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피워킹 봉사자, 어디 없소?” 뉴욕 비영리 단체의 호소

입력
2023.03.22 09:00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될 후보 강아지들의 사회화 교육을 책임지는 ‘퍼피워킹’. 국내에서도 이제는 퍼피워킹과 안내견 후보견에 대한 인식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3년 전인 2020년만 해도, 시각장애인 국회의원이 당선되자 안내견이 본회의장 출입이 가능한지를 부랴부랴 논의하거나, 퍼피워킹 중인 강아지의 출입을 막아서는 대형마트도 있었는데요. 그나마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달라져, 퍼피워킹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네요.

그런데, 미국 뉴욕에서는 이런 퍼피워킹을 해줄 자원봉사자가 부족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소식입니다. 뉴욕시에서 시각장애인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Guiding Eyes for the Blind∙안내의 눈)은 최근 퍼피워킹 봉사자를 ‘급구’ 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내걸었습니다.



미국 뉴욕시의 시각장애인 지원 비영리단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은 최근 퍼피워킹 봉사자가 급감했다며 봉사자를 급히 구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 페이스북

미국 뉴욕시의 시각장애인 지원 비영리단체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은 최근 퍼피워킹 봉사자가 급감했다며 봉사자를 급히 구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 페이스북

현지 매체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이곳의 퍼피워킹 봉사자들도 한국의 봉사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강아지들이 본격적인 안내견 교육을 받기 전, 사회화 과정을 돕는 겁니다. 후보견들을 다양한 사람들과 장소, 상황에 노출시키고 있죠. 특히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뉴욕의 공원이나 지하철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안내를 더 잘 할 수도 있도록 퍼피워킹의 역할이 필수겠죠?

그런데, 이런 중요한 일을 맡아줄 퍼피워킹 봉사자 수가 최근 들어 줄고 있다고 해요. 봉사자의 수가 줄어서 퍼피워킹이 원활해지지 않자, 시각장애인들에게 분양해야 할 안내견도 부족하게 됐습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시각장애인들은 현재 1년간 분양을 대기해야 한다고 하네요.

봉사자가 줄어든 원인은 역시 ‘코로나19’입니다. 이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가 점점 풀리고 있는 까닭이라고 하네요. 안내의 눈 토마스 파넥 대표는 봉사자의 수가 줄고 있는 이유를 ‘방역조치가 풀리며 재택이 출근으로 전환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제한됐던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파넥 대표는 이런 이유들은 봉사를 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퍼피워킹 봉사가 줄어드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가 최근 해제되면서 해외여행과 사무실 근무가 늘어난 점들이 꼽히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 페이스북

퍼피워킹 봉사가 줄어드는 건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조치가 최근 해제되면서 해외여행과 사무실 근무가 늘어난 점들이 꼽히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 페이스북


반려견 양육자들이 직장에 동반출근을 할 수 있고,
반려견과 여행을 떠나기도 하잖아요? 퍼피워킹도
같은 방법으로 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뉴욕의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매일 함께 출퇴근하게 된다면, 퍼피워킹의 취지에 더욱 부합하는 일이 될 수도 있겠네요. 파넥 대표는 “비록 안내견만큼은 아니지만, 후보 강아지들 역시 ‘훈련 중’ 조끼를 입고 있으면 대부분의 장소에서 출입을 안내받을 수 있다”며 퍼피워킹 봉사를 독려했습니다.



파넥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 페이스북

파넥 대표는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의 눈 페이스북

퍼피워킹 봉사는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바꾸고 있다고 합니다. 시각장애인인 파넥 대표 역시 ‘블레이즈’라는 안내견과 함께 걷고 있습니다. 그는 블레이즈와 함께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 파크에 있는 사무실로 매일 출근한다고 하네요. 그가 이런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퍼피워킹 봉사자 덕분이라고 강조합니다.

퍼피워킹 봉사자들이 제 인생을 바꿔줬어요.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지팡이 대신 안내견과 함께
하는 게 더 편안하다고 말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1개월에 한 번씩 퍼피워킹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1주일에 한 번씩 봉사자 대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하네요. 퍼피워킹 봉사의 가장 어려운 점은 1년간 동고동락한 후보견을 떠나보낼 때라고 해요.


그건 마치 아이가 자라는 것을 본 뒤, 성년이 되어
첫 직장을 얻어 부모 곁을 떠나는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달까요?

파넥 대표의 비유가 참 잘 어울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를 사랑해 주면서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뉴욕에서 안내견이 부족한 일은 빨리 해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진욱 동그람이 에디터 8leonardo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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