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기대 커진 세계경제, 저성장 탈출 못하는 한국경제

입력
2023.06.07 16: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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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한국 성장률 1.5%로 또 낮춰
내년 2.1% 제시... 저성장 장기화 우려
정부도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 높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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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기지개를 켠 세계 경제와 달리, 반도체 수출 부진에 발목 잡힌 한국 경제는 ‘경기둔화 늪’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마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낮춘 만큼 이르면 이달 말 발표를 앞둔 정부 전망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1%대 중반에 이어, 내년 ‘2% 턱걸이’ 성장이 예측돼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지난해 6월 2.5%였던 전망값은 같은 해 9월 2.2%→11월 1.8%→올해 3월 1.6%→6월 1.5%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OECD는 “방역조치 해제로 민간 소비가 살아났으나 고금리 여파로 민간 투자는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전 세계적 반도체 수요 둔화와 대중국 수출 부진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교역국 중국 수출과 주력 품목 반도체 수출 부진이 겹치면서 한국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연초부터 5월까지 대중국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급감했고, 지난달 반도체 수출 실적은 1년 전보다 36.2% 쪼그라들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잿빛 전망이 잇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6%에서 1.4%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1.7%→1.5%), 한국개발연구원(KDI·1.8%→1.5%), 국제신용평가사 피치(1.9%→1.2%)도 마찬가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연초부터 ‘상저하고(상반기에 저조했다가 하반기에 회복)'를 말하고 있지만, ‘하고’가 나타날 시기가 점차 미뤄지고 있다”며 “경제지표가 악화한 만큼 정부 역시 기존 전망(1.6%)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세계 경제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OECD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2.6%→2.7%)했고, 주요 20개국(G20)의 성장률 전망치도 0.2%포인트 뛴 2.8%로 예측했다. 이날 경제 전망을 낸 세계은행(WB) 역시 올해 세계 경제가 2.1% 성장(종전 1.7%)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한국 경제가 내년엔 2.1%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로 성장률이 다소 오를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0.8%)과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0.7%)을 제외하곤 가장 낮은 수치여서 저성장 장기화에 경고등이 켜졌다.

다만 물가는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OECD가 이번에 제시한 한국 경제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3.4%로 기존(3.6%)보다 떨어졌다. 내년엔 3%를 하회(2.6%)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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