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적자 1,745억 원"… '명동 터줏대감' 서울백병원 83년 만에 폐원

입력
2023.06.05 17:05
수정
2023.06.0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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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전경. 서울백병원 제공

서울백병원 전경. 서울백병원 제공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제대 서울백병원이 경영난으로 이달 중 폐원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이후 83년 만이다. 서울백병원은 2004년 적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까지 누적 적자가 1,700억 원을 넘으면서 폐원을 고려해왔다.

5일 서울백병원에 따르면,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태스크포스(TF)팀에서 결정한 '서울병원 폐원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20년 가까이 계속된 적자가 폐원 수순을 밟는 주된 이유다. 서울백병원은 2014년 처음으로 73억 원의 적자로 돌아선 뒤 지난해 161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 3~4월 두 달간 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누적 적자는 1,745억 원을 넘어섰다.

서울백병원은 경영난 타개를 위해 2016년 경영정상화 TF팀을 만들어 7년간 정상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인력과 병상 감축, 외래 중심 병원 전환, 병실 외래 공사 등을 시행했지만 흑자로 돌아서진 못했다.

병상 수는 기존 400여 개에서 2022년 158개, 올해는 122개로 줄였다. 게다가 내원 환자도 감소하면서 병상 가동률은 2017년 79.1%에서 2021년 52.3%, 2022년 48.7%로 점점 줄었다. 코로나19 일상 회복이 진행된 올 3~4월엔 가동률이 조금 올랐지만 큰 의미는 없었다.

서울백병원의 적자는 그동안 상계백병원·일산백병원·부산백병원·해운대백병원 등 '형제 병원' 4곳에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충당해왔다.

서울백병원 경영정상화 TF팀은 폐원 결정에 앞서 4차례에 걸쳐 외부 경영 컨설팅도 받았다. 그러나 컨설팅 업체 측은 "현재 서울 중구 지역의 해당 건물에서 의료 관련 사업을 시행하기 어렵고, 폐업 후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백병원이 폐원하더라도 직원 393명의 고용은 4곳의 형제 병원으로 전환 배치해 100% 승계한다는 방침이다. 학교법인 인제학원 소유인 건물과 부지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백병원 관계자는 "전체 직원 대상으로 외부 컨설팅 결과와 폐원안에 대한 설명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백병원 폐원의 가장 큰 이유는 서울 도심의 상주 인구가 줄어드는 공동화(空洞化)에 2000년대 들어 서울에 자본력을 갖춘 대형 병원이 잇따라 개원했기 때문이다.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병원에 비해 시설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서울백병원은 종합병원이지만 지상 주차 공간은 11대에 불과하고, 환자들은 주차타워(118대)를 이용해야 했다. 인근 교회, 호텔 등과 협의해 지상 주차 공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내원 환자 편의를 개선하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를 받았다. 땅값이 비싼 도심이어서 병원 확장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한편 서울 강북 도심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병원의 폐원이 이어지고 있다. 동대문병원(2008년), 중앙대 필동병원(2004년), 용산병원(2011년), 성바오로병원(2019년), 제일병원(2021년) 등이 폐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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