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앞세워 '탄핵 열차'에 올라탄 민주당...무사히 종점에 도착할 수 있을까

입력
2024.07.10 19:30
수정
2024.07.10 20: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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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여사 모녀 청문회… "연중무휴" 할 수도
검사탄핵 여론 악화에 국면전환용 비판도
"현재까진 구체적 탄핵 사유 없어" 역풍 우려


지난 5월 25일 서울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야당·시민사회 공동 '해병대원 채 상병 사건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월 25일 서울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야당·시민사회 공동 '해병대원 채 상병 사건 특검법' 거부 규탄 및 통과 촉구 범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열차를 마침내 출발시켰다. 여당의 강한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은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구체성이 떨어진다거나 의혹 제기 수준의 설익은 탄핵 정국 조성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이 역시 김건희 여사 모녀 소환 등 여론전으로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최후의 수단'이면 좋았을 탄핵 카드를 성급하게 꺼내 들었다는 비판과 함께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조심스레 제기된다.

탄핵사유 나올 때까지 '여론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의 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의 불참에 따른 야당 단독 의결이었다.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19일 해당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여세를 몰아 26일 김 여사 모녀를 국회로 불러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집중 추궁하겠다는 게 민주당의 밑그림이다.

민주당은 국회법에 의한 '정당한 절차'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청문회 정치라는 외부 비판에도 크게 굴하지 않는 이유다. 설익은 사유에 따른 성급한 청문회 추진이라는 지적에도, 출석 증인 등을 통해 확실한 탄핵 사유를 찾아내면 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국회법에 (청문회를) 연중무휴로도 할 수 있다"며 '무제한 청문회'를 예고하기까지 했다. 구체적 탄핵 사유가 나올 때까지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물론 청문회를 탄핵 정국 조성의 불쏘시개로 삼겠다는 의도도 애써 숨기지 않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 역시 이날 연임 도전을 공식 선언하면서 "국민이 탄핵을 원하지 않게 노력을 기울이는 게 집권여당이 할 일"이라며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타당성을 내세웠다.

2016년 12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있었던 6차 촛불집회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12월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있었던 6차 촛불집회 전경. 사진공동취재단


왜 지금… '검사탄핵 역풍' 우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선 '급발진'에 가깝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너무 서두른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것이다. 청문회의 근거가 됐던 30일의 국민청원 동의 기간도 다 채우지 않았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여기에 법사위에 앞서 회부된 '검사 탄핵 조사'와의 선후 관계를 두고도 이견이 존재한다. 국회법 131조는 "법사위가 탄핵소추안을 회부받았을 때 '지체 없이' 조사·보고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당장 검사 탄핵 조사가 우선돼야 하는데, 대통령 탄핵 때문에 검사 탄핵 이슈가 자연스레 덮여버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결국 탄핵 청문회 추진에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한 재선 의원은 10일 본보와 통화에서 "검사 탄핵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윤 대통령 탄핵 청문회로 방향을 튼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부실한 검사 탄핵안이라는 지적에 대통령 탄핵이라는 국면전환용 이슈로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실제 법사위 내부 회의에서도 검사 탄핵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3월 27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시위 전경. 김주성 기자

2004년 3월 27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시위 전경. 김주성 기자


朴 지지도 5%, 尹 26%… 시기상조 지적도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무겁다. 130만 명이 넘는 국민청원을 뒷배로 삼아 호기롭게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민주당이 정쟁 도구로 탄핵을 급하게 꺼내 들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했던 한 의원은 "야당 지도부도 지금은 느긋하게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거리에 국민이 100만 명씩 나오는 것도 아니고 박근혜 정부처럼 행정부가 완전히 기능을 상실한 상태도 아니라는 걸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이 먼저 나서고 정당이 뒤따르는 이른바 '선(先)국민, 후(後)정당'이 아닌 현재 국면에선 탄핵 이슈가 정쟁으로만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다. 과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지지도는 5%, 탄핵 찬성 여론은 81%(한국갤럽)에 달했다. 현재 윤 대통령의 지지도는 26%(한국갤럽), 탄핵 찬성 여론은 61%(여론조사꽃)에 그친다.

결국 당내 우려는 '역풍'의 가능성으로 수렴된다. 민주당의 한 전직 의원은 "정교하게 탄핵 사유를 열거해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현재 윤 대통령은 탄핵할 구체적 사유가 없다"며 "올해는 선거가 없긴 하지만 어떻게 역풍이 불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무리하게 탄핵을 추진할 경우, 민주당에도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현 기자
우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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