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의 우크라이나 깜짝 방문은 '시진핑 견제' 위해서였다"

입력
2023.03.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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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재자 자임' 중국 견제 위해
국회 사전 통보 생략하고 전격 방문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키이우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공동문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1일 키이우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기자회견에 앞서 공동문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키이우=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전격 방문한 21일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모스크바서 회담한 날이었다. 기시다 총리의 날짜 선택은 결과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봤다.

2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 배경에 “중국의 우크라이나 문제 개입에 대한 경계심이 있었다”면서 “특히 중국의 ‘전쟁 중재 외교’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기시다, 시진핑의 전쟁 중재 역할에 의구심

기시다 총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각을 세웠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면서 "일본은 올해 주요 7개국(G7) 의장국으로서 무력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히로시마에서 주재하는 G7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주요 의제로 삼을 방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중국의 중재를 반기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의 중재안에 대해 "(지난해 11월 발표한) 우크라이나의 독자적 평화안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 반환 없이는 종전이나 휴전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중국의 중재안은 현재 영토 인정을 전제로 한 즉각적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내용이다.

중러 정상회담 이후 시 주석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신호는 있었지만 구체적이지 않다. 확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의 우크라이나 정교회 교회 공동묘지를 방문해 러시아군에 희생된 민간인들을 추모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국제질서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부차=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 외곽 부차의 우크라이나 정교회 교회 공동묘지를 방문해 러시아군에 희생된 민간인들을 추모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침략을 국제질서 근간을 흔드는 폭거라고 비난했다. 부차=AFP 연합뉴스


기시다, 우크라이나에 5억 달러 추가 지원 약속

기시다 총리는 공동기자회견에서 키이우와 부차를 방문해 참극을 직접 목격한 뒤 "러시아의 폭거임을 다시 한번 강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부차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이 일어난 지역이다.

기시다 총리는 또 지금까지 발표한 총 71억 달러(약 9조2,939억 원) 규모의 지원에 더해 5억 달러(약 6,545억 원) 상당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3,000만 달러 상당의 비살상 장비 지원과 4억4,000만 달러 상당의 에너지 무상공여 등이 포함된 액수다.

기시다, 국회 사전 통보 안 하고 전격 방문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처음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6월과 지난해 말, 올해 2월 등 세 차례 키이우 방문을 검토하다 접었다. 5월 G7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3월 초쯤 방문을 결정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국회 회기 중 총리나 각료가 해외에 가려면 국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시다 총리는 보안을 위해 해당 절차를 생략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는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데 대해 "이해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의 우크라이나 방문이 국익에 부합하는 만큼 초당적 지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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