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레이저' 시설 유치로 차세대 산업 견인 노리는 전남도

입력
2023.05.30 01: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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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방사광 가속기 무산 후 대안으로 낙점
2021년 추진위 발족 이후 조례 제정 등 잰걸음
2025년 세계 시장 규모 20조 이상 예상
200PW급 연구시설 구축 필수적 상황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 타당성 토론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구축 타당성 토론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총사업비 9,000억 원 이상이 투입되는 정부의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 공모가 8월쯤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방사광 가속기 유치에 실패한 전남도는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유치를 대안으로 정하고 가장 먼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전남도는 8월 공모 이후 올해 안에 예비타당성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유치 준비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나주혁신도시 50만㎡ 부지 선정

29일 전남도 관계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늦어도 8월쯤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공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2021년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추진위원회' 발족 이후 준비해 온 전남도의 경쟁력을 예타 과정에서 보여준다면 유치 성공 가능성이 분명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나주혁신도시 50만㎡를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부지로 계획 중이다. 도 관계자는 "해당 부지가 시설 유치가 충분한 넓은 면적임은 물론 이미 안정적 지반과 편리한 정주여건까지 갖춘 곳"이라며 "2020년 방사광 가속기 유치 실패 때도 대규모 연구시설 부지로서의 장점은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2021년 추진위원회를 구성했고 지난해 9월에는 광주전남 국회의원 18명과 함께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나주 유치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지난 3월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난 김영록 전남지사도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에너지, 반도체, 우주항공,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한 미래성장 산업의 핵심 기반시설인 만큼 정부가 조속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면서 유치 결정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도 선점하고 있다. 2021년 레이저 관련 2개 대학, 7개 연구기관, 7개 학술단체 등 기관·단체들과 업무협약도 체결했고, 지난 2월에는 호남뿐 아니라 영남권 대학과 '레이저 전문인력 양성협약을 맺어 숙련인력 확보 방안까지 마련했다.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레이저산업 조례도 제정했다. 도 관계자는 "광주에 있는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한국광기술원·전남테크노파크 레이저센터 등과 연계할 수 있는 나주가 최적의 입지라는 점을 부인할 수 있는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GIST에서 운영 중인 4PW 규모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모습. 전남도 제공

광주광역시 GIST에서 운영 중인 4PW 규모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모습. 전남도 제공


국내 기술력 주요국 대비 절반 수준

초강력 레이저는 짧은 시간에 강력한 세기와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인공광선이다. 반도체와 원자력, 정밀가공 등 차세대 첨단산업에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14조 원 정도인 세계 시장 규모가 2025년에는 20조8,000억 원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50~200PW급 연구시설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 이종민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 추진위원장도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은 기초과학 분야뿐 아니라 미래 첨단산업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융·복합 혁신기술을 창출한다"면서 대한민국 위상을 상승시킬 수 있는 필수 연구시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재 GIST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이 4페타와트(PW)급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국내 기술력은 주요국 대비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핵심 부품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가 과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200PW급 초강력 레이저 시설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나주 유치 필요성이 제기된다. 연구시설 상주 인력은 300명 정도로 예상되지만 도는 클러스터 조성까지 이뤄지면 나주에 5,000명가량의 인구 유입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강상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초강력 레이저 연구시설을 전남에 유치하게 되면 대한민국 차세대 산업을 견인하는 호남권 유일 세계적 수준의 대형 연구시설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무안= 박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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