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정유정, '한니발 영상 심취'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과 아주 흡사"

입력
2023.06.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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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속에서 살아왔을 개연성 높다"

정유정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캐리어를 들고 집으로 가는 모습. CBS 캡처

정유정이 2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캐리어를 들고 집으로 가는 모습. CBS 캡처

과외 응용소프트웨어(앱)에서 만난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 사건'이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과 유사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오프라인 관계가 전혀 없었던 만큼, 피해자를 물색한 과외 앱 포함 '온라인 세계관'에 심취해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이 정유정 사건과 아주 흡사하다"고 말했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은 2017년 당시 고교 자퇴생 김모(17)양과 재수생 박모(19)양이 공모해 아무 관계없는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을 유인해 살해 후 신체를 훼손하고 주고받은 사건이다. 경찰조사에서 김양은 인육을 먹던 살인마 소재의 미국 드라마 '한니발'을 즐겨 봤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모양과 공범 박모양이 2018년 11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만 18세 미만인 김양은 징역 20년을, 만 18세인 박양은 무기징역을 1심에서 선고받았다. 뉴시스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주범 김모양과 공범 박모양이 2018년 11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만 18세 미만인 김양은 징역 20년을, 만 18세인 박양은 무기징역을 1심에서 선고받았다. 뉴시스

이 교수는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도 잔혹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영상에 심취해 저지른 범죄"라며 "만약 정유정도 비슷한 프로파일이라면, 이들이 생각하는 세계관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했다.

정유정은 휴대폰에 친구들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고립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정유정이 고등학교 졸업 후, 5년 동안 사회적인 관계가 전혀 없었다"며 "사이버 공간 속에서는 (범행이) 용인될 거라고 생각하는 등 판타지 속에서 산 사람일 개연성이 굉장히 높다"고 분석했다.

과외 앱에서 인기가 많았던 피해자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도 "오프라인에선 직업이 훌륭한 인텔리가 존경을 받겠지만, 사이버 공간 속에선 클릭수가 많은 사람이 가장 존경을 받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검거되지 않았다면, 정유정이 피해자의 신분으로 살아가려 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정유정은 범행 직후 피해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피해자의 휴대폰과 신분증까지 챙겨 나왔다.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에 대해선 '전과 가점'이 없는 데도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점수를 기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검사는 25점 이상을 사이코패스로 구분하는데, 정유정에 대한 정확한 평가 점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일반인 수준(6점)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정은 잔혹한 범행 수법에도 별다른 전과 기록은 없었다. 이 교수는 "전과가 없다면 사이코패스 테스트에서 25점을 넘기는 어렵다"며 "일반인 수준인 6점을 넘어섰는데, 심성과 품성만을 가지고 6점 이상 나오는 것은 꽤 높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정유정과 같은 성향의 범죄자를 미리 알고 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다만 "(살해까지 이르지 않았더라도) 피해자는 알 수 있다"며 "직장 생활에서 성과를 편취하는 상사, 가족 중에서 폭행하고 못살게 구는 사람이 있다면 할 수 있다면 피해야 하고 폭행을 당했다면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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