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나리오’에 춤추는 ‘4류 정치’

‘이재명 시나리오’에 춤추는 ‘4류 정치’

입력
2023.08.28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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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구속 여부 정치판 최대 관심사
비상한 안팎 국정현안 당파싸움에 매몰
이 대표 문제 조속 정리돼야 정치 회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8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에서 열린 2023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8일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리조트에서 열린 2023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연말 전에 구속될지 아닐지가 요즘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다. 검찰이 이 대표 구속영장을 언제 청구할지,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회기 중에 영장을 청구하면 체포동의안 표결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두고 설왕설래가 무성하다. 나아가 이 대표 유고 시 민주당은 어떻게 될지, 그 파장이 여야 총선엔 어떻게 작용할지 등에 대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가 그려지고 있다.

우선 검찰의 영장 청구시점은 어차피 국회 회기 중이 될 수밖에 없는 쪽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 대표는 최근 검찰을 향해 “비회기 때 영장을 청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로선 당내 비명계의 이반 가능성 등을 감안해 회기 중 영장이 청구돼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는 상황만은 피하려는 안간힘인 셈이다.

국회 체포동의안이 가결돼 구속되는 건 이 대표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우선 비회기 중 영장이 청구되면 설사 구속돼도 ‘정치검찰’ 탄압론을 펼 수 있다. 반면,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야당 내에도 구속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원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 확인됨으로써 정치탄압 논거가 크게 훼손된다. 또 비회기 중 구속되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는 헌법 44조 2항 규정에 따라 민주당의 석방결의안 처리를 통해 다시 석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기국회 개원이 눈앞에 닥쳐 비회기 중 영장 청구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따라서 이젠 회기 중 체포동의안 처리의 향방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론 체포동의안이 결국 처리돼 이 대표가 구속되고, 민주당도 격동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이낙연 김두관 같은 이의 부상 가능성과 ‘옥중공천’을 통해서라도 이 대표가 총선을 이끌 것이라는 일각의 기대 섞인 분석도 대두된다.

반면, 체포동의안 표결 자체가 끝내 무산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의석 과반을 차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 표결 중 집단 퇴장하는 방안을 강행하면 당내 이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함과 동시에, 표결 자체를 불성립시켜 구속을 면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그 경우엔 동의안이 차기 본회의에 또다시 상정(의장 재량)되는 등 민주당 부담이 더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불체포특권 포기 대국민 약속을 깨더라도 그게 이 대표 측과 민주당 총선에 유리하다면 실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고, 민주당 의원들이 일부 이반해도 동의안은 부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이 대표가 구속을 피해 총선을 이끄는 게 되레 국민의힘에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라 여당 의원들이 대거 반대표를 행사할 것이라는, 좀 웃기는 ‘음모론’이다. 하지만 웃기든 아니든,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들끓고, 그런 시나리오에 정치권이 끝없이 휘둘리는 상황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지난 1년 내내 국내 정치는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채 옴짝달싹도 못했다. 새 정부의 국정운영 걸림돌은 물론, 여당 재정비와 새 출발을 향한 민주당의 쇄신도 물거품이 됐다. 당장 신냉전의 전개와 한반도 긴장, 북한의 이상 조짐 등 비상한 안보현안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전쟁, 경제활성화 같은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정치적 담론도 실종되다시피 한 상태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이 우리나라 정치를 ‘4류’라고 비토한 지 30년이 다 돼 간다. 하지만 정치가 아직도 의무경찰제 부활론에 대한 비판이 고작 “청년을 수단화하는 정책”이라는 난감한 야당 대표 한 사람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어찌 4류를 벗어났다고 할 수 있겠는가. 여야 모두 총선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이재명 문제’를 최대한 조속히 정리하길 다시 한번 촉구한다.

장인철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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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철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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