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 '다시, 동물원'

같지만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 '다시, 동물원'

입력
2023.07.28 10:00
12면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그날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1999년 아바(ABBA)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 '맘마미아!'가 등장한 이후 주크박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가장 중요한 트렌드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강해져서 마이클 잭슨의 노래로 만든 '엠제이(MJ)', 닐 다이아몬드의 '뷰티풀 노이즈', 그리고 다양한 히트 음악을 섞어 만든 뮤지컬 '앤 줄리엣'과 '물랑루즈'까지 현재 브로드웨이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축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불안정한 공연 시장에서 대중에게 익숙한 히트곡은 흥행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소다.

그러나 뮤지컬에서 익숙한 히트곡을 사용한다는 것은 득이 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뮤지컬에서 듣기에 좋아야 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에 녹아들어 극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맘마미아!'는 아바의 곡에서 힌트를 얻어 결혼을 앞둔 딸이 아빠로 예상되는 세 명을 초청해 아빠를 찾는 엉뚱한 이야기를 상상해냈다. 마치 이 이야기를 위해 아바가 곡을 만든 것처럼 노래와 드라마가 잘 맞아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주크박스 뮤지컬이 되었다. 그러나 기존 히트곡 가사를 유지한 채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과정은 녹록지 않다. '맘마미아!' 이후 이러한 방식의 성공작이 드문 것도 그 때문이다.

뮤지컬 '다시, 동물원'. 디스플레이컴퍼니 제공

주크박스 뮤지컬은 극의 내용과 기존 히트곡 가사의 거리감을 좁혀야 한다. 그래서 인기 가수나 그룹의 자전적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등장했다. 해당 가수의 자전적 이야기에 오디션이나 연습, 콘서트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노래가 녹아들 수 있고 히트곡이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녹여낼 수도 있기 때문에 음악과 드라마를 연결시키기가 한결 수월하다. 이런 유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포시즌스(4 Seasons)의 네 멤버들 이야기로 그룹의 흥망성쇠를 다룬 '저지 보이스'가 있다. 현재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하고 있는 'MJ', '뷰티풀 노이즈' 역시 마이클 잭슨과 닐 다이아몬드의 자전적 내용을 담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주크박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의 인기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현재도 김광석과 관련된 주크박스 뮤지컬 '그날들'과 '다시, 동물원'이 공연 중이다. 김광석은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등의 노래로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김광석에 대한 대중의 애정은 각별해 이 두 작품 이외에도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디셈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뮤지컬 '그날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해 10주년을 맞은 '그날들'은 김광석의 노래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꾸민 '맘마미아!'형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20년 전과 마찬가지로 경호원과 피경호인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 '그날들'은 청와대 경호실이라는 낯설고 관심을 끄는 배경과 미스터리물의 이야기로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다양하게 편곡된 김광석의 노래는 기존 곡의 느낌과는 다르게 극에 녹아들면서 새로운 느낌을 준다. 새로운 이야기로 꾸미는 주크박스 뮤지컬 중에서도 '그날들'은 독특한 위치를 점하는 작품이다. '맘마미아!'만 하더라도 엄마 도나의 친구들이나 극 중 의상 등 아바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날들'은 원작자인 김광석의 정서가 노래 이외에는 남아 있지 않다. 소박하고 서정적인 김광석의 정서를 과감하게 탈바꿈해서 대극장 뮤지컬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만들어냈다.

반면 '다시, 동물원'은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명문대 출신의 멤버들과 김광석으로 구성된 그룹 동물원은 서정적이면서도 세련된 감각의 음악으로 등장부터 주목을 받았다. 음악에 매진하여 음악으로 승부를 보고 싶었던 김광석과 안정된 사회생활과 음악을 병행하려고 했던 멤버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자, 김광석은 팀을 탈퇴해 솔로로 활동하게 된다. 동물원을 탈퇴한 김광석은 생각만큼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소극장 콘서트를 이어가고 동물원 멤버들은 사회적인 활동과 가수 생활을 병행하며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함께 노래하고 꿈을 꾸었던 시절의 우정과 헤어진 이후의 서운함, 외로움 등의 감정을 동물원과 김광석의 노래로 전해준다.

'그날들'과 '다시, 동물원'은 같은 가수의 노래로 만든 작품이지만 접근 방식이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다른 스타일의 주크박스 뮤지컬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줄 것이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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