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KT&G, 행동주의 펀드와 표 대결서 '압승'…배당 5000원·사외이사 유지

입력
2023.03.28 18: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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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주주 국민연금 향방이 승패 갈라
FCP "국민연금, 주가 하락 길 택해"
KT&G "주주들의 판단 존중한다"

28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제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검표가 진행되고 있다. KT&G 제공

28일 대전광역시에 위치한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제3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검표가 진행되고 있다. KT&G 제공


KT&G가 행동주의 사모펀드와 벌인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이겼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7.08%)과 IBK기업은행(6.93%)이 현 이사회 손을 들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이 승패를 갈랐다는 분석이다.

이날 열린 주총은 KT&G의 '운명의 날'로 불리며 많은 관심이 쏠렸다. 행동주의 펀드가 올해로 민영화 21년째인 회사의 경영 시스템과 주주 환원 전략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회사의 소유·사업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점쳐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8일 오전 11시 30분 대전시 대덕구 KT&G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KT&G 정기주주총회에서 현금 배당안, 사외이사 선임, 자사주 소각·취득 등 주요 안건이 모두 KT&G 이사회의 제안대로 통과됐다.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은 배당 확대와 사외이사 증원 등을 요구했지만 주주들의 표심을 얻지 못했다.



배당 승인·사외이사 선임도…KT&G '압승'

28일 대전시 인재개발원에서 KT&G 제36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KT&G 제공

28일 대전시 인재개발원에서 KT&G 제36기 정기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KT&G 제공


이날 주총에는 전자투표와 위임장 제출을 포함해 주주 3,477명이 참석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81.17%에 해당한다. 앞서 KT&G 현 경영진, 안다자산운용, FCP가 한꺼번에 주총 안건을 올려 이날 다룬 안건만 35개에 달했다.

주총 결과 이익 배당 승인 건에서는 자사의 보통주 1주당 5,000원 배당안이 출석 기준 68.1% 찬성표를 얻어 가결됐다. 애초 안다자산운용은 7,867원, FCP는 1만 원의 주당 현금배당을 제안했으나 각각 1.5%, 32.2%가 찬성하는 데 그쳤다. FCP는 회사가 6조 원이 넘는 현금화 가능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나 주주 환원에 소극적이라며 배당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사외이사 수를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안도 34.9% 찬성에 그쳐 부결됐다. 반면 6명 유지 안은 주주의 64.4%가 찬성했다. 사외이사 선임의 건은 현 이사회가 추천한 김명철 전 신한금융지주 CFO, 고윤성 한국외국어대 교수가 재선임되면서 FCP가 추천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대표이사 등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애초 행동주의 펀드는 외국인과 소액주주 지분율이 62.9%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의 참석률에 따라 이번 주총에 승산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KT&G 경영진을 지지하고 IBK기업은행도 뒤를 따라가면서 소액주주 결집으로도 판을 뒤집지는 못했다.

FCP 측은 국민연금의 행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상현 FCP 대표는 "수천만 명의 자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이 왜 주가가 떨어지는 길을 택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면서 "지지해 준 주주들을 생각해 전략을 가다듬어 주주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한숨 돌린 KT&G는 백복인 사장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게 됐다. 백 사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투자를 통한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믿고 지지해 준 주주님들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앞으로 장기적 관점의 성장 투자와 기술 혁신, 공격적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글로벌 톱 티어(Top-tier)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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