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혁신위의 최후통첩도 '패싱'... 김기현의 묵묵부답

인요한 혁신위의 최후통첩도 '패싱'... 김기현의 묵묵부답

입력
2023.12.04 20:00
5면
구독

"상정 요청했다" vs "안 했다" 진실 공방
이만희 사무총장 "최종보고서 오면 전달"
하태경 "당원들 김기현 지도부에 회의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고영권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고영권 기자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를 겨냥한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최후통첩이었던 '희생 요구' 안건이 4일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되지 않았다. 김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는 '침묵 전략'으로 혁신위의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 요구를 피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도부의 거취를 결정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혁신위를 사실상 좌초시키는 셈이어서 당내에서조차 "총선에서 이길 생각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인요한 최후통첩에도... 안건 상정 안 돼

혁신위가 지난달 30일 의결한 "당 지도부,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부터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등 희생의 자세를 보여달라"는 내용의 혁신안은 이날 최고위에 보고되지 않았다. 앞서 인 위원장은 4일까지 혁신안에 응답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최고위 의결은커녕 논의도 하지 않은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안건이 상정되지 않은 것을 두고 지도부와 혁신위는 진실 공방을 벌였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혁신위에서 최고위 측에 공식적으로 보고 요청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혁신위가 최고위에 '4일에 안건을 보고하겠다'고 요청하지 않아 상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오신환 혁신위원은 "어제 당 기조국에 '월요일 최고위에 안건이 상정되느냐, 누가 보고해야 하느냐' 의논했다"며 "혁신위가 최고위에 안건 상정 요청이 없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목요일(7일) 최고위에 상정 요청하겠다"고 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당 지도부는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는 쪽으로 출구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혁신위에) 최종보고서에 담을 내용을 정리해 달라 요청했고, 정리 중이라고 했다"며 "정리돼 오면 총선기획단 등을 통해서 공천관리위원회에 충분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희생 요구 안건이 아니라 혁신과 관련한 안건 패키지를 보고하면, 이를 통째로 공관위로 보내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김 대표는 당장 불출마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없어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

"김기현, '희생 각오' 한마디도 못 하나" 비판도

그러나 김 대표 등 지도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하태경 의원은 채널A 유튜브 채널에서 "당 지도부가 총선에서 이길 생각이 없다고 본다"며 "당원들도 '김기현 지도부로 선거 치를 수 있겠나'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굉장히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험지를 정하거나 불출마를 지금 당장 할 필요도 없다"며 "'당이 필요로 한다면 어떤 희생도 각오하겠다'는 이 한마디 못 하느냐"고 되물었다.

동력을 상실한 혁신위는 7일 회의에서 향후 활동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인 위원장이 결단할 경우 혁신위 조기 해산 등이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일부 혁신위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을 최후 압박 카드로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영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