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다른 콩팥을 이식해도 5년 생존율 90% 넘어

입력
2023.03.25 06:40
구독

콩팥 기능이 망가지면 투석 치료를 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법은 콩팥이식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콩팥 기능이 망가지면 투석 치료를 하지만 가장 좋은 치료법은 콩팥이식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다양한 이유로 콩팥 기능이 떨어져 투석(透析)을 받아야 하는 환자에게 콩팥이식은 최고의 치료법이다. 하지만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을 받으면 일정 시간이 들기에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투석 치료를 해도 건강한 콩팥이 하던 기능을 모두 대신하지는 못한다. 그런데도 콩팥이식은 투석과 비교해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존율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혈액 내 항체 제거 통해 혈액형 달라도 이식 가능

생체 콩팥이식을 하려면 배우자ㆍ부모ㆍ형제ㆍ자매 등 가족이 대개 기증을 하게 된다. 공여자가 건강하다면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콩팥이식을 하기 전에 전 처리를 통해 콩팥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 이를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시작해 현재 국내 생체 콩팥이식의 3분의 1 정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정수웅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혈액형 항원은 크게 A와 B 항원이 있는데 혈액 내에는 본인에게 없는 혈액형 항원에 대한 항체가 존재한다. 즉, A형인 사람은 B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를 가지고 있고 O형인 사람은 A와 B에 대응하는 항체 모두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A형인 사람(B형에 대응하는 항체가 존재)이 B형 혹은 AB형의 사람으로부터 콩팥 기증을 받는다면 공여자 콩팥의 혈관내피세포 및 세뇨관 세포에 표현된 B 항원에 대한 거부 면역 반응이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이때에는 콩팥이식에 앞서 수혜자의 혈액 내 항ABO 항체를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탈감작 요법).

탈감작 치료란 이미 존재하는 항체를 제거하고, 추후 항체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서 혈장분리교환술(plasmapheresis)과 리툭시맙, 면역글로불린이 근간이 된다.

따라서 일반 콩팥이식과 달리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은 이식 예정일보다 5~7일 정도 일찍 입원해 탈감작 치료를 받게 된다.

◇콩팥이식 때 가장 중요한 혈장분리교환술

(1)혈액 내 항체를 직접 제거하는 전(全)혈장교환술

이미 존재하는 항체를 제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치료법인 혈장분리교환술에는 전혈장교환술(total plasma exchange), 이중 필터 혈장분리교환술(double filtration plasmapheresis), 면역흡착술(immunoadsorption)이 사용한다. 어떤 방법이 더 좋다고 알려지지는 않았으며, 현재 대다수의 국내 기관에서는 전혈장교환술을 시행하고 있다. 전혈장교환술은 말 그대로 수혜자 혈장을 제거하고 알부민이나 신선 동결 혈장으로 보충함으로써 혈액 내 존재하는 항ABO 항체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시술이다.

대개 이식 수술 예정 1주일 이내에 시행하는데 수혜자가 가진 항체의 양에 따라 최소 1~2회, 최대 4회 이상 시행해 항체 역가를 줄인다. 이를 위해 혈관 내 카테터가 필요하며 1회당 2~4시간 걸린다.

(2)표적 항암제로 항체 생성 억제

표적 항암제인 리툭시맙은 본래 악성 림프종 치료제로 개발ㆍ사용되고 있지만 B 림프구를 선택적으로 사멸시키는 효과도 있어 탈감작 치료로 쓰인다. B 림프구는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로 분화하므로 리툭시맙을 투여해 선택적인 B 림프구의 파괴는 항ABO 항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리툭시맙이 B 림프구를 충분히 줄이기 위해서는 1주일 이상 걸리므로 대개 콩팥이식 2~4주 전에 투여한다.

마지막으로 면역글로불린 투여는 면역 반응을 완충함으로써 항체 매개성 거부 반응을 예방한다. 보통 혈장교환술 시행 후 투여하지만 아쉽게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콩팥이식 후 2주 거부 반응 집중 추적 관찰해야

콩팥이식 전 충분한 전 처치 요법을 통해 항ABO 항체를 줄여도 이식 후 혈액 내 항체량이 늘어날 수 있다. 항체 매개성 거부 반응은 대부분 이식 후 첫 2주 안에 발생하므로 이 시기에는 항체 역가를 집중적으로 추적 관찰해야 한다. 만약 항ABO 항체 역가가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한다면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혈장교환술을 시행해 그 양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콩팥이식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항ABO 항체가 존재하지만 이식 콩팥을 공격하지 않아 콩팥 조직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처럼 거부 반응이 없는 ‘순응’ 시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개 이식 2주 후에 발생한다. 결론적으로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을 시행할 때 이식 후 초기에만 일시적으로 낮은 항ABO 항체 역가를 유지하고 이후에는 항ABO 항체가 늘어나더라도 이식 콩팥 기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추가적으로 처치가 필요하지 않다.

◇혈액형 부적합 vs. 일치 콩팥이식 생존율 같아

말기 신부전 유병률이 증가하면서 콩팥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의 도입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넓혔다.

콩팥이식 성적은 이식 받은 콩팥이 얼마나 오래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를 평가하는데, 면역억제제 발전과 치료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은 5년 이식 콩팥 생존율이 90 ~95%로 혈액형 일치 콩팥이식과 비교해 비슷한 치료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정수웅 교수는 “다만 혈액형 일치 콩팥이식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강도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므로 콩팥이식 후 감염성 합병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에 면밀한 관찰해야 한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