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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디트 스위스' 자금난 위기 증폭
유럽 은행주 '시총 100조원' 증발돼
스위스 중앙은행, 70조원 대출 지원
SVB 파산보다 파급력 커 "금융위기급"
15일 미국 뉴욕에 있는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 뉴욕 지점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167년 역사를 가진 스위스 투자은행(IB) '크레디트 스위스(CS)'의 유동성 위기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 공포가 몰아쳤다. 최근 미국의 중소은행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이어 세계 9대 IB이자, 스위스에서 두 번째로 큰 다국적 은행 CS마저 극심한 자금난에 처하자, 글로벌 은행들의 '도미노 붕괴' 경계심이 투자 심리를 찍어 누른 탓이다. 스위스 금융당국이 70조 원 규모의 긴급 자금 투입을 결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CS가 2008년 금융위기의 신호탄이 된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해부터 위기설에 휩싸였던 CS의 주가는 15일(현지시간) 장중 31%까지 추락하는 등 대폭락했다. 전날 공개된 연례보고서에서 "2021년과 2022년 회계연도 내부 통제에서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고 밝히자 시장에 불안감이 조성됐는데, 최대주주(9.9%)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이 추가 유동성 지원에 선을 그은 게 결정타가 됐다. CS 주가는 이날 24.24% 하락 마감하며 사상 최저치(1.7스위스프랑)를 찍었다.
충격파는 CS에 그치지 않았다. 이날에만 유럽 은행주 시가총액이 750억 달러(약 98조 원) 가까이 증발하는 등 'CS발 충격'에 유럽 증시가 줄줄이 추락했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 증시를 대표하는 FTSE100가 이날 750억 파운드(약 119조 원)를 날렸다고 보도했다. CS의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5년 만기)는 102% 급등해 983.66까지 치솟았다.
미국 SVB 파산 사태로 가뜩이나 고조된 위기감은 CS 사태로 극한의 공포로 변했다. SVB와 CS 간 직접적 연결고리는 없지만, 은행 건전성을 둘러싼 불안이 CS 위기로 폭발한 것이다. 이미 CS는 2021년 한국계 투자가 빌 황이 이끈 아케고스 캐피털에 대한 투자 손실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지난해부터 '파산 임박설'이 끊이지 않아 왔다.
문제는 CS가 자산 규모 5,700억 달러(약 752조 원)인 세계적 투자은행이라는 점이다. 전 세계에 포진한 직원만 5만 명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으로 따지면, 미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둔 지역은행 SVB와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체급이다. 미 CNN방송은 "스위스 2대 은행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번 CS 사태의 잠재적 파장은 훨씬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앤드루 케닝엄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연구원은 "CS는 미국을 포함, 스위스 밖의 자회사들과 광범위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CS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1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니터 화면에 '크레디트 스위스'의 주가가 표시돼 있다. AP 연합뉴스
스위스 금융당국도 일단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CS는 16일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 원)을 대출받는 내용의 유동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글로벌 은행 가운데 긴급 자금 지원(lifeline)을 받게 된 첫 사례"라고 평가했다. SNB의 긴급 수혈 소식에 CS 주가는 이날 개장과 동시에 30%가량 급등 출발했다.
그러나 은행 부문 위기가 잇따르면서 CS 사태가 전체 금융시장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제2의 리먼브러더스'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리먼브러더스는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의 금융사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측해 '닥터 둠'이란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블룸버그TV에 "CS 위기는 유럽과 글로벌 시장에 '리먼 모먼트(리먼브러더스의 순간)'가 될 것"이라며 "CS가 보유한 증권과 자산의 미실현 손실이 얼마인지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반면 CS 부실 위기가 유럽 내 다른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뒤 각국 규제 당국은 은행에 유동성 비중을 높이라고 요구해 왔는데, 미국에 비해 유럽의 자기자본 비율이 훨씬 높다는 이유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내 은행의 유동성 비율과 채권 보유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미국 은행 위기에 비해선 안전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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