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타결' CS·UBS 주가 동반 하락… 유럽 증시도 불안 지속

입력
2023.03.20 22:41
수정
2023.03.21 00:52

인수된 CS주가, 역대 최대 64% 폭락
'불안 속 관망' 유럽·미국 증시 혼조세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본사 앞에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취리히=로이터 연합뉴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본사 앞에 스위스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취리히=로이터 연합뉴스

가까스로 파산 위기에서 벗어난 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주가가 유럽 증시 개장과 동시에 곤두박칠쳤다. CS를 전격 인수한 스위스 최대 은행 UBS 주가 역시 하락했다. 스위스 정부의 개입으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시장에 내재된 불안은 여전하다는 게 증명되고 있다.

20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현재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CS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64% 추락한 0.67스위스프랑(944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CS 역사상 최대 추락이다. CS 주가는 지난 15일에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 여파로 장중 1.56스위스프랑까지 내려간 바 있다.

CS를 인수한 UBS도 후폭풍에 휩싸였다. UBS 주가는 13% 하락한 15.38스위스프랑에 거래되고 있다. 이 수치 역시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현지 금융계에선 CS 매각 과정에서 스위스 금융당국이 CS 주주들의 피해는 일부 보전해주면서, CS가 지닌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 가치를 '제로(0)'로 책정(상각)하도록 했던 게 화근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AT1은 은행들이 자본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은행 재무가 악화했을 때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AT1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자 유럽중앙은행(ECB)은 즉시 진화에 나섰다. ECB는 이날 유럽단일정리위원회(SRB)·유럽은행관리국(EBA)과의 공동성명을 통해 "보통주식상품이 손실을 흡수한 후 AT1을 상각해야 한다"며 "이 같은 접근 방식은 과거 사례에 일관되게 적용됐으며 앞으로도 위기 개입에서 이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CS 매각 과정에서의 혼란이, 유럽 금융권 전체에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취지다.

유럽 증시는 ECB의 공동성명 발표에 소폭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개장 후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2.1% 내린 1만4,459.75를 기록한 뒤 낙폭을 줄이고 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장초반 1.8% 떨어진 7,204.9까지,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9% 내린 6,796.21까지 각각 밀렸다가 회복 중이다.

같은 날 미국 증시도 혼조세로 출발했다. 오전 10시20분(현지시간) 기준 뉴욕증권거래소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75% 오른 32,099.97을 기록 중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26% 상승한 3,926.79를 나타냈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0.44% 떨어진 11,578.77을 기록했다. CS 주가는 미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날 뉴욕에 상장된 CS 주식예탁증서(ADS) 역시 50% 이상 하락 중이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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