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탄약 지원 필요"... 손 내민 유럽, 선 그은 한국

입력
2023.06.04 18: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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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양자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이종섭(오른쪽) 국방부 장관이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양자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에 앉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이종섭 국방장관은 3, 4일 싱가포르 제20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네덜란드·캐나다·독일·유럽연합(EU)의 안보 수장과도 연쇄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유럽의 아픈 손가락' 우크라이나에 대한 탄약 지원 문제가 언급됐지만, 이 장관은 ‘살상무기 지원 불가’ 원칙을 고수하며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3일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만났다. 국방부에 따르면 양측은 해군 청해부대가 EU 대해적 작전인 ‘아탈란타 작전’에 참여해 해양안보 협력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해양안보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동의했다. 이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거론하며 북한의 위협 억제 및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EU의 지속적인 협력을 당부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요 지역안보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그다음 대목에서 논란이 일었다. 보렐 대표는 회담 후 트위터에 “훌륭한 회의”를 했다며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탄약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보렐 대표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국방부 당국자는 4일 “EU 측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러 상황 개선을 위해 다양한 무기체계와 기타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면서 그중 탄약이 중요하다는 일방적 입장 표명만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탄약 지원은 논의의 대상이 아니어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후 보렐 대표는 다시 올린 글에서 "탄약 필요성을 설명했다"고 수위를 낮췄다.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대한 EU의 일방적 '설명'만 있었을 뿐, 우리와 의견을 주고받는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 장관은 3일 카이사 올롱런 네덜란드 국방장관과 만나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안보 정세, 국방 교류, 사이버 협력을 논의했다. 어니타 어낸드 캐나다 국방장관과 회담에서는 대북제재 이행, 유엔사 임무 등 국방·안보 분야의 긴밀한 공조를 평가하고 방위산업을 비롯한 협력의 외연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어 4일에는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과 만났다. 양국 장관은 전통적 우방국의 오랜 협력관계를 강조하며, 특히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해 한독 국방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자고 밝혔다.

싱가포르=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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