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으로 가고, 경선도 불사하고... 달라진 비례의원 재선 도전기

입력
2023.02.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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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의원들, 지역위원장 맡으며 활동 본격화
'빈자리' 선점에 같은 당 현역과 경쟁도
"의정 집중할 때" "쉬운 길 찾는다" 비판도

편집자주

꼬집은 소금이나 설탕 따위의 양념을 엄지와 집게손가락으로 집어올린 양을 의미합니다. 아주 적은 양이지만 때로는 꼬집 하나에 음식 맛이 달라지듯, 이슈의 본질을 꿰뚫는 팩트 한 꼬집에 확 달라진 정치 분석을 보여드립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1월 11일 오전 대구 동구 동호동 대구동구발전연구원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구=뉴스1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이 1월 11일 오전 대구 동구 동호동 대구동구발전연구원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구=뉴스1

#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대구동구발전연구원을 열고 본격적인 지역구(대구 동구을) 활동에 돌입했다. 조 의원은 경북대 교수 출신으로 오랜 기간 대구 지역에서 활동해 온 만큼 지역 현안을 잘 안다는 입장이지만, ‘유승민계’ 강대식 의원 지역구라는 점을 노린 것 아니냐는 관전평이 나온다.

#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운영하던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있는 경기 부천정 지역에 가기로 했다. 이곳은 같은 당 서영석 의원 지역구여서 공천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비례 절반이 지역구 활동… 경선 때문에

2024년 총선을 1년 남짓 앞둔 시점에서 현역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구를 점찍고 몸을 풀고 있다.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만 어림잡아 20여 명이 된다. 비례의원이 전체 47명이니 절반은 이미 재선 준비에 나선 셈이다.

비례의원이 서두르는 것은 당내 경선을 준비하려면 미리 공개활동을 하면서 선거인단이 되는 당원을 확보해 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경우 투표권을 갖는 ‘권리당원’이 되려면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내년 초로 예상되는 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상반기에는 지지자들이 당원에 가입해야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1월 3일 오후 광주 서구청사에서 열린 2023 주민과의 신년인사회에서 김경만 의원(민주당 비례)이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1월 3일 오후 광주 서구청사에서 열린 2023 주민과의 신년인사회에서 김경만 의원(민주당 비례)이 축사를 하고 있다. 광주=뉴스1


비례 혜택 얻고 또 쉬운 길? 따가운 시선

일부 의원들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텃밭' 지역구로 향하고, 같은 당 의원과의 당내 경선도 불사하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김경만(광주 서구을), 양경숙(전북 전주을) 의원은 민주당 의원이 없는 지역구이긴 하지만 호남에서 도전장을 내민 경우다. 국민의힘 조명희(대구 동구을), 민주당 양이원영(경기 광명을), 유정주(경기 부천정) 의원 등은 동료 의원과 경선을 예고하면서까지 지역구를 정했다. 민주당에서는 친이재명계 비례의원이 비이재명계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서 활동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주당 이재정(경기 안양동안을) 의원이 5선의 심재철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과 맞붙어 승리했다. 또 박경미(서울 서초을), 김현권(경북 구미을), 김현아(경기 고양정) 등 여야의 비례초선들이 '험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낙선했다.

총선을 1년 이상 남겨둔 채 지역구를 정하는 비례의원들을 바라보는 동료 의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국회에 입성한 비례의원들이 지역에 매진하느라 의정활동을 등한시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수도권 의원은 “아직은 비례의원들이 의정 활동에 집중하면서 전문성을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비례의원들이 지역구 경쟁 없이 국회에 입성하는 혜택을 누린 뒤, 또 쉬운 길을 가려고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영남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은 “비례의원이 대구·경북 공천을 달라고 하는 것은 또 비례를 시켜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소속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요새는 영남 같은 ‘험지’에 도전하겠다는 비례가 없다”며 “처음부터 호남 등 양지만 찾으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박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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