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尹 퇴진' 강의에 해외여행… 대통령실, 내년 '민간단체 보조금' 5000억 삭감

입력
2023.06.04 16:30
수정
2023.07.19 15: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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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사로 1865건 부정·비리 적발
법 개정 통해 외부감사 확대할 방침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감사결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감사결과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통일운동을 한다는 A단체는 한민족 정체성을 대표할 영웅을 발굴해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지난해 6,260만 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정부의 감사 결과, 사업 목적과는 무관한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정권 취임 100일 국정난맥 진단과 처방'이란 강의를 하고,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관한 강의에 강사비 211만 원을 지급한 게 대표적이다.

시민단체 B는 정부의 일자리 사업 보조금을 유용한 사실이 뒤늦게 들통났다. 강의실, PC 설비, 상근직원 등이 없어 보조금사업 수행자격이 없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이후 공동대표 중 1인이 이사장인 사설학원의 시설과 기자재를 단체 소유로 허위 기재해 보조금 3,110만 원을 부정 수급했다. C연맹도 사무총장이 출장비를 빼돌려 여행비로 사용하고 물품제작비를 허위 집행해 착복하는 등 3년간 3,500만 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실은 4일 민간단체 국고보조금에 대한 정부부처 일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총 1조1,000억 원 규모의 사업에 1,865건의 부정·비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 중 1만2,000여 개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 원 규모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결과로, 현재까지 확인된 부정사용 금액은 314억 원에 이른다.

민간단체들의 보조금 편취 방식은 △보조금 횡령과 사적 사용 △거래업체 리베이트 수령 △가족, 임원 등 내부자 부당 거래 △서류 조작 등을 통합 부정 수급 △임의적 수의계약 등 규정 위반 등으로 다양했다.

대통령실 "文정부 때 보조금 이례적 급증"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감사 결과를 토대로 부정이 적발된 단체들에 보조금 환수, 형사 고발,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실은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착수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와 각 부처가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이번에 적발된 사업과 선심성 사업 등을 추려내 내년도 민간단체 보조금을 올해 대비 5,000억 원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보조금 관리 체계도 개선한다. 국고보조금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을 현행 3억 원 이상 사업에서 1억 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대상을 기존 10억 원 이상 사업에서 3억 원 이상으로 각각 확대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회계법인 감사대상 확대는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 보조금도 전자증빙 기반의 관리시스템을 구축해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대통령실은 문재인 정부에서 급증한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원을 지적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코로나 등으로 민간단체에 대한 보조금, 일자리 보조금 등이 이례적으로 늘어난 반면, 정부의 관리 역량은 줄어들어 부정 사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지 말아야 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정정 및 반론보도]

본보는 지난 6월 4일 <혈세로 '尹 퇴진' 강의에 해외여행... 대통령실 내년 '민간단체 보조금' 5000억 삭감> 제목의 기사에서 한 단체가 6,26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일부를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에 관한 강사비로 지급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단체는 묻혀진 영웅을 발견하는 사업으로 2022년에 확정된 보조금 4,800만 원(자부담 1,460만 원 포함 전체 사업비 6,260만 원) 중 1차로 1,500만 원을 지원받았고, 그 후 2차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었음이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또 해당 단체는 "정치 관련 강사비 211만 원은 평가시스템에 관련 예산 항목이 없어 부득이하게 강사비로 입력한 것이며, 실제 심사위원 수당으로 지급한 것이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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