 찾는 섬을 만들기 위한 산달도의 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폐교한 산달도 분교는 2019년 10월 펜션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산달도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운영 중이다. 이날도 분교펜션에서 학생들이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충남 서산에서 전지 훈련을 온 청소년 축구 선수들이었다. 겨울철 중·고교 운동부 선수들의 전지 훈련 장소로 산달도가 입소문을 타고 있는 모습이었다.

경남 거제시 산달도 분교펜션. 폐교된 분교를 리모델링해서 2019년 펜션으로 문을 연 이래 이곳에는 2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

경남 거제시 산달도 분교펜션. 폐교된 분교를 리모델링해서 2019년 펜션으로 문을 연 이래 이곳에는 2만3,000여 명이 다녀갔다.

분교펜션에서는 ‘1박3식 어촌밥상’ 숙박프로그램과 캠핑장, 낚시체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외지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분교펜션 관계자는 “1박3식 어촌밥상은 8만 원으로 숙박과 푸짐한 제철 해산물 등으로 만든 세끼 식사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 특히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어촌안심여행지 숙박 부문 1등을 차지했다. 분교펜션에는 코로나19 악재에도 4년간 2만3,000여 명이 방문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산달도어촌체험관’도 손님 맞이 준비를 마쳤다. 낚싯배 운영을 시작했지만, 3월부터는 바지락 체험 손님을 본격적으로 맞이할 예정이다. 낚시가 좋아 산달도에 온 이부곤(45)씨와 김정숙(42)씨 부부가 체험관을 운영 중이다. 섬 주민들이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운영이나 홍보를 훨씬 잘할 것”이라고 뜻을 모아 거제시에 살던 이들 부부가 체험관을 맡게 됐다. 이씨는 “이렇게 깨끗한 바다에서 바지락을 잡는 체험은 어딜 내놔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경남 거제시 산달도에 지난해 8월 문을 연 '산도달도'. 산달도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특별한 카페로 주민 소득 증대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경남 거제시 산달도에 지난해 8월 문을 연 '산도달도'. 산달도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특별한 카페로 주민 소득 증대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카페 '산도달도'도 최근 '핫플'로 급부상하고 있다. 연륙교를 건너 섬에 들어오면 해안도로를 따라 바로 보이는 카페가 ‘산도달도’다. 5층 전망대를 끼고 있어 섬으로 들어오는 연륙교와 산달도 앞 푸른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주민 소득 증대 사업으로 운영 중인 카페는 제주도에서 카페 일을 하다가 온 섬 주민의 아들이 운영 중이다. 3월에는 264㎡ 정도 크기의 복합문화센터 준공이 예정돼 있다. 로컬푸드점을 개업해 연간 2억 원가량의 순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최창수 가고파라산달도영어법인 사무국장은 “청년들이 섬마을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의 정착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섬을 만들기 위해서 주민들이 힘을 모아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바다를 두고 산달도 맞은편에 있는 경남 거제시 소랑리 쪽에서 바라본 산달도 전경.

바다를 두고 산달도 맞은편에 있는 경남 거제시 소랑리 쪽에서 바라본 산달도 전경.


산달도는

위치:경남 거제시 거제면 법동리
인구수:115가구 240명
주요 특산품: 굴, 유자, 가리비


거제=글ㆍ사진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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