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시대, 영화계의 눈치 게임

입력
2023.03.19 10:00

엔데믹 시대, 개봉 미뤘던 작품들의 등장
시장 상황 고려해 일정 변경한 작품들

'영웅'은 지난해 12월부터 관객들을 만났다. 이 작품은 2020년 8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미뤄졌다. CJ ENM 제공

'영웅'은 지난해 12월부터 관객들을 만났다. 이 작품은 2020년 8월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미뤄졌다. CJ ENM 제공

엔데믹 시대가 오면서 영화관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코로나19의 유행 속에서 개봉을 미뤄왔던 작품들이 하나둘씩 극장가를 찾는 중이고 천만 영화도 등장했다. 그러나 영화 관계자들의 일들이 모두 계획대로 진행되는 건 아니다. 치열한 눈치 게임 속에서 개봉 시기를 미루는 작품도 있다.

코로나19를 향한 대중의 두려움이 한 풀 꺾인 가운데 관객과의 만남을 연기했던 수많은 영화들이 세상 빛을 보게 됐다. 송강호 이병헌 등이 출연한 '비상선언'은 2021년 12월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고 각 부문에서는 방역 강화 등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작품의 잠정 연기를 알렸다. 이 작품은 시간이 흘러 지난해 8월 개봉했다. 지난해 12월부터 관객들을 만난 영화 '영웅'은 원래 2020년 8월 개봉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미뤄졌다.

코로나19에 대한 관객들의 공포심이 사그라들고 여러 작품이 영화관을 찾게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연으로 활약한 두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선보이게 된 배우도 있다. 바로 박해일이다. 그가 출연한 '헤어질 결심'과 '한산: 용의 출현'은 각각 지난해 6월, 7월에 개봉했다. 박해일은 인터뷰를 통해 "내 의지는 아닌데 코로나19가 지나가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작품들이 한데 뭉쳐서 나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부터 관객들을 만난 '범죄도시2'는 팬데믹 이후 최초의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천만 영화의 탄생은 2019년 5월 개봉한 '기생충' 이후 3년 만이었다. '아바타'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은 지난해 12월부터 극장가를 찾았는데 뜨거운 인기 속에서 새로운 천만 영화의 등장을 알렸다. 극장가에는 조금씩 활기가 돌아오고 있는 중이다.

영화 관계자들의 고민

'아바타'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은 지난해 12월부터 극장가를 찾았다. 이 영화는 뜨거운 인기 속에서 새로운 천만 영화의 등장을 알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아바타'의 후속편 '아바타: 물의 길'은 지난해 12월부터 극장가를 찾았다. 이 영화는 뜨거운 인기 속에서 새로운 천만 영화의 등장을 알렸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그러나 영화 관계자들에게는 여전히 고민이 남아 있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경우 더욱 그렇다. 화려한 출연자 라인업을 자랑하는 기대작들이 조금씩 세상 빛을 보고 있는 상황 속에서 많은 관계자들이 눈치를 봐 왔다. 한 영화는 개봉일을 한 달가량 연기해 올해 초 극장을 찾았는데 이 작품의 관계자는 본지에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쳐 일정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또 다른 작품의 관계자는 "다른 영화들의 개봉 일정을 보니 비슷한 시기에 몰려 있더라. 불가피하게 우리 영화의 개봉 날짜를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외화, 국내 대작의 상황은 어떨까. 한 영화 홍보 관계자는 본지에 "외화 중 디즈니, 유니버설 직배(직접 배급) 영화들의 경우 국내 경쟁작 때문에 개봉 일정을 바꾸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도 본사 스케줄에 맞춰 개봉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큰 규모의 한국 영화가 자신 있게 개봉 일정을 선점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다른 작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건 힘들다. 마블 작품 등 외화와의 대결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K-콘텐츠 또한 눈치 게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봉 날짜는 결코 쉽게 정해지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력,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해도 관계자들의 고민은 계속된다. 잘 만든 작품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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