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타고 北 일가족 귀순… 코로나로 급감했던 '탈북 러시' 이어지나

입력
2023.05.18 17:30
수정
2023.05.18 20: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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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단위 '어선 탈북' 2017년 이후 처음
극심한 식량난에 '목숨 건 탈북' 한 듯
북중 국경 봉쇄 풀리며 탈북 증가 조짐

올 3월 2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남포시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밭의 관개체계를 완비하기 위한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고 있다"라고 보도하면 게재한 사진. 평양=노동신문 뉴스1

올 3월 24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남포시의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밭의 관개체계를 완비하기 위한 투쟁을 강력히 전개하고 있다"라고 보도하면 게재한 사진. 평양=노동신문 뉴스1

일가족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북한 주민이 지난 6일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관계 당국은 합동조사를 통해 귀순 의사 등을 파악 중이다. NLL을 통한 가족 단위 ‘어선 탈북’은 2017년 7월 이후 6년 만이다. 극심한 식량난이 귀순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일가족 탈북과 관련해 “해당 사안에 대해 관계기관에서 귀순 의사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안은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군 당국은 6일 밤 서해에서 북한 어선 1척이 NLL 인근에 접근하는 동향을 포착하고, NLL을 넘자마자 병력을 투입해 신병을 확보했다. 어선에는 어린이를 포함해 10명을 넘지 않는 주민이 타고 있었으며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귀순 의사를 파악한 군 당국은 7일 이들을 군부대로 이송했으며 현재 수도권 소재 조사시설에서 국가정보원과 군, 통일부 등 관계 당국이 합동신문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 귀순의 경우 합동신문은 통상 1, 2개월 소요된다. 귀순 의사가 최종 확인되면 북한 이탈주민 정착사무소인 하나원에서 3개월 간 남한 사회 적응 교육을 받는다.

북한이 아직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 봉쇄를 이어가며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의 탈북 과정은 순탄치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극심한 식량난이 목숨을 건 탈북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 3월 국회 보고에서 "북한의 양곡 정책, 유통 과정의 문제,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연간 약 80만 톤의 쌀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유엔인권이사회(UNHCR)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인구의 42%가 식량 부족으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어선 탈북은 향후 대규모 탈북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국내 입국 탈북민은 2019년 1,047명이었지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급감해 △2020년(229명) △2021년(63명) △2022년(67명)에 그쳤다. 올 1분기에는 34명을 기록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통상 탈북민은 북한을 빠져 나와 중국에 머물다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태국 등으로 이동한 뒤 한국으로 넘어온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내 이동이 제한돼 국내 입국 탈북민 수가 크게 줄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이후 봉쇄가 점차 풀리면서 막혔던 '탈북 루트'는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중국과의 국경 봉쇄를 조만간 해제할 조짐이라 탈북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승임 기자
유대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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