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죽지 않아' 메타버스 창작도구 개발한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

'메타버스 죽지 않아' 메타버스 창작도구 개발한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

입력
2024.01.24 05:00
수정
2024.01.31 16:5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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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 쌓기처럼 그림으로 콘텐츠 만들 수 있는 창작도구 개발
"애플 '비전 프로'가 메타버스 재유행의 계기 될 것"

컴퓨터로 인터넷에 만든 가상공간을 뜻하는 메타버스라는 말은 1992년 작가 닐 스티븐슨이 쓴 공상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했다. 그는 소설 속에서 인터넷이 발전한 가상 세계를 메타버스, 거기에서 활동하는 해커의 분신을 아바타로 이름 지었다.

소설 속 개념을 현실화한 것은 2003년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미국 신생기업(스타트업) 린든 리서치다. 세컨드 라이프 가입자들은 가상 화폐를 이용해 메타버스에 건물을 짓고 부동산을 거래했다. 기업들도 뛰어들어 세컨드 라이프에서 제품을 알리고 회사를 홍보했다. 세컨드 라이프 가입자가 500만 명을 넘어서며 유사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했으나 현실 세계의 돈벌이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세컨드 라이프는 급격히 기울었다. 덩달아 메타버스의 열기도 시들해지면서 한때 유행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반기를 든 기업인이 2018년 레드브릭을 창업한 양영모(38) 대표다. 양 대표는 누구나 메타버스를 만들 수 있는 창작도구를 내놓고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 뛰어들었다. 그는 인공지능(AI)과 함께 메타버스를 미래의 주역으로 꼽았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그를 만나 메타버스의 미래에 대해 알아봤다.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메타버스 창작도구 '레드브릭 스튜디오'를 이용해 만든 게임들을 배경으로 레드브릭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메타버스 창작도구 '레드브릭 스튜디오'를 이용해 만든 게임들을 배경으로 레드브릭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1시간 배우면 메타버스 게임 만드는 창작도구 개발

양 대표는 자체 개발한 메타버스 창작도구 '레드브릭 스튜디오'와 이를 이용할 수 있는 '레드브릭' 플랫폼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용자가 영상을 찍어 올리는 유튜브와 비슷해요. 레드브릭 스튜디오로 만든 메타버스 콘텐츠를 올려놓고 서로 이용하는 곳이 레드브릭 서비스죠."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와 컴퓨터(PC)로 이용할 수 있는 레드브릭은 쉬운 사용법이 장점이다.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어요. 콘텐츠 제작을 쉽게 할 수 있어야 많은 콘텐츠가 나오면서 메타버스가 활성화되죠. 초보자도 안내문을 따라 1시간 정도 배우면 간단한 메타버스 게임을 만들 수 있어요."

이를 위해 양 대표는 레고 블록처럼 손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특허 기술 'OOBC'를 개발했다. OOBC는 글자가 아닌 그림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비주얼 코딩 시스템이다. "일일이 프로그램 명령어를 입력할 필요 없이 그림 조각을 선택해 끌어다 놓으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요. 아이들이 그림 위주의 태블릿을 쉽게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죠."

베트남에서 창작 돕는 AI를 원격 개발

레드브릭 스튜디오로 만든 메타버스 콘텐츠는 레드브릭이 아닌 기업들의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별도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필요 없이 인터넷에 접속하면 이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으로 개발했다. "웹 기반이어서 휴대기기와 PC 어디에서나 레드브릭을 이용할 수 있어요. 기업들이 만든 앱에서도 작동하죠. 이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를 받았고 미국 특허도 신청했죠."

기업들의 앱에서도 작동하도록 만든 이유는 유명 메타버스 서비스 '로블록스'의 한계 때문이다. "로블록스가 인기를 끌며 기업들이 투자했어요. 그런데 로블록스는 10대 이용자가 많아 일부 기업들의 주 고객층과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죠. 이 문제를 줄이려면 기업들이 자체 앱에서 메타버스 콘텐츠를 가동해야죠."

여기에 AI가 결합돼 쉬운 창작을 돕는다. "대화형 AI 로봇(챗봇)이 프로그램 오류를 바로잡고 이용자의 질문에 응답해요."

AI는 베트남에서 원격 근무하는 개발팀에서 만들었다.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현지 채용한 10명의 개발자가 원격으로 일하며 AI를 개발해요. 현직 베트남 대학 교수가 개발팀을 이끌죠. 베트남 사람들은 우리와 기질이 비슷하면서 열의가 높아요. 반면 인건비는 국내보다 낮죠. 이들과 의사소통을 위해 국내에서 유학 중인 베트남 직원을 채용했어요."

개발팀은 게임 개발 방법을 대화로 알려주는 AI도 개발 중이다. "올해 1분기 중 선보일 예정입니다. AI를 이용한 창작도구죠."

메타버스 게임들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레드브릭' 이미지. 레드브릭 제공

메타버스 게임들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레드브릭' 이미지. 레드브릭 제공


메타버스 게임 50만 개 제공

쉬운 창작도구 덕분에 레드브릭은 50만 개 이상의 메타버스 게임을 확보했다. "평면 그래픽을 이용한 2차원(D) 게임 50만 개, 가상현실(VR)을 지원하는 3D 게임이 2만 개 있어요. 3D 게임은 품질을 높이기 위해 40개만 공개했죠. 2D와 3D 여부는 창작자가 선택할 수 있어요."

덕분에 레드브릭 이용자는 2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월간 이용자가 5만~7만 명이었는데 12월 20만 명을 넘었어요. 이용자는 10대가 많은데 최근 20대가 늘면서 기업들이 눈여겨보고 있죠."

레드브릭 스튜디오와 레드브릭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된다. 그러나 레드브릭에서 제공하는 게임을 통해 아이템 판매 등으로 수익이 발생하면 창작자와 나눠 갖는다. 이와 함께 매출 확대를 위해 '레드브릭 메이커스'라는 메타버스 교육 사업과 정부 및 기업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최근 레드브릭은 19일 개막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말레이시아 기술 올림픽 등 국내외 굵직한 행사에 도입돼 주목받았다.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부대 행사로 메타버스 창작대회가 열려요. 전 세계 청소년들이 참여해 레드브릭으로 메타버스 콘텐츠를 만들죠."

말레이시아 과학기술혁신부가 매년 개최하는 기술 올림픽 행사 '테크림픽스'에서도 레드브릭을 도입했다. "지난해 테크림픽스에 메타버스 창작이 새로운 종목으로 추가됐죠. 4~11월까지 7개월간 열린 메타버스 창작에 4만 명이 참가해 열기가 뜨거웠어요."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 대교, 바인그룹, 동명대 등과 메타버스 교육사업을 진행한다.

"메타버스는 미래의 필수 기술"

양 대표는 메타버스가 현실과 다르게 움직인 것을 문제로 본다. "많은 기업이 가상공간을 만들어 메타버스라고 주장했는데 이용자 콘텐츠와 경제 시스템이 없죠. 즉 현실과 너무 달랐어요. 앞으로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를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해야 성공합니다. 그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 활동하며 기회를 얻어야죠. 여기에 필요한 메타버스 창작자를 새로운 직업으로 만들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아이들에게 미국 서부 개척시대 청바지와 곡괭이를 공급한 기업 같은 역할을 해야죠."

이를 위해 그는 메타버스 창작자 생태계를 고민한다. "메타버스는 웹 3.0입니다. 가상세계에 경제시스템이 도입된 것이 웹 3.0이죠.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경제활동이 일어나는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창작자들이 돈을 벌 수 있어야 해요. 재미로 만든 게임으로 돈을 벌 수 있으면 메타버스 이용자들이 늘어나죠."

그가 창작자 생태계를 위해 도입한 방법은 광고와 게임 내 아이템 판매다. "게임에 시험 삼아 도입한 광고 기능은 게임에 노출한 광고 수익을 창작자와 나누는 방법이죠. 하반기에 정식 기능으로 도입 예정입니다."

대체불가토큰(NFT) 도입도 검토 중이다. "콘텐츠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치가 NFT입니다. 게임은 물론이고 게임 내 아이템을 NFT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어요. 다만 NFT가 블록체인, 암호화폐로 연결되며 사람들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부분이 부담스럽죠. 하지만 메타버스와 NFT 결합은 필수죠. 그렇지 않으면 웹 3.0이 완성될 수 없어요."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는 생태계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현재 메타버스의 한계로 꼽았다. 그는 다음 달 애플에서 내놓는 혼합현실 기기 '비전 프로'가 메타버스 유행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양영모 레드브릭 대표는 생태계 조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현재 메타버스의 한계로 꼽았다. 그는 다음 달 애플에서 내놓는 혼합현실 기기 '비전 프로'가 메타버스 유행의 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서영 인턴기자


"내 인생 키워드는 기회와 설렘"

서울대와 같은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양 대표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을 가졌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타이젠' 운영체제(OS) 개발을 했다. 타이젠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을 비롯해 각종 전자제품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한 소프트웨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 손목시계나 스마트TV 등 각종 스마트 기기에 타이젠이 들어가요. 타이젠에서 작동하는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만드는 일을 했죠."

미국 유학을 위해 2012년 삼성전자를 그만둔 그는 중국 검색업체 바이두 제의를 받고 2년간 중국 베이징에서 일했다. "바이두가 휴대기기 사업을 위해 개발자를 많이 뽑았어요. 거기에서 외부 개발자 유치하는 일을 했죠. 많은 개발자들과 인맥을 쌓는 계기가 됐어요."

이후 귀국해 사진 편집 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 밀룩을 창업했다. 3년간 얼굴 인식 기술을 개발했으나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 회사를 매각했다. 매각 자금으로 창업한 것이 현재 회사다.

레드브릭의 지난해 매출은 20억 원이며 올해 목표는 매출 60억 원과 함께 흑자 전환이다. 투자는 스프링캠프, 캡스톤파트너스, 대교인베스트먼트, NH투자증권, YG인베스트먼트, F&F 파트너스 등에서 누적으로 224억 원을 받았다.

직원은 총 40명이며 해외 진출을 위해 늘릴 예정이다. "기술 개발 회사여서 개발자 비중이 50%입니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과 유럽 현지 인력을 더 많이 늘릴 계획입니다."

그는 다음 달 애플에서 내놓을 예정인 혼합현실(MR) 기기 '비전 프로'를 메타버스 유행의 기회로 꼽았다. "비전 프로가 성공하면 메타버스가 유행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음 기회를 노려야죠. 비전 프로가 성공하려면 이용자 콘텐츠가 많이 나와야 해요. 여기 맞춰 준비를 하고 있어요."

미래를 사는 그에게 인생 주제어는 기회와 설렘이다. "새로운 기회를 보고 일을 할 때마다 설렘을 느껴요. 소프트웨어 창작의 대중화를 위한 사업으로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와 설렘을 주고 싶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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