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박희영 구청장 보석 석방… 풀려날 때 계란 날아들기도

입력
2023.06.07 10:45
수정
2023.06.07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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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약서 제출·주거지 제한 조건
박 구청장 보증금은 5000만 원

박희영 용산구청장. 연합뉴스

박희영 용산구청장.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희영(62) 서울 용산구청장이 5개월여 만에 보석으로 석방됐다.

박 구청장은 7일 오후 3시 40분쯤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석방 소식을 듣고 이곳을 찾은 이태원 유족들은 강하게 항의했다. 일부 유족은 바닥에 누워 울부짖었고, 박 구청장을 향해 어디선가 계란이 날아들기도 했다. 업무 복귀 시점 및 책임을 인정하는지 등의 질문에 그는 “죄송하다”,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 등의 답변만 남긴 채 떠났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8일부터 박 구청장이 출근할 것에 대비해 용산구청 앞에서 출근 저지 시위를 할 계획이다.

앞서 이태원 참사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배성중)는 이날 박 구청장과 최원준(59) 전 용산구 안전재난과장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서약서 제출과 주거지 제한, 보증금 납입 등을 내걸었다. 박 구청장 변호인에 따르면 그가 내야 하는 보증금은 보석보증보험증권 3,000만 원과 현금 2,000만 원 등 총 5,000만 원이다.

검찰은 1월 20일 박 구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허위 공문서 작성ㆍ행사 혐의로, 최 전 과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박 구청장 등은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도 안전사고 예방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참사를 초래한 혐의를 받는다. 최 전 과장에겐 참사 당일 낮부터 저녁까지 사적 술자리를 갖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도 귀가하는 등 직무상 의무를 방기한 혐의(직무유기), 박 구청장에겐 참사 당일 용산구가 비상대책회의를 열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ㆍ행사)도 추가됐다.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박 구청장은 지난달 9일 재판부에 보석 신청서를 냈다. 이후 지난 2일 열린 보석 심문에서 참사 여파로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적절한 방어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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