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가 받았으면 말 된다" "받은 사람이 잘 알겠지" 고성 오간 법정

입력
2023.03.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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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유동규에 직접 "돈 준 날짜 왜 특정 못하나"
유동규 "담배 피우며 얘기한 것 기억 못하나" 반박
"검사와 협의해 진술서 썼냐" "질문이 기분 나쁘다"
쇼핑백에 돈 넣어 전달 과정 시연하다 박장대소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법정에서 수차례 고성을 주고받았다. 김 전 부원장은 "돈을 건넨 일시와 장소를 왜 특정하지 못하느냐"며 유 전 본부장을 몰아붙였고, 유 전 본부장은 지도를 손으로 짚고 이동 경로를 설명하며 응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조병구)는 16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 등의 3차 공판을 열고 증인으로 채택된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김 전 부원장 측 반대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부원장은 2021년 4~8월 '대장동 일당'이 마련한 8억4,700만 원을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날짜 왜 못 대나" 추궁에... "받은 사람이 잘 알겠지"

김 전 부원장 측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이 뇌물 공여 장소로 지목한 경기 광교 버스정류장과 경기도청 인근에서 차량 이동 중 촬영한 영상을 법정 화면에 띄웠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유 전 본부장에게 정확한 만남 장소를 캐물었고, 유 전 본부장은 "한참 지나쳤다. 유턴해서 갔다"고 대답했다. "통신과 계좌 자료까지 내면서 왜 가장 중요한 (돈 준) 날짜는 확인이 안 되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대표가 당시 경기지사로 취임하자 (특정 통화기록이 남지 않는) 아이폰으로 바꾸라고 했다"고 응수했다.

김 전 부원장은 직접 유 전 본부장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김 전 부원장은 "(등장인물에서) 김용을 빼면 말이 된다. 이건 그냥 유동규가 받은 거다"라고 쏘아붙였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언성을 높이며 "받은 사람이 더 잘 알 거다. 고발할 거였으면 내가 (일시 등을) 써놨겠지"라고 받아쳤다. 김 전 부원장의 계속된 추궁에 유 전 본부장이 "(경기도청) 부근에서 담배를 피우며 얘기했던 것도 기억이 안 나느냐"며 고성을 이어가자, 재판부가 두 사람 대화를 강제로 중단시켰다.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화면에 띄운 지도 앞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이동 경로를 설명하기도 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돈 전달 과정에서 이용한 종이상자 및 쇼핑백과 유사한 제품들. 유 전 본부장은 종이상자 1개당 1억 원씩 돈을 넣은 뒤, 쇼핑백에 담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돈 전달 과정에서 이용한 종이상자 및 쇼핑백과 유사한 제품들. 유 전 본부장은 종이상자 1개당 1억 원씩 돈을 넣은 뒤, 쇼핑백에 담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유 전 본부장은 돈 전달 방법도 직접 시연했다. 2021년 6월 하순에서 7월 초순 사이 자금 전달과 관련해 ①5만 원권으로 마련한 3억 원을 작은 골판지상자 3개에 1억 원씩 나눠 담아 ②하나씩 쇼핑백에 넣고 ③입구를 테이프로 밀봉한 다음 ④이 쇼핑백을 더 큰 쇼핑백 안에 넣어 가져다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돈이 담긴 쇼핑백을 직접 들어본 뒤 "가지고 가는 게 힘들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부원장이 2021년 4월 유원홀딩스에서 1억 원이 든 쇼핑백을 왼쪽 품 안에 구겨서 들고 가는 모습도 보여줬다. 유 전 본부장이 처음에는 얇은 정장 재킷 안에 쇼핑백을 숨겨 보려다 가려지지 않자 법정에선 박장대소가 터졌다. 유 전 본부장이 코트를 빌려 입고 재차 시연한 뒤에야 쇼핑백은 가려졌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얇은 재킷으로는 어렵고 코트로는 쇼핑백을 가릴 수 있긴 하나,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에) 외부에선 뭔가 들고가는 걸로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영학 녹취록 속 '너 것'도 공방

김 전 부원장 측은 지난 기일에 이어 검찰 조사 및 면담 과정을 거론하며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정치자금 요구와 관련된 최초 자필 진술서를 두고 "담당 검사와 협의하면서 썼냐"는 질문에, 유 전 본부장은 "내가 썼다. 질문이 좀 기분 나쁘다"고 답했다. 김 전 부원장 변호인은 뇌물죄 대법원 양형 기준표를 제시하며, 유 전 본부장이 형량을 줄이기 위해 허위진술을 했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러나 "(배당금) 700억을 4분의 1로 나눠도 가중처벌받는 기준에 다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재판에선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대표 등에게 돌아가도록 설계됐는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김 전 부원장 측은 김만배씨가 ‘정영학 녹취록’에서 유 전 본부장에게 "다른 사람들은 (천화동인 1호가) 너 것인 줄 안다"고 말한 것을 두고 "'너'는 김용, 정진상, 이재명이 아닌 유동규 본인을 지칭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에 "여러 사람한테 ‘이재명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적절하지 않아 나를 대표적으로 포함한 걸로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정원 기자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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