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못 줄이면 '침묵의 살인자' 오존 발생 34일 증가

입력
2023.06.07 14:42
수정
2023.06.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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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미래 고농도 오존 발생 기상조건 전망 분석 결과

서울 지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에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지역에 올해 첫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 전광판에 관련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추세로 배출할 경우 고농도 오존이 발생하는 날이 현재보다 34일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존은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물질이 자외선과 만나 광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생성되는 독성 물질이다. 고농도 오존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이 생길 수 있어 '침묵의 살인자'라고도 불린다.

기상청은 7일 미래 고농도 오존 발생 기상조건 전망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전망은 국립기상과학원이 산출한 '공통사회 경제경로(SSP) 국가표준시나리오'와 '국제 기후변화 시나리오 비교·연구'(CMIP)에 참여한 대기화학 결합모델 11종에서 산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분석한 결과다.

기상청은 고농도 오존이 주로 발생하는 늦봄에서 가을 사이(5~9월)를 기준으로 분석을 시행했다. 오존이 발생하기 쉬운 기상조건은 기온 25도 이상, 상대습도는 75% 이하, 풍속 초속 4m 이하, 일사량 4MJ/㎡일 때다.

분석에 따르면 현재와 비슷한 고탄소 시나리오(SSP3-7.0), 즉 기후변화 대응 정책이 소극적으로 시행되고 기술개발이 늦어 기후변화에 취약한 사회구조가 계속되는 경우 21세기 후반(2081~2100년) 5~9월의 일 최고기온은 현재(1995~2014년)보다 약 3.8도 높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일사량은 현재보다 약 4W/㎡ 증가해 고농도 오존이 발생할 수 있는 기상조건을 갖춘 날도 약 34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오존의 평균 농도도 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고탄소 시나리오에서 대기질이 크게 개선될 경우 이번 세기말 오존 농도는 17%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고농도 오존 발생 기상조건일은 약 39일이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비 일 최고기온이 약 4.2도 높아지고, 일사량은 대기질 개선 효과로 약 15.4W/㎡ 증가하기 때문이다.

한편 화석연료 사용이 최소화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이 이어지는 저탄소시나리오(SSP1-2.6)가 이행될 경우 우리나라 오존 평균 농도는 현재의 41%까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세기말 일 최고기온은 1.8도 상승에 그치지만 대기질 개선 효과로 일사량이 뚜렷하게 증가(17.3W/㎡)한다. 오존 발생 기상조건을 갖춘 날은 약 21일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이번 분석 결과는 미래에 오존 발생 기상조건이 증가함에 따라 오존 농도도 증가하지만 대기질 개선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오존 농도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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