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상혁 방통위원장 면직 재가… 방송통신 정책 여야 충돌 예고

입력
2023.05.30 18:00
수정
2023.05.30 22:05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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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오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 처리를 앞둔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회에 재의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방송정책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 간 기싸움이 거칠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인사혁신처가 송부한 한 위원장에 대한 청문 조서와 의견서, 검찰 공소장 등을 검토한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한 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7월 말까지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의 임기는 존중하되 국정철학을 함께할 수 없다고 보고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참석자 명단에서 배제해 왔다. 그러나 한 위원장이 최근 종편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TV조선 평가 점수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검찰에 기소된 만큼, 방송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대통령실은 언론에 보낸 문자 공지를 통해 한 위원장의 면직을 결정하게 된 6가지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①먼저 한 위원장이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방통위 담당 국·과장과 심사위원장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로서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했다. ②실무자가 방송사에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했지만 한 위원장이 공정성 있게 판단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또 한 위원장이 ③방통위원들을 속여 TV조선 조건부 재승인 결정이 내려지도록 위계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한 점 ④상임위원들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특정인을 TV조선 재승인 심사위원회에 포함되도록 직권을 남용한 점 ⑤TV조선 재승인 유효 기간을 마음대로 단축한 점 ⑥TV조선 점수 평가 조작 의혹에 대한 언론 취재가 들어오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허위 보도자료를 작성하라고 지시한 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이 방통위원장으로서 지휘·감독 책임과 의무를 위배하여 3명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켰고, 본인이 직접 중대 범죄를 저질러 형사소추 되는 등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러 면직한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한상혁, 면직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소송 제기할 듯

하지만 한 위원장이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집행정지 가처분을 내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예고한 만큼 당분간 면직의 타당성을 놓고 법적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고려해 대통령실은 다음 달 중순쯤 차기 방통위원장을 지명하는 등 후임 인선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차기 방통위원장으로는 윤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대외협력특보를 맡아온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를 보장하고 있는 현행법도 무시하고, 검찰의 억지수사와 부실기소만으로 면직을 밀어붙인 건 결국 '언론장악을 위한 검은 의도' 외에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 면직으로 이른바 '방송 개혁'을 둘러싼 여야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방송법 개정안(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이 충돌의 장이 될 듯하다. 방송법은 공영방송 이사를 현행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려 국회 외에 미디어 관련 학회나 기관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은 추천 단체들이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소속이 많아 공영방송의 정치 편향성 문제가 더 고착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 선출된 친윤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도 "방송·통신 분야에 공적 책무를 바로 세워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개혁 작업에 박차를 가해나가겠다"며 야당에 견제구를 던졌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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