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종북몰이 폄훼 말라"... '北 지령' 민주노총 간부 구속되자 입장 발표

입력
2023.03.28 14:40
수정
2023.03.2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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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수수색으로 100건 넘는 대북통신 문건 확보
국정원, 이례적으로 입장 발표하며 전면에
민주노총 "색깔론에 기댄 이념공세 규탄"

지난 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한 국정원 직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 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한 국정원 직원들의 모습.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고 지령을 받아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됐다. 국가정보원은 이례적으로 "주요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했다"며 영장 청구배경을 소개했다.

국정원은 28일 언론 공지문을 통해 "수원지방법원은 국정원과 경찰(국가수사본부)이 수원지방검찰청을 통해 청구한 민주노총 조직국장 A씨와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 금속노조 전 부위원장 C씨, 금속노조 전 조직부장 D씨 등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1월 18일 단행한 압수수색을 통해 약 100여 건이 넘는 대북통신문건을 찾아냈으며, 문건 해독·분석 과정에서 국가보안법상 목적 수행 간첩과 자진지원, 특수 잠입·탈출 및 회합, 편의제공 등 주요 범죄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했다.

검찰이나 경찰이 아닌 국정원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입장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 국정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입장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핵심 간부가 연루된 중요 사건에 대해 일각에서 '간첩단 조작' '종북몰이'로 폄훼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범죄사실 중 국가기밀 탐지·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광저우, 캄보디아 프놈펜,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기구 소속 공작원을 세 차례 만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북측과 수년간 통신으로 연락하면서 100여 차례에 걸쳐 대북 보고문, 대남 지령문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노총 산하 전·현직 간부 3명도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 공작원을 만난 혐의가 적용됐다.

민주노총은 국정원의 보도자료에 성명을 내고 "최종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민주노총을 엮어 불순한 의도를 관철하려는 국정원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색깔론에 기댄 이념 공세이고 구시대의 유물인 국정원과 국가보안법의 생명 연장"이라며 "민주노총의 운영이 마치 외부의 지령을 받은 일부에 의해 장악되고 관철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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