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가출, 엄마는 외출… 숨진 20개월 아기 옆엔 밥 한 공기만

입력
2023.03.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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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공소장으로 본 인천 20개월 아동학대 사건

사흘 동안 빈집에 홀로 방치돼 있다 사망한 생후 20개월 아이 옆에 김에 싼 밥 한공기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아이 아빠는 1년 전 가출했고, 엄마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외출한 상태였다.

2021년 2월 국회 앞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국회의원 등이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에 '죽음에서 배울 의무'라고 적힌 영정사진 모양 액자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2021년 2월 국회 앞에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국회의원 등이 아동학대사망사건 진상조사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에 '죽음에서 배울 의무'라고 적힌 영정사진 모양 액자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7일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이 사건 공소장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인천에 사는 A(24)씨와 B씨는 2021년 5월 아이를 낳아 함께 길렀지만 남편 B씨는 아기가 생후 8개월 무렵인 지난 1월 A씨와의 불화로 집을 나갔다. A씨는 컴퓨터(PC)방에 게임을 하러 가며 자주 혼자 아기를 방치했고, 특히 지난해 11월 남자친구와 교제를 시작하면서 외출과 외박이 잦아졌다.

장기간 방임으로 아이는 발육 부진, 영양 결핍에 시달렸다. 그러다 지난 1월 말 A씨는 남자친구의 일을 돕고 함께 술을 마시며 60시간 넘게 아이만 홀로 집에 방치했다.

결국 아이는 탈수와 영양 결핍으로 사망했고, 아이 옆에는 김을 싼 밥 한 공기만 있었다. 물이나 다른 음식은 없었다.

A씨는 남편으로부터 1주일에 5만~10만 원가량 생활비를 받았지만, 도시가스와 수도요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등 생활고를 겪었다. A씨 집 우편함에서는 도시가스요금 납부를 독촉하는 우편물이 발견됐고, 현관문에는 수도요금 미납 고지서도 붙어 있었다. 아이 앞으로 매달 지급되는 아동수당 10만 원과 양육수당 15만 원은 A씨 남편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달 아동학대살해죄와 상습아동유기·방임 혐의로 구속됐다. 아동학대살해죄는 사형·무기징역이나 7년 이상 징역형이 선고된다.

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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