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부활 논란'에 당혹스러운 '네카오'…네이버는 접고 카카오는 강행

입력
2023.05.23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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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트렌드를 전면에 보여주는 서비스
여론 조작 의혹에 접었던 실검 부활 지적까지

포털 다음(Daum)에서 제공하는 '투데이 버블' 서비스 예시. 카카오 제공

포털 다음(Daum)에서 제공하는 '투데이 버블' 서비스 예시. 카카오 제공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와 카카오가 온라인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화제가 되는 트렌드를 보여주는 서비스를 선보이려다 '실시간 검색어(실검) 부활' 논란에 휩싸였다. 정치권에서까지 실검을 통한 포털의 여론 장악 시도라는 비판을 제기하자 네이버는 서비스 출시를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반면 카카오는 논란을 최소화하되 예정대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하반기 '트렌트 토픽' 서비스를 출시하려다가 현재는 서비스 도입을 처음부터 다시 살피기로 있다. 네이버는 당초 모바일 앱 검색홈에서 관심사 및 트렌드에 따라 자동으로 키워드를 추천하는 기능을 일부 이용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다. 여행, 예능, 스포츠 등 요즘 뜨는 주제의 추천 콘텐츠, 연령별 인기 콘텐츠를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이 선별해 보여주는 식이다.

하지만 정식 출시 되기도 전 이 서비스가 실검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네이버는 상당히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실검 기능이 무분별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되거나 정치적 목적에서 악용돼 여론을 왜곡한다는 비판에 네이버는 2021년 2월 이를 폐지했다. 네이버 측은 "실검은 특정 세력이 검색어를 반복 입력하는 식으로 조작이 가능하지만 트렌드 토픽은 검색어를 기반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 등 민감한 키워드를 제외한다"고 부인했지만 사실상 서비스 출시를 철회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다.



총선 앞두고 부담 느낀 네이버, 출시 전면 재검토

폐지 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화면. 네이버 제공

폐지 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화면. 네이버 제공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도 온라인에서 자주 언급되는 관심사를 검색 결과창에서 열쇳말로 보여주는 '투데이 버블' 베타 서비스를 10일 시작하며 실검과는 차별화 한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과거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①다음 검색이라는 단일 서비스 안에서 이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에 대한 통계 정보를 활용했고 ②순간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한 양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뽑았다"며 "반면 새로운 투데이 버블은 ③분석의 기준이 되는 시간을 수일로 늘렸으며 ④키워드를 순위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에서는 두 회사를 둘러싼 실검 부활 의혹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3년 전 폐지된 실검과는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라며 "여론 선동의 숙주 역할을 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카카오서 독립한 다음 "논란될 키워드 노출 안해"

네이버의 '트렌드 토픽' 참고 이미지. 네이버 제공

네이버의 '트렌드 토픽' 참고 이미지. 네이버 제공


두 회사가 갖가지 의혹에 휩싸이는 것을 감수하고도 이런 서비스를 준비했던 이유는 실검 폐지 이후 포털이 실시간 트렌드를 전달하는데 약점을 보여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진이나 대형 사고와 같은 재난 상황이나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 포털보다는 유튜브,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용자가 몰리고 있었다. 포털 업체들은 이용자들을 자사 서비스에 더 오래 묶어둘 방안이 필요했던 것이다. 다만 이미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포털 규제 압박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네이버는 논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는 하지 말자는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다음은 최근 카카오로부터 분사·매각될 수 있다는 위기설까지 나온 만큼 이용자 유입이 더 중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15일로 다음사업 부문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분리 운영하기로 결정했는데 이를 두고 다음 사업을 떼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NHN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검색엔진 유입률(검색 점유율)은 네이버 62.81%, 구글 31.41%, 다음 5.14% 순이었다. 이에 카카오는 투데이 버블에 유해 콘텐츠나 상업적 정보, 정치 등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제에 대해선 아예 노출하지 않기로 하며 논란을 피해가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베타 테스트로 운영 중인 만큼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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