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1박2일 '노숙 집회'에... 당정, 집시법 개정 추진할 듯

입력
2023.05.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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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및 故 양회동 조합원 추모 집회를 마친 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윤석열 정부 규탄 및 故 양회동 조합원 추모 집회를 마친 뒤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방면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과 정부가 21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 방안을 논의했다.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1박 2일' 노숙집회를 계기로 불법집회·시위에 대한 정부의 엄정 대응 기조를 강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로 고위 당정협의회를 개최했다. 국민의힘에선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이, 대통령실에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16, 1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를 계기로 마련됐다. 당시 노조원들은 최근 분신해 숨진 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를 추모하며 윤석열 정부에 강압 수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경찰이 집회를 금지한 16일 오후 5시 이후에는 다른 단체가 주최한 '이태원 참사 추모 문화제'에 참여하는 식으로 야간 집단행동을 이어갔다. 1만4,000여 명이 서울광장과 청계광장 일대에 모여 돗자리 등을 깔고 노숙했고, 이튿날엔 서울지방고용청 앞 8차로를 모두 점거했다.

당정협의회에선 이 같은 방식의 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입법 보완책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원내대표는 19일 취재진과 만나 "심야시간에 (집회·시위를) 적절히 제한해야 하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되, 다수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하는 부분은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9년 야간 옥외 집회·시위를 규제하는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하지 않아 야간 집회·시위에 대한 법 조항은 현재 공백 상태다.

경찰의 적극적인 강제해산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있다. 박 정책위의장은 최근 "추모제를 벗어난 불법집회 양상으로 변질됐을 때 강제 해산시켰어야 온당할 것"이라며 "물대포를 없애고 수수방관하는 대응으로는 난장 집회를 못 막는다"고 주장했다. 윤 청장도 18일 브리핑에서 "앞으로 야간문화제 등을 빙자한 불법집회는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며 "불법집회 전력이 있는 단체의 유사 집회는 금지·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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