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 가도 가격 흥정?… 전국 첫 앱 개발에 새벽배송까지

입력
2023.02.20 04:00
19면
구독

[우리동네 전통시장]<13>대전 신도꼼지락시장
점포 68곳에 불과한 소형 전통시장
전국 최초 시장 전용 앱 '꼼지락배송'
"영상통화로 상품 보고 가격 흥정도"
밀키트 6종... 온라인 매출 3억 '대박'
지방 첫 새벽배송 추진해 판로 확대도

편집자주

지역 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전통시장이 돌아옵니다.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지역 특색은 살리고 참신한 전략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돌린 전통시장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대전 동구 가양동에 위치한 신도꼼지락시장 입구. 대전= 최두선 기자

대전 동구 가양동에 위치한 신도꼼지락시장 입구. 대전= 최두선 기자

“삼겹살 사려는데 고기 좀 보여주세요.”(주부)

“이렇게 썰어드리면 될까요, 다음에 또 오라고 20% 싸게 드릴게요.”(신도꼼지락시장 수정정육점 대표)

대전에 사는 주부 A(40)씨는 지난 15일 정육점에 가지 않고도 상태를 확인한 뒤 돼지고기를 구입했다. A씨가 사용하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 ‘꼼지락배송’에서 인근 전통시장 내 점포와 실시간으로 연결해,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는 ‘에누리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흥정도 가능하다. A씨는 “고기는 신선제품이라 직접 보지 않고 사면 불안한데, 실시간으로 고기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어 믿을 수 있다”며 “상품 추천도 받고 가격 흥정도 할 수 있어, 직접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거랑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최초 '시장 전용 앱' 개발

A씨가 이용하는 ‘꼼지락배송’은 전국 1,400여 개의 전통시장 중 처음으로 출시된 ‘시장 전용 앱’이다. 앱은 1991년 대전 동구 가양동에 문을 연 신도꼼지락시장에서 2020년 개발했다. 점포 수가 68곳에 불과한 소규모 시장이었던 신도꼼지락시장은 2020년 중소벤처기업부의 문화관광형 육성사업 대상으로 선정돼, 온라인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시장 상인회 측은 "상인들 사이에서 시장 자생력을 제대로 키워보자는 뜻이 모아졌고, 당시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온라인 시장에 대한 필요성도 매우 커졌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직접 자체 전용 앱을 개발해 소비자들로부터 온라인 주문을 받아 인근 지역 당일배송을 시작했다. 소비자와 직접 영상통화를 하면서 실시간으로 상품을 보여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흥정 서비스까지 제공했다. 앱으로 종종 장을 본다는 지역 주민 배모(74)씨는 “딸이 시장 앱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줘 집에서 편하게 장을 본다”며 “자주 다니던 시장이라 휴대폰으로 가게 주인들과 통화해 필요한 것을 알려주면 집까지 바로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가양동 신도꼼지락시장 위치. 그래픽=강준구 기자

대구 동구 가양동 신도꼼지락시장 위치. 그래픽=강준구 기자


5~7개 점포가 모여 만든 ‘꼼지락 밀키트’


신도꼼지락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송정섭 사장이 밀키트에 들어갈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대전= 최두선 기자

신도꼼지락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는 송정섭 사장이 밀키트에 들어갈 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대전= 최두선 기자

전국 최초로 시장 전용 앱을 만들고 온라인 시장을 열었지만, 초기에는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시장만의 차별화한 상품이 필요했다. 상인들이 다시 머리를 맞댔다. 백호진(54)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장은 “정육, 야채, 과일 등 1차 식품 판매 비중이 높다 보니 맞벌이 부부 등 젊은 층을 끌어오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여러 점포가 상생할 방법을 찾다가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밀키트’를 개발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밀키트 개발에는 100일이 걸렸다. 시장 상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3개월 간 매일 점심 때마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21년 가을 ‘꼼지락 밀키트’ 6종이 개발됐다. 고등어조림과 동태탕, 제육볶음, 찜닭, 불고기전골, 바지락칼국수 등이다. 밀키트에 들어가는 재료를 상인별로 공급하고, 손질도 분업화해 5~7개 점포가 수익을 나눠 가졌다.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만 3억2,000만 원에 달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주문 요청이 쇄도했다. 앱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소비자는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시장 특유의 요리비법이 담겨 있어 색다른 맛이 있다”며 “시장에서 바로 배송돼 오니 유통 단계도 적어 신선도도 더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태(39) 시장 배송담당 팀장은 “주문이 오면 그때그때 신선한 재료를 손질하고 진공 포장해 오전 11시와 오후 4시에 저온보관 이동 방식으로 당일배송하고, 다른 지역은 익일배송을 하고 있다”며 “밀키트지만 소비자가 시장에서 마치 직접 장을 본 것처럼 신선한 재료를 배송해준다는 점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도꼼지락시장 상인이 밀키트를 포장하고 있다. 대전= 최두선 기자

신도꼼지락시장 상인이 밀키트를 포장하고 있다. 대전= 최두선 기자

반응이 뜨겁자 참여 상인도 늘고 종류도 다양해졌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송정섭(37)씨는 “밀키트에 들어가는 고기를 제공하면서 고객층이 두터워졌다”며 “밀키트로 고기 수요도 높아져 매출도 크게 올랐다”고 했다. 시장에선 들깨칼국수와 짜글이를 포함해 올해 총 15종으로 밀키트 상품을 늘릴 계획이다.

지방 최초 새벽배송도 도전

시장은 올해 상반기 중 지방 최초로 새벽배송에도 도전한다. 현재 전통시장 중 새벽배송을 하는 곳은 서울 노량진ㆍ청량리ㆍ암사종합시장 외에는 없다. 백호진 회장은 “점포 수나 규모 등에서 다른 전통시장에 비해 작은 꼬마 시장이지만, 그만큼 상인들 단합이 잘되고 신규 사업에 다들 적극적”이라며 “대형 할인점에 뒤지지 않는 시장만의 강점을 살려 새벽배송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판매 채널도 다양화한다. 절반을 웃도는 시장 내 점포가 카카오톡 채널을 개설해 판로를 개척했다. 직접 동영상 장비 등을 구입해 라이브커머스를 준비 중인 점포도 수십 곳이다. 백 회장은 "시장도 고객이 찾아오기만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고객을 찾아가야 한다"며 "시장만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도꼼지락시장 고객지원센터 전경.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 제공

신도꼼지락시장 고객지원센터 전경. 신도꼼지락시장 상인회 제공


대전= 최두선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