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사회

입력
2023.03.16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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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한국의 출생아 수가 24만9,000명이라고 한다. 우리 딸이 태어난 2012년 출생아가 48만 명 남짓이었으니, 10년 만에 태어난 아이들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한 반 친구들이 20명 남짓인 것을 보고, 한 반에 50명이 넘었던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서 이 정도면 딱 좋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 시절도 이미 지나갔다. 한 반에 10명이 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오싹 돋는다.

한국에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저출생의 원인이나 대책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은 이에 대해 말을 보태지는 않겠다. 이미 아이들은 줄어들었고 그 추세는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다. 게다가 아이로 살아간다는 것이 불편하고, 환영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저출생이 문제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 사회란 어떤 것인지, 그곳에서 아이들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이야기해 보고 싶다.

아이들이 줄어드니, 아이들과 관련한 기관과 시설이 하나씩 문을 닫는다. 집 근처의 어린이집, 유치원이 사라지고 소아과도 찾기 어렵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대학병원조차 소아청소년과 입원이나 응급의료를 중단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집에 가까운 어린이집에 보내고, 아플 때 소아과를 찾는 일이 이제는 쉽지 않고, 어렵게 찾아가도 한두 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 혹시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사고를 당하면 어찌해야 하나 두렵다. 지난 4년간 전국에서 8,200여 개소의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193개의 학교가 폐교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들과 관련한 기관과 시설이 사라지면서 관련한 인프라도 일자리도 급속하게 줄어든다. 선생님이 꿈이라는 고등학생 딸에게 희망적인 말을 해 줄 수 없다는 이웃의 이야기에 서글프다.

시설 감소만이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이 잘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는 아동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지금도 미성년 아이가 있는 가구의 비율이 20% 남짓에 불과한데,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20년 뒤에는 그 비율이 10% 남짓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사는 사람이 소수인 사회에서 아이들은 점점 어색하고 불편한 존재가 되어 간다. 아이들을 더 이상 수용하지 못하는 공간과 사람들이 많아진다. 10년 전 아이들의 출입을 거부하는 식당이나 카페가 '노키즈존'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나와 다르고 낯선 존재에 대한 혐오는 눈에 보이지 않게 하라는 요구로 드러나는데, 이러한 혐오가 아동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아이는 사회에서 더 이상 사랑스럽고 환영받는 존재가 아니다.

아이들에 관한 정책은 점점 뒷전이 되어 간다. 스쿨존의 속도제한이 교통사고를 줄였다는 통계가 있지만, 속도제한 완화에 대해 반대보다 찬성 여론이 더 많고, 완화정책이 하나둘씩 추진 중이다. 아이들의 안전과 생명보다는 어른들의 운전 편의가 더 우선인 것이다.

환영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은 점점 더 빨리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사라진 사회에서, 어른들도 나이를 먹을 것이다. 노인이 되고 모든 것이 조금씩 불편해졌을 때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왜 이렇게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적응하기 어려울까. 느리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왜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을까 라고 말이다.


김남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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