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창에 '쿵' 목숨 잃는 새 한해 800만마리...점선 스티커 붙여 막는다

입력
2023.06.08 14:48
수정
2023.06.0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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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

새가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땅에 떨어져 있다. 환경부 제공

새가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땅에 떨어져 있다. 환경부 제공

눈이 머리의 측면에 달려있는 새들은 앞에 있는 장애물을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특히 투명한 데다 빛을 반사하기까지 하는 유리창은 새들에겐 공포의 대상이다. 한 해 투명 방음벽이나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 죽는 새가 800만 마리나 되는 이유다.

새들이 알아차릴 수 있도록 창문에 표시를 남기는 간단한 조치만으로도 이 같은 죽음을 막을 수 있다. 정부가 앞으로 공공기관의 건물에 충돌방지 스티커 등 조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8일 환경부는 인공 구조물에 따른 야생동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9일 공포하고 1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야생생물법이 개정되면서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 예방을 위해 소관 인공구조물을 설치·관리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다. 이번에 개정된 시행규칙은 법 개정에 따른 세부사항을 규정했다.

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투명하거나 빛을 전부 반사하는 자재를 사용해 건축물 또는 방음벽 등을 설치하는 경우 점이나 선형 무늬를 넣어야 한다. 야생 조류가 투명한 벽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수로 등 야생동물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구조물에도 탈출 및 횡단, 회피유도시설 등 추락을 방지할 시설을 적어도 하나는 마련해야 한다.

유리창에 점선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면 채광은 막지 않으면서도 야생조류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 환경부 제공

유리창에 점선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면 채광은 막지 않으면서도 야생조류의 충돌을 막을 수 있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가 시행한 연구에 따르면, 한 해 약 765만 마리의 야생 조류가 건물 유리창에 충돌해 폐사한다. 투명 방음벽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약 23만 마리로 추정된다. 야생동물이 농수로에서 추락해 폐사하는 경우도 연간 약 9만 마리에 달한다. 이는 양서류나 파충류는 포함하지 않은 숫자다. 한 표본조사에서는 수로에 탈출 시설이 있는 경우 야생동물 폐사체가 1㎞당 0.2개만 발견된 반면, 탈출 시설이 없는 수로에서는 1㎞당 0.57개가 발견됐다. 추락방지 시설의 효과가 큰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신규 건물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기존에 갖고 있던 건물에도 적용할 예정"이라며 "매년 야생동물 충돌∙추락 피해 실태를 조사해 피해가 심한 건물부터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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