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는 잃었지만…사발렌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

입력
2023.01.29 09:40
수정
2023.01.29 16:5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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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나 사발렌카가 2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파크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엘레나 리바키나를 2-1로 꺾은 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멜버른=AFP 연합뉴스

아리나 사발렌카가 28일(현지시간) 호주 멜버른 파크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엘레나 리바키나를 2-1로 꺾은 뒤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멜버른=AFP 연합뉴스

아리나 사발렌카(5위·벨라루스)가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7,650만 호주달러·약 662억6,000만 원)을 통해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사발렌카는 28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 파크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엘레나 리바키나(25위·카자흐스탄)와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2-1(4-6 6-3 6-4)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 대회 준결승에만 3차례 올랐던 사발렌카는 첫 결승 진출에 이어 첫 메이저 우승까지 차지했다. 벨라루스 선수가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른 것은 빅토리야 아자란카(24위·2013년 호주오픈 우승) 이후 10년 만이다.

사발렌카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으로 297만5,000달러(약 36억7,000만 원)를 받는다. 또 향후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2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사발렌카는 상대 전적에서 3전 전승을 거뒀던 리바키나를 상대로 첫 번째 세트를 내주며 '메이저 징크스'가 반복되는 듯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평정심을 되찾은 사발렌카는 강력한 서브와 스트로크를 앞세워 흐름을 뺏어왔다. 게임 스코어 2-1에서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오며 분위기를 이어갔고, 이어진 서브 게임까지 지키며 4-1로 점수 차를 벌렸다. 사발렌카는 이후에도 승기를 놓치지 않고 6-3으로 세트를 잡아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혈투가 벌어진 3세트에서는 사발렌카가 3-3에서 브레이크에 성공해 4-3으로 앞섰고 8번째 게임까지 잡아내며 5-3으로 달아났다. 이후 10번째 게임에서 사발렌카 4번의 듀스 끝에 우승을 확정 지었다.

사발렌카는 경기 후 "지난해 안 좋은 일도 많았지만, 함께 열심히 해온 코치진 덕에 우승했다. 나보단 여러분 덕인 것 같다"고 자세를 낮췄다.

특히 벨라루스 국적의 그에겐 더욱 남다른 우승이다.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와 여자 프로테니스(WTA) 투어, 국제테니스연맹(ITF)은 러시아와 그 ‘동맹국’인 벨라루스 선수들의 대회 출전은 허용하되 이들의 국기 게양이나 국가 연주는 불허하기로 했다.

사발렌카는 대회를 앞두고 “우리는 그냥 운동을 하는 선수들일 뿐이다. 우리가 왜 정치와 연관돼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메이저 대회 무관의 설움과 조국의 상징인 국기가 떼인 아픔을 한꺼번에 털어낸 우승이었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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