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국산화 의지 놓을까 우려"...소부장 중기, 日 수출규제 해제에 '기대반 걱정반'

"소부장 국산화 의지 놓을까 우려"...소부장 중기, 日 수출규제 해제에 '기대반 걱정반'

입력
2023.03.29 09: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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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 규제 해제…소부장 일본 기업 유치 시도
소부장 국산화 사업 이후 국내 기업 우려 교차
"반도체 생태계 활성화하며 소부장 지원 계속돼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반도체 소재·부품 중소기업.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반도체 소재·부품 중소기업.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대로 정부가 소부장 국산화 의지를 놓을까 걱정입니다."


#. 14년 된 자동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의 임원 A씨는 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해제로 긍정적 영향이 없지 않지만 소부장 국산화가 흐지부지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소부장 분야 정부 지원 예산을 줄인 데다 일본 기업을 국내에 적극 유치하겠다고 밝히면서 성장세가 꺾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A씨는 28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개발(R&D)에 주력해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이대로 시장이 열리면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 기업 유치…대·중소기업 시선 엇갈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일본 도쿄 더 프린스 파크타워호텔 기자단 브리핑룸에서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일본 도쿄 더 프린스 파크타워호텔 기자단 브리핑룸에서 제9차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 논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을 전후해 일본의 소부장 핵심소재 수출 규제가 3년여 만에 사라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일본 수출 규제 해제가 당장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지만 국내 중소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부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분야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업황 자체가 좋지 않은데 일본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면 선진화를 포기하는 중소기업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경기 용인시에 조성할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기술력 있는 반도체 소부장 업체들을 대거 유치하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일본 업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위험할 수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소부장 핵심소재가 필요한 대기업들이 그동안 납품받던 국내 기업들에 곧바로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며 "국산화에 대한 의지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과의 공조가 국내 기업들이 성장하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대기업 입장에선 (수출 규제로)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기회가 됐다"면서 "일본과의 교역 활성화를 연구개발이나 혁신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정부는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에 들어가는 3개 핵심 소재(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고순도 불화수소)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우리나라를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뺐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국으로 수출되는 전략물자가 제3국으로 유출될 우려가 있다"고 했지만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응으로 무역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했다. 정부는 국내 소부장 육성을 위해 전폭 지원에 나서면서 소부장의 국산화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소부장 업체 지원 늦추지 않아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수입액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로 10.7%포인트(p) 감소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소부장 수입액의 경우 34.4%에서 24.9%로 9.5%p 줄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공조는 이어가되 국내 기업에 대한 보호정책을 적절히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특정 기술이나 품목에 대해선 중소기업형 사업을 설정해 일본 기업들이 협력사 체제로 들어올 수 있게 정부에서 적절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분야는 가까운 곳에 안정적 공급망을 두고 거래하는 생태계 유지가 중요하다"면서 "우리 기업들의 기술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지원을 병행하는 동시에 일본과 협업해 일부 기술을 전수받는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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