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KT 박종욱 비대위 체제로…구현모 대표·야권 성향 사외이사 조기 퇴진

입력
2023.03.28 18:30
수정
2023.03.28 18:4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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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임기 종료 사흘 앞두고 퇴진
야권 성향 김대유·유희열 이사도 사퇴
박종욱 사장 임시 CEO 맡아
비상경영위원회 구성…지배구조 개선 논의

KT 임시 대표이사(CEO)를 맡아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게 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KT 제공

KT 임시 대표이사(CEO)를 맡아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게 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KT 제공


새 대표이사(CEO) 선출 과정에서 극도의 혼란을 겪고 있는 KT가 결국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현직인 구현모 대표는 임기 종료를 사흘 앞두고 조기 퇴진했고 야권 성향 사외이사들도 물러나기로 했다. 사장단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했지만 길게는 몇 달 동안 경영 공백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KT는 28일 "구 대표가 일신상의 사유로 대표이사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CEO 후보였던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이 27일 후보직을 사퇴한 만큼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CEO 직무를 임시로 맡는다.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도 "최근 일련의 과정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이사회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이사는 참여정부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지냈고 유 이사는 국민의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차관을 지냈다. 두 사람 모두 KT이사회 내부에서 야권 성향 인사로 분류됐는데 임기는 1년 이상 남은 상태였다. 31일 주총에서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될 경우 KT 이사회는 최대 열한 명 정원 중 사내이사 0명, 사외이사 단 한 명만 남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회사는 박 사장을 비롯한 사장단을 중심으로 한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 안에 '성장지속 태스크포스(TF)'와 '뉴 거버넌스 구축 TF'를 운영한다. 성장지속 TF는 고객서비스·마케팅·네트워크 등 사업 현안을 논의한다.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꾸려진다. 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물도 일부 포함시킬 계획이다. 새로운 CEO 선정과 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회사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 전문기관을 통해 국내외 기업 지배구조 우수 사례도 분석할 예정이다. 앞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실이 KT의 지배구조 자체를 두고 "이익 카르텔"이라고 비판한 만큼 해당 논란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KT 이사회는 앞으로 뉴 거버넌스 구축 TF가 마련한 개선안을 바탕으로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인 만큼 지배구조 개선부터 새 CEO 및 사외이사 선임까지 약 5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전했다. 만약 해당 작업이 길어질 경우 올해 8월 말까지 사실상 경영 공백을 피하기 어렵다.

임시 사령탑을 맡게 된 박 사장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경영 및 사업 현안들을 신속히 결정해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사장은 지난해 1월 안전보건 업무 총괄(CSO)을 겸직하며 구 대표와 각자대표로 활동했다. 그는 같은 해 3월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둔 시점에서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밝히자 주총을 앞두고 CSO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사장은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기소됐는데, 국민연금은 '기업 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자'로 규정했다. 국민연금이 구 대표와 윤 사장 CEO 선임안에 제동을 건 상황에서 한 차례 갈등을 빚었던 박 사장이 임시 CEO를 맡게 되자 '또다른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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