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예 넘어 퍼포먼스 된 태권도… 역동적 무대로 부족한 서사 극복

무예 넘어 퍼포먼스 된 태권도… 역동적 무대로 부족한 서사 극복

입력
2023.08.11 10:30
12면

가족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편집자주

공연 칼럼니스트인 박병성이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뮤지컬 등 공연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라이브·컬처홀릭 제공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라이브·컬처홀릭 제공

스포츠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한다. 스포츠물에서는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과 열정을 보여준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면서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가 펼쳐진다. 승부가 펼쳐지는 경기 현장의 긴박감과 승부를 향한 인물들의 열정과 갈등 그리고 성장 스토리는 관객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2021년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카 갓 탤런트’에 세계태권도연맹 시범단이 참여한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간단한 스토리 속에서 기품 있는 품새와 화려하고 현란한 격파, 그리고 무용과 태권무가 결합한 퍼포먼스는 전 세계 관객을 감동시켰다. 우리 스스로도 태권도가 호신술이나 무예를 넘어 굉장히 멋있는 퍼포먼스였음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권투나 야구, 농구, 유도, 축구, 펜싱 등 다양한 스포츠가 대중물의 소재가 됐다.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대중 스포츠물에서 덜 선호되는 소재이다. 태권도 소재의 공연은 주로 퍼포먼스 형태가 많았다. 태권도의 기술이 워낙 화려하고 역동적이어서 다양한 퍼포먼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호평을 받고 올해 규모를 키워 재공연하고 있는 가족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는 태권도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스포츠물의 감동적인 스토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다.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라이브·컬처홀릭 제공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라이브·컬처홀릭 제공

한국체고 태권도부 에이스 박두진은 파워와 스피드를 갖춘 실력 있는 선수이지만 늘 이성보다 먼저 움직이는 가슴 때문에 흥분하여 승리를 놓치곤 한다. 이탈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루카 로시는 태권도를 좋아하지만 유연한 태도로 경기를 즐길 줄 아는 선수다. 태권도를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한 박두진은 루카 로시와 비공식적 겨루기 시합을 하고 이 과정을 통해 루카 로시의 태권도에 대한 진심을 알게 된다. 박두진을 비롯한 한국체고 태권도부원들은 무도로서의 태권도를 고집하다가 마음을 바꿔 태권도를 응용한 태권무에 도전한다. 경기를 즐긴 한국체고는 라이벌인 나래고를 이기게 된다.

전반부는 한국체고와 나래고의 대결 구도와 태권도부 주장 이솔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풋풋한 로맨스가 전형적인 뮤지컬 형태로 펼쳐진다. 만화적인 캐릭터와 연출 그리고 간간이 펼쳐지는 태권도 퍼포먼스로 어린이 관객부터 성인 관객까지 두루 아우르려 했다. 시도는 좋았으나 아직은 폭넓은 층을 모두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흥분하길 잘하는 박두진 선수가 이를 극복하는 과정의 설득력이 약하고 메시지 자체도 선명하게 전하지 못한다. 단순한 서사, 그에 비해 어린 관객들이 즐기기에는 편하지 않은 전개 방식 등 전 연령층에 사랑받는 스포츠물이 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그럼에도 후반부 화려한 태권도 퍼포먼스는 작품의 아쉬움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극 중간중간 화려한 태권도 기술이나 품새가 태권도의 매력을 보여주지만 클라이맥스는 한국체고와 나래고의 경기다. 한체고 태권도부 주장으로 출연한 ‘아메리칸 갓 탤런트’ 출신의 엄지민은 절도 있고 품위 있는 품새로 태권도 동작 자체의 아름다움을 멋지게 구현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무대 전체에서 역동적으로 펼쳐지는 격파 장면은 기합 소리와 함께 송판 조각이 사방으로 날리며 장관을 만들어냈다. 하늘을 걷는 듯 날아 차고, 다회전을 하면서 정확하게 송판을 격파하고, 다른 높이의 여러 장의 송판을 빠른 속도로 달려가며 격파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선보인 송판 격파 시범은 무더운 더위를 날려주기에 충분했다. 가장 중요한 태권무는 좀비들과 태권도 단원의 대결이라는 콘셉트로 태권 동작을 응용한 군무가 한 편의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하게 역동적으로 펼쳐졌다. 품새, 격파, 드라마와 춤이 결합된 태권무 퍼포먼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이었다.

이를 좀 더 화려하고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올해 공연에서는 지난해 5명에서 14명으로 태권도 시범단원을 보강했다. 뮤지컬 배우들 역시 유단자 위주로 캐스팅해 태권도 퍼포먼스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지난해에 비해 훨씬 기량 높은 태권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었다. 여름방학 기간 아이들과 함께 공연장에서 화려한 태권도 퍼포먼스로 폭염을 격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공연은 우리금융아트홀에서 27일까지 이어진다.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라이브·컬처홀릭 제공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라이브·컬처홀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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