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이미 수십 차례 사과... 한일관계, 이제 과거를 넘자"

입력
2023.03.21 11:45
수정
2023.03.21 17:2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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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관계는 제로섬 아니다"...국무회의 모두발언 25분 생중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면서 한일정상회담 이후 쏟아지는 국내 비판여론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빈손 외교’라는 지적을 의식해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25분간 국무회의 발언을 생중계로 공개하며 사실상 ‘대국민 담화’ 형식을 취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관계의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며 “그렇지만 손을 놓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는 직시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과거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된다”며 제3자 변제라는 강제징용 해법과 이를 고리로 한 한일 관계개선 노력의 불가피성을 피력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을 두고 ‘빈손 회담’이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한일관계는 한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며 “그 여파로 양국 국민과 재일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양국의 경제와 안보는 깊은 반목에 빠지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의 대일 외교를 비판했다. 이어 “저 역시 눈앞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편한 길을 선택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다”면서 “작금의 엄중한 국제정세를 뒤로 하고, 저마저 적대적 민족주의와 반일 감정을 자극해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면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일정상회담을 ‘외교 참사’로 규정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선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명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박정희·김대중 전 대통령의 양국 관계 정상화 노력을 상기하며 “양국 간 불행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본과 새로운 지향점을 도출하고자 한 노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피고 기업이 아닌 우리 기업의 기부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에 대한 이해도 구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며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또 “양국의 미래를 함께 준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에 따라 안보·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논의가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관계 개선으로 국익이 증진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 대상국)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토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한일관계 개선은 한국산 제품 전반의 일본 시장 진출 확대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경제 분야 기대성과가 가시화되고 우리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도록 기업 간 협력과 국민 교류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는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현명한 우리 국민을 믿는다”면서 “한일관계 정상화는 결국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우리 국민과 기업들에게 커다란 혜택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도 '굴욕'이라고 비판하며 국정조사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신 을사조약에 버금가는 대일 굴욕 외교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면서 "국민 뜻을 받들어 국정조사 추진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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