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실험한 신형 핵무기...인류가 위험하다

러시아가 실험한 신형 핵무기...인류가 위험하다

입력
2023.10.17 14:00
수정
2023.10.17 14:44
25면

편집자주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 주요국 전략자산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흥미진진하게 전달해드립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이 격주 화요일 풍성한 무기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러시아의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의 모습.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러시아의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의 모습.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지난 10월 초, 미국의 전략정찰기 RC-135U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넘어 바렌츠해와 백해 일대를 집중 정찰한 항적이 식별됐다. 미군 정찰기가 이곳을 주목한 이유는 러시아가 북극해와 인접한 바렌츠해·노바야제믈랴 제도 인근에서 두 종류의 신형 핵무기를 실험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핵추진 대륙 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핵추진 대륙 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이었다.

10월 초 신형 핵무기 실험한 러시아

포세이돈 수중 드론 실험은 현지시간으로 5일 해당 드론을 적재한 신형 잠수함 ‘벨고로드’가 백해를 통해 바렌츠해로 나가는 것이 인근 어민들에 의해 촬영돼 확인됐다. 부레베스트닉 실험은 지난달 20일 노바야제믈랴 제도의 한 실험기지의 이상 동향이 상업용 위성에 촬영되면서 식별됐다. 여기에 5일 미 공군 기상정찰기 WC-135R이 바렌츠해 일대를 정찰 비행한 항적이 확인되고, 그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 행사에 참석해 신형 핵무기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두 핵무기 실험이 실제로 진행됐음이 확인됐다.

러시아 잠수함 벨고로드. 러시아 국방부·이일우 제공

러시아 잠수함 벨고로드. 러시아 국방부·이일우 제공

포세이돈과 부레베스트닉은 지금 러시아가 이성의 끈을 놓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무기다. 푸틴 대통령은 “건전한 정신과 명료한 기억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도 러시아를 상대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포세이돈과 부레베스트닉은 건전한 정신과 명료한 기억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만들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무기다.

소형 원자로 내장된 초대형 어뢰 '포세이돈'은 탐지 요격 불가

2015년 그 존재가 처음으로 알려진 포세이돈은 ‘수중 드론’으로 소개되지만, 잠수함에서 운용되는 초대형 어뢰다. 일반적인 어뢰가 직경 50~60㎝, 길이 6m 정도인 것과 달리 포세이돈은 직경 1.6m, 길이 24m에 달하는 괴물로 일반적인 잠수함에서는 운용이 불가능하다. 러시아는 이 어뢰를 운용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오스카-II급 순항미사일 원자력잠수함을 개조한 ‘벨고로드’ 잠수함과 보레이급 전략원자력잠수함을 개조한 ‘하바롭스크’ 잠수함을 만들어 실전 배치에 앞선 훈련과 시험평가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포세이돈은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계를 강화하는 것에 대응해 절대 요격이 불가능한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개발된 무기다. 일반적인 어뢰가 배터리나 엔진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것과 달리 포세이돈에는 소형 원자로가 내장돼 있다. 이 원자로는 사실상 무한대의 동력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포세이돈 어뢰는 러시아 연안에서 발사해도 대서양이나 태평양을 가로질러 미국 해안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어뢰의 가장 큰 문제는 탐지와 요격이 불가능하고, 위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포세이돈은 사람이 타지 않는 어뢰이기 때문에 1,000m라는 대단히 깊은 심도까지 잠항할 수 있다. 일반적인 대잠수함 장비로는 탐지가 어렵고, 탐지하더라도 해당 심도까지 내려갈 수 있는 요격 무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응이 불가능하다. 탄두에는 2메가톤(Mt) 또는 100Mt급 핵탄두가 탑재된다. 2Mt만 해도 일본 히로시마 원폭의 133배 폭발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대단히 강력한 인공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미국 서부 해안은 환태평양 조산대를 끼고 있고, 과거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이 발생한 산 안드레아스 단층이 위치한 곳이다. 즉, 미국 서부 해안 수중에서 메가톤급 핵탄두가 터지면 초대형 방사능 해일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엄청난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원폭 희생자 위령식 및 평화기원식'이 열리고 있다. 초대형 어뢰 '포세이돈'에는 히로시마 원폭의 133배 위력을 지닌 핵 탄두가 탑재된다. 히로시마=AFP 연합뉴스

2018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원폭 희생자 위령식 및 평화기원식'이 열리고 있다. 초대형 어뢰 '포세이돈'에는 히로시마 원폭의 133배 위력을 지닌 핵 탄두가 탑재된다. 히로시마=AFP 연합뉴스

우리 군 그 누구도 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이 어뢰는 사실 한국에도 치명적인 위협이다. 러시아는 2024년 1분기 중 이 어뢰를 운용하는 벨고로드와 하바롭스크 잠수함을 모두 태평양함대에 배치할 예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캄차카 반도의 페트로파블로프스크 인근에는 이들 잠수함을 위한 지원 시설이 건설되고 있다. 인류 종말로 이어질 수 있는 끔찍한 무기가 내년이면 우리 동해에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러시아 잠수함이 동해에서 포세이돈 발사 훈련을 하다가 이 어뢰가 어망이나 해저지형에 충돌해 수중에서 폭발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해저에서 원자로가 직접 터지는 사고는 최근 논란이 됐던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환경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핵추진 대륙 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 지나가면...'죽음의 땅' 초토화

핵추진 대륙 간 순항미사일 부레베스트닉은 더 끔찍하다. 이 미사일 역시 포세이돈과 마찬가지로 원자로를 내장해 추진 동력으로 사용하는데, 무한대의 사거리와 고속 비행 성능을 얻기 위해 ‘열핵 램제트’라는 정신 나간 기술이 적용됐다. 제트엔진은 흡입구로 공기를 빨아들여 연료와 함께 태워 고온·고압 상태로 만든 뒤, 이를 고속으로 분출해 발생하는 반작용으로 비행체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기관이다. 통상 제트엔진이 뿜어내는 추진 가스가 항공유를 태워 만든 가스라면, 열핵 램제트 엔진이 뿜어내는 가스는 고농도 방사능 가스다. 열핵 램제트는 연료 연소를 통해 기체를 가열하는 일반 제트엔진과 달리, 공기흡입구로 들어온 기체를 가동 중인 원자로 노심(爐心)에 직접 노출시켜 가열하기 때문이다.

정상 가동 중인 원자로의 노심 온도는 감속재와 냉각수에 의해 적절하게 통제되지만, 노심을 공기에 직접 노출시키는 열핵 램제트 엔진의 원자로는 노심 온도를 제어할 만한 마땅한 장치를 설치하기 어렵다. 통제되지 않는 노심 온도는 섭씨 2,400~2,700도까지 솟구치는데, 이는 현재 상용화된 제트엔진에 사용되는 초내열합금의 한계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즉, 이러한 엔진은 가동 중 내부 부품이 열에 의해 손상·변형돼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러시아는 지난 2019년 8월, 북부 아르한겔스크 기지에서 이 열핵 램제트 엔진을 실험하던 중 대규모 폭발 사고를 낸 적이 있었다. 당시 다수의 연구원이 사망했고, 인근 도시에서는 세슘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다수의 시민이 피폭 피해를 봤다.

지난해 10월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주 미르니의 플레세츠크 우주 기지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지난해 10월 러시아 아르한겔스크주 미르니의 플레세츠크 우주 기지에서 야르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발사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 제공

열핵 램제트 엔진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해도 문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배출하는 추진 가스가 고농도 방사능 가스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이 2만 ㎞ 이상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고, 50~100m 고도까지 저공비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부레베스트닉이 아르한겔스크에서 발사돼 미국 동부 워싱턴 D.C로 날아간다고 가정해보자. 이 미사일은 최단 코스를 취하기 위해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그린란드, 캐나다를 거쳐 표적으로 향할 것이고, 이 미사일이 지나간 곳은 고농도 방사능 가스가 뒤덮어 죽음의 땅이 될 것이다. 표적인 워싱턴 D.C는 물론, 캐나다 동부의 뉴펀들랜드 래브라도, 퀘벡, 미국 동부의 버몬트·뉴욕·펜실베이니아·버지니아주 주민들도 방사능 가스를 뒤집어쓰게 된다. 부레베스트닉은 초음속으로 저공비행하기 때문에 저고도에서 엄청난 소닉붐 현상도 일으킨다. 소닉붐은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비행체가 만들어내는 강력한 충격파다. 부레베스트닉이 100m 미만의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비행할 경우, 비행경로상의 모든 물체는 소닉붐의 충격파로 파괴되고, 엄청난 피폭 피해까지 보게 된다.

1950년대 미국이 개발 포기한 끔찍한 무기...인류에 큰 위협

열핵 램제트 엔진을 사용하는 대륙 간 순항미사일은 1950년대 말 미국이 ‘플루토 프로젝트’라는 명칭으로 개발을 추진했다가 취소한 사업이다. 미국은 비행 실험까지 성공했지만, 아무리 냉전 상황이라도 이런 끔찍한 무기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 때문에 완성 단계에서 스스로 사업을 접었다. 열핵 램제트는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원자로 제작 기술이 있는 나라라면 시도해 볼 수 있다. 적이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려운 낮은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대륙 간 횡단 비행이 가능하고,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그 일대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는 군사적인 관점에서는 대단히 매력적인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행경로 전체를 방사능 오염지대로 만드는 것은 물론, 탄두가 터지지 않더라도 엄청난 민간인 피해를 만들어내는 이러한 무기는 인간이라면 만들어서도, 사용해서도 안 된다. 러시아가 완성을 선언하고 내년부터 배치하는 이 신형 무기들은 국가·민족·정치적 진영을 떠나 인류 전체에 대한 도전이고 위협이다. 소련 붕괴 직후 대량의 무기와 핵기술이 세계 각국으로 유출된 것처럼, 러시아의 불안정한 정치적 상황은 이 무기의 실제 사용이나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인류가 힘을 합쳐 막지 않는다면 내년부터 인류는 아마겟돈의 공포를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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