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이탈이 위험한 이유

이공계 이탈이 위험한 이유

입력
2023.02.02 19:00
수정
2023.03.07 09:5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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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학원이 지난달 4일 집계한 전국 4년제 일반대 193개교의 2023학년도 정시모집 결과, 10만4,942명 모집에 48만8,264명이 지원해 경쟁률 4.65대 1을 기록했다. 권역별로 서울은 하락, 인천·경기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은 소폭 올랐다. 의약계열 109개교의 평균 경쟁률은 8.03대 1로 전년도 9.16대 1보다 소폭 감소했다. 뉴시스

교육자 오천석은 생전 한 나라는 그가 가지고 있는 학교 이상이 될 수 없다고 했다. 학교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20, 30년 뒤 나라의 주인이 된다고 생각해보라. 그 학교와 학생이 어떠한지 보면 나라의 장래는 짐작할 수 있다. 이 말 앞에서 정작 걱정이 앞서는 건 우리 사회 인재들의 편중된 움직임 때문이다. 최근 의대에 가려고 자퇴한, 이른바 3개 대학 이공계 재학생이 2022년 1,421명이라고 종로학원이 집계했다. 3년 전보다 60% 늘어난 중도 포기자는 갈수록 극단화하는 의약학 계열 선호의 결과일 것이다. 의학계열 인기는 외환위기 이후 노출된 고소득 전문직, 대기업 정규직의 격차를 알게 돼 시작된 오래된 현상이긴 하다. 하지만 이처럼 해마다 반복되며 심각성이 더해진다면 우리 사회가 잘못 돌아가는 경고이자 병폐일 것이다. 의대를 통해 찾으려는 것이 과거 같은 사회불안과 위기의 부산물로 보기도 어려운 현실에선 더욱 그렇다.

이 문제를 정부의 인재양성 전략과 연결 지으면 문제는 확연해진다. 그제 전략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가 살아남는 길은 오로지 뛰어난 과학기술 인재를 많이 길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될 과학기술 분야로는 항공우주, 첨단소재, 디지털 등 5개 분야가 지목됐다. 미래 인재들이 과학기술을 떠나 한쪽에 집중되는 것은 우리 미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학 또한 역량을 집중할 분야이긴 해도 시급성에서 집단적으로 몰려 갈 곳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인재 또한 자원인 만큼 이들이 각 분야에 골고루 퍼져 성장해야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 전 세계 주목을 받는 K컬처 현상은 따지고 보면 1980, 90년대 활발했던 문화계 선호현상 속에 일부 인재들이 몰려든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로스쿨 도입이 계층 사다리의 해체 등 부작용에도 사회적 동의가 가능했던 배경에 사회 인재들이 '고시 낭인'으로 전락하는 걸 막는 점도 있었다. 1957년 소련이 스푸트니크를 우주로 쏘아 올렸을 때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이 찾은 해법은 교육이었다. 소련이 2, 3배 많은 과학자를 훈련시키는 데 놀란 미국은 이듬해 국방교육법을 제정해 과학 기술 수학 교육을 국가안보 영역에서 다루며 광범위한 지원에 나섰다. 과학기술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지금 우리가 받고 있는 경쟁의 교육적 위협은 그때의 미국보다 작지 않을 것이다.

현실이 그렇지 못한 데는 유난스럽고 노골적인 욕망들이 교차하는 입시에 있다. 교육은 우리 사회에서 모두가 문제와 답을 알고 있지만 서로 수긍하지 못하는 결론에 이르는 영역이다. 작년 고교 졸업자는 약 44만 명인데 이 중 서울로 대학을 간 8만 명에, 서울 밖 인기 학교와 학과에 합격한 인원을 합치면 9만 명가량 된다. 이들 또한 윗세대보다 훨씬 치열한 의자 뺏기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강한 놈이 살아 남는 게 아니라 살아 남는 게 강한 놈이란 조폭적 현실이다. 정유라의 “돈도 능력이야.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말에 분노했을 때 거기엔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녹아 있었다.

인재를 양성하려면 공정이 믿음의 영역에 남아 있어선 안 되겠지만, 극단적 능력주의 역시 되짚어야 한다. 줄 세우기 시험을 통해 우월한 권리나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이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사회적 기여 이상의 특권적 지위와 보상이 부여된다면 축소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형평이 맞춰져야 한다. 그래야 인재들이 안심하고 어떤 것으로도 환원될 수 없는 걸 추구할 수 있다.

대체텍스트
이태규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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