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싱가포르서 국방장관 회담하자' 미국 제안 거절"

입력
2023.05.30 08:56
수정
2023.05.30 15:0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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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중, 막판까지 조율 않고 직설적 거절" 보도
"미국의 '중국 국방부장 제재' 유지가 결정적 이유"

미국과 중국 국기를 합성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미국과 중국 국기를 합성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이 미국 정부가 제안한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거절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미중 군사회담 개최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이달 초 중국 측에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 국방부장이 다음 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만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중국은 전날 밤 양국 국방수장의 싱가포르 회담 제안을 거절한다고 공식 통보해 왔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다.

오스틴 장관이 리 부장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는 등 싱가포르 회담 성사를 위해 지난 한 주간 미국 측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중국이 거부 결정을 내렸다고 WSJ는 전했다. 특히 중국의 이번 거절 통보는 과거 막판까지 고위급 회담을 조율하던 것과 비교해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메시지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미중 국방수장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리 부장에 대한 미국의 제재 해제를 요구했지만,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부정적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2018년 러시아 전투기를 구매해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당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이었던 리 부장을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미 국무부는 "리 부장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내부 논의 끝에 결국 '제재 유지'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제재 해제가 먼저'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30일 리 부장의 샹그릴라 대화 참석 계획을 소개하며 "미국은 오스틴 장관과의 회담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선 확인된 바 없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국방부장에 대한 미국의 불법적 제재가 지속된다면 중미 국방장관의 공식 회동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덧붙였다.

미중 관계는 지난 2월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하고,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하지 말라고 중국에 경고하면서 급랭 국면에 빠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정찰풍선 사태로 중국 방문을 전격 취소한 뒤 아직까지 방중 일정을 다시 못 잡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과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이 최근 워싱턴에서 만나는 등 경제 관련 대화는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권영은 기자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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