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과 변협 갈등의 소비자를 위한 해법

입력
2023.03.06 00:00
27면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모습. 연합뉴스

로톡의 운영사 로앤컴퍼니의 모습. 연합뉴스

변호사와 소비자를 연결시켜 주는 법률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협회 사이의 갈등은 법무부, 경찰청, 헌법재판소, 공정거래위원회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 공정위로부터 공정거래법 위반과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두 변호사 협회가 시정명령과 함께 각각 최고 금액인 10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변호사 시장은 가장 불투명하면서 정보 비대칭이 심한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법률시장에서 소비자들은 변호사에 대한 정보와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따라서 판사, 검사 등 경력을 주로 보고 변호사를 선택하게 되어 주로 전관을 찾게 되고, 신임 변호사는 고객을 만나기 쉽지 않다. 물론 택시, 마사지 등 모든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거래대상인 서비스의 질을 직접 제공받아야만 알 수 있는 경험재에 해당한다.

로톡과 같은 법률서비스 플랫폼은 다양한 변호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 서비스에 대한 이용후기를 기반으로 하여 정보 비대칭성을 결정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에 대한 가격도 제시하여 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해 준다. 이와 같은 소비자에 대한 후생적 기능은 모든 정보기술(IT)플랫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다. IT기술의 장점을 법률서비스에 결합하려고 하는 것이 바로 리걸테크 산업이다. 리걸테크 산업은 소비자의 법률접근권을 근본적으로 신장시켜 줄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로톡과 관련된 법적 쟁점은 변호사법상 돈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해 주는 '법률브로커'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과 관련된다. 핵심 쟁점은 로톡에서 제공하고 있는 변호사 소개 서비스가 '중개'인지 아니면 '광고'인지 여부이다.

기본적으로 법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잠재적 의뢰인에게 적절한 변호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검색기능과 정보제공 서비스이다. 여기에 추가하여 채팅방,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서식 등을 제공하여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의 의사소통이 쉽고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의뢰인은 적절한 변호사를 추천받게 되는데, 이를 통상 '매칭'이 이뤄진다고 한다. 따라서 통상 로톡과 같은 플랫폼을 변호사 중개 플랫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 수수료로 징수하는 금액을 중개에 대한 보수로 보게 되면 앞에서 본 변호사법을 위반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면 공정위는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판단했을까?

로톡에 지급되는 수수료 액수를 보면 그 금액이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따라서 중개의 대가로 보기보다는 광고 수수료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아니면 중개행위에 대한 대가로 보더라도, 법률 브로커로 인한 변호사 시장의 위험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 논리구성 중에서 공정위는 전자의 입장을 취한 것이고, 이는 독일 헌법재판소 결정의 논리와 유사하다.

입법례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아직 리걸테크 산업에 대해 문을 열어준 나라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이익단체인 변협에 대한 공정위의 처분은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입법을 통해 리걸테크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마련돼야 하며, 이는 기본적으로 변호사가 법률서비스를 기술자와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법 개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이병준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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