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盧 추도식 참석... 5·18 이어 국민통합 행보

입력
2023.05.23 16:1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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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
4년 연속 '보수정당 대표' 참석
한 총리 "한일 관계 불 지폈다"
尹 정부 긍정평가에 야유 나오기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김해=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4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김해=뉴스1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참석했다. 야권 인사를 중심으로 치러온 추도식에 4년 연속 모습을 드러내며 국민통합 및 외연확장 행보에 나선 것이다.


김기현, 노 전 대통령에 "철학 달라도 예우, 존중"

김 대표는 이날 박성민 전략기획부총장,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등과 함께 노 전 대통령 14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을 찾았다. 2020년 주호영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을 시작으로 4년 연속 보수정당 대표(권한대행 포함)가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이다. 김 대표는 2021년에도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자격으로 12주기 추도식을 찾은 바 있다. 정부를 대표해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실에선 이진복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김 대표는 추도식 참석 전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의 정치 선진화를 위해 더 이상 전직 대통령의 흑역사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과 생각과 철학을 달리한다고 해도, 전직 대통령으로 예우하고 존중하는 뜻을 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도식 행사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옆자리에 앉은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만나 밝은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추도식 참석은 국민의힘이 최근 공들이고 있는 국민통합 행보와 맞닿아 있다. 김기현 대표 체제 출범 직후 일부 최고위원들이 광주 5·18 민주화운동,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실언을 하는 바람에 중도층이 떨어져 나간 만큼 외연 확장을 모색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앞서 김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90여 명은 지난 18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거제시 장목면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거제=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경남 거제시 장목면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거제=뉴스1


"전직 대통령 박해받았다"... 文에 불편한 감정 그대로 드러내

다만 보수 진영 지지층을 겨냥한 행보도 빼놓지 않았다. 김 대표는 이날 추도식 참석 전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을 "우리 당의 뿌리"라고 칭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금융실명제, 부동산실명제, 공직자재산등록 등 과감한 개혁에 앞장서 오늘의 자유 대한민국, 공정한 나라를 만드는 데 누구보다 큰 역할을 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언급 도중 "저는 바로 직전 대통령으로부터 엄청난 정치적 박해를 받았던 피해 당사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한 총리도 이날 추도사에서 '동북아 시대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한 차원 높은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윤석열 정부가) 얼어붙었던 한일관계에 불을 지피며, 평화와 공존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에 대한 평가가 정치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도식을 찾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은 한 총리를 향해 "(연단에서) 내려오라"며 야유를 보냈다.


김해·거제=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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