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는 지금 '리메이크' 열풍… "신곡 실종" 아쉬움도

입력
2023.03.28 14:00
수정
2023.03.28 14:17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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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 유튜브서 시작된 '리메이크 프로젝트'
음원 차트 점령하는 등 화제성 챙기며 여전히 활발
"명곡의 인기 보장된 전략"… "신곡 실종" 우려도

가수 김연지는 지난 15일 '귀호감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그룹 씨야 시절 히트곡이던 '사랑의 인사'를 리메이크 발매했다. 제작사 SUMMIT 제공

가수 김연지는 지난 15일 '귀호감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서 그룹 씨야 시절 히트곡이던 '사랑의 인사'를 리메이크 발매했다. 제작사 SUMMIT 제공

지난 15일 그룹 씨야 출신 가수 김연지(37)가 씨야 활동 당시의 히트곡 ‘사랑의 인사’를 16년 만에 다시 불러 화제가 됐다. 지난 1일에는 발라드 그룹 포맨도 2005년 그룹 테이크의 곡 ‘나비무덤’을 재해석한 음원을 냈고 발라드 가수 전상근 역시 지난달 나윤권의 명곡인 ‘나였으면’을 불러 발매했다. 국내 발라드 시장에 어느새 ‘리메이크’가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오프라인 무대 없어지자 유튜브서 ‘리메이크' 열풍

722 스튜디오의 리메이크 프로젝트 '방구석 캐스팅'에 출연해 그룹 버즈의 '모놀로그'(Monologue)를 부른 가수 테이의 뮤직비디오. '방구석 캐스팅' 유튜브 영상 캡처

722 스튜디오의 리메이크 프로젝트 '방구석 캐스팅'에 출연해 그룹 버즈의 '모놀로그'(Monologue)를 부른 가수 테이의 뮤직비디오. '방구석 캐스팅' 유튜브 영상 캡처


가수 임창정이 스튜디오 보고파에서 제작한 유튜브 웹예능 '차트맨'에 출연해 가수 한동근의 '그대라는 사치'를 부르고 있다. '차트맨' 유튜브 영상 캡처

가수 임창정이 스튜디오 보고파에서 제작한 유튜브 웹예능 '차트맨'에 출연해 가수 한동근의 '그대라는 사치'를 부르고 있다. '차트맨' 유튜브 영상 캡처

코로나19로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없었던 지난 3년 동안 음반 기획사·제작사 다수는 유튜브를 무대 삼아 자체적으로 리메이크 프로젝트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기획사 리본이 2021년부터 주관한 음악 기획 ‘리본 프로젝트’가 대표적. 과거 인기곡을 현 세대 가수가 리메이크하는 형식으로 유튜브와 멜론 차트 등에 각각 뮤직비디오와 음원이 동시에 발매되는 식이었다. 가수 필이 2005년에 발표했다가 2021년 그룹 멜로망스의 김민석이 다시 불러 국민적 인기를 누린 ‘취중고백’ 역시 이 프로젝트의 12번째 음원이었다. 지난해 9월까지 진행된 이 프로젝트에선 총 15개의 리메이크 곡이 발표됐다.

제작사 722 스튜디오가 2020년부터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 시작해 화제를 불렀던 ‘방구석 캐스팅’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방구석 캐스팅을 통해 가수 테이가 다시 부른 버즈의 2003년 발매곡 '모놀로그'(Monologue)는 멜론 톱 10 차트 안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프로듀서 김형석의 곡을 재해석하는 '메모리즈 프로젝트', 기획사 SUMMIT에서 이번 달 새로 선보인 '귀호감 프로젝트' 등 비슷비슷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뮤비와 음원 공개에 그쳤던 기존 방식과는 다르게 최근 새로 선보이는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예능 형태를 띠기도 한다. 스튜디오 보고파는 지난 1일 유튜브 채널 ‘키킥’을 통해 ‘차트맨’이라는 웹예능을 새롭게 선보였다. 두 명의 가수가 서로의 곡을 바꿔 부르고 음원 차트에 올리는 것을 미션으로 하는 콘텐츠. 첫 게스트로 임창정과 한동근이 출연해 각각 상대 곡인 ‘그대라는 사치’와 ‘오랜만이야’를 불렀는데, 임창정의 ‘그대라는 사치’는 발매 하루 만에 멜론 톱 100 차트에 56위로 진입해 영향력을 입증했다.

화제성 보장된 전략… “신곡 히트곡 실종” 우려도

가수 DK가 리메이크 프로젝트 '귀호감 프로젝트'에 출연해 에메랄드 캐슬의 명곡 '발걸음'을 다시 불렀다. 제작사 SUMMIT 제공

가수 DK가 리메이크 프로젝트 '귀호감 프로젝트'에 출연해 에메랄드 캐슬의 명곡 '발걸음'을 다시 불렀다. 제작사 SUMMIT 제공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대중성이 검증된 명곡을 다뤄 화제성이 보장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버즈, 브라운 아이즈 등으로 대표되는 2000년대 초반 발라드는 현대적인 곡 구성을 갖추고 있어 요즘 발라드로 재해석하기에 어색하지 않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발라드 리메이크는 원곡을 그대로 유지해 405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만으로도, 가수를 달리 하는 것만으로도 1020세대에 충분히 새로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편곡의 장벽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리메이크 곡과 달리 발라드 신곡이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 평론가는 "빠른 템포의 댄스 음악, 숏폼 영상이 주류가 된 K콘텐츠 시장에선 속도감이 중요해졌다"며 "그런 점에서 빨라질 수 없는 장르인 발라드는 신곡이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사랑받았듯이 결국 양질의 노래를 선보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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