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대신 AI로 그린 게 웹툰이냐" VS "시대적 흐름"…AI웹툰 두고 갑론을박

2023.06.05 04:30

최근 인공지능(AI) 성능이 빠르게 좋아지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창작 영역에서도 활발히 쓰이면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웹툰 업계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은 작품을 두고 "딸깍이(AI를 활용해 마우스 클릭만으로 웹툰을 만든다는 뜻) 작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비판부터 "작가들의 일을 줄여준다"는 엇갈리는 반응까지 나온다. AI의 활용 영역이 점점 넓어지는 만큼 AI의 역할과 범위를 두고 사회적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 모두 최근 공모전에서 AI 기술을 쓴 작품 출품을 금지했다. 카카오웹툰의 경우 지원자는 해당 작품이 사람이 손으로 직접 그렸다는 것을 인증할 자료도 함께 내야 한다. 네이버웹툰도 현재 진행 중인 '지상최대공모전'의 1차 합격자에게 "생성형 AI를 활용한 작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활용이 불가하다"고 알렸다. 지난달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신과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에서 일부 장면이 AI로 제작됐다며 독자들이 비판하면서 내린 조치로 풀이된다. 일부 독자들은 ①작품 속 사물이나 옷의 모양이 어색하고 ②유명 캐릭터가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무렇지 않게 쓰였다는 등을 이유로 AI를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작품의 별점은 2.83점(10점 만점)으로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600여 편 중 꼴찌다. 웹툰 등 일러스트 업계의 종사자들도 상당히 반발했는데 AI의 발전이 수많은 일자리를 뺏을 수 있다는 걱정이 깔려 있다. 게다가 생성 AI가 이미지를 만들기 전 누군가의 그림 데이터를 학습했기 때문에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독자들도 명령어와 마우스 클릭만으로 제작한 웹툰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AI로 작업하는 것을 두고 자연스러운 기술의 발전이라는 반응도 있다. 웹툰 작가는 매주 70~90컷을 그려야 할 정도로 업무량이 상당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작가들은 하루 평균 10.5시간, 주 평균 5.8일을 작품 활동에 쓴다. 이들 중 83.6%가 '작업·휴식 시간 부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단순 작업을 AI가 맡으면 효율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창완 세종대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 교수는 "기술 혁신은 막을 수 없다"며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웹툰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말했다. 웹툰 플랫폼 업체들은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림을 그릴 줄 모르는 작가도 AI로 웹툰을 만들거나 단순 작업을 줄여 한 작가가 여러 작품을 동시에 연재하는 등 작품의 저변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네이버 웹툰은 2021년 창작자가 색만 고르고 원하는 곳을 터치하면 AI가 자동으로 색을 입혀주는 'AI 페인터' 기능을 내놓았다. 회사 측은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는 원작자의 동의를 얻었다고 강조한다. 한편 생성 AI를 두고 창작자와 기술 사이 갈등은 웹툰뿐만이 아니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방송업계 작가들은 지난달부터 전면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제작사에 처우 개선 요구와 함께 AI 사용 제한을 요구했다. 제작사들이 AI로 대본 초안을 만들고 이를 작가들에게 보내 수정, 보완을 지시한 것이 파업의 원인이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AI가 우리 사회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앞으로 비슷한 갈등을 더욱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며 "AI가 학습한 특정 작품의 저작권을 두고 수익을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로 넓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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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본사 출신 순두붓집 사장, 사람과 공존하는 서빙로봇을 만들다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하정우(47) 씨에게도 창업은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실리콘밸리는 누구나 창업을 꿈꾸는 곳이고, 게다가 그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출신 동문들이 한국 정보기술(IT) 붐을 이끌고 세계적 회사를 키워내는 것을 보며 자연스럽게 창업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나 엔지니어들에겐 '꿈의 직장'인 구글을 제발로 떠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가능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도전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도전해야 할 이유보다 더 많았다. "그래도 사업엔 관심이 있었으니까 소심하게 부업 삼아 해보자는 생각으로 2016년 실리콘밸리에 순두부가게를 차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충격적이더라고요. 정말 금방 깨닫게 됐죠. '식당일이라는 게 이렇게 힘든거구나'라는 걸요." 식당일이 끝나면 온몸이 두드려맞은 듯했다. 안 아픈 날이 없었지만 쉴 수가 없었다. 인건비 높기로 손꼽히는 실리콘밸리에서 직원을 늘리긴 어렵고, 사장보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러다간 내가 죽을 것 같아, 사람을 도와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작정 창업을 생각할 때와는 달리, 정말 필요성을 느끼니까 '지를 용기'가 저절로 생겼다. "전 세계에 테크를 다룰 줄 알면서 식당을 해 본 사람은 얼마 없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거야 말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가 2017년 세운 스타트업이 서빙 로봇을 개발하는 베어로보틱스다. 창업 5년여 만에 한국과 미국·일본 시장을 사로잡고, 유럽과 동남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베어로보틱스는 현재 실리콘밸리 한인 스타트업 가운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큰 스타트업으로 꼽힌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세계 각국을 오가며 회사를 키우고 있는 하정우 대표를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어렵게 만났다. 순두부가게 운영 경험은 하 대표에게 창업 아이디어만 준 게 아니었다.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가치관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이 동네(실리콘밸리)엔 연간 수억 원씩 버는 고액 연봉자가 많잖아요. 그러나 정작 본인들은 소득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그런데 식당에서 만난 분들은 그보다 훨씬 적게 벌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삶의 만족도과 풍족함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거죠." 내로라하는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창업을 했다가 설사 잘 안 되더라도, 무슨 일이든 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는 뜻이다. 한 식당 식구의 일침도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스타트업 창업을 계속 고민하고 있을 때 한 식구가 이해가 안되는 듯 묻더라고요. '나는 평생 식당에서 일해서 모은 돈으로 내 식당 하나 차리는 게 소원이다. 어렵게 식당을 차리더라도 망하면 재기가 어렵다. 그런데 사장님은 설사 잘 안 돼도 (테크업계로) 돌아가면 되는데, 왜 안 하고 있느냐'는 거였죠." 이후 1년의 설계, 4년의 양산 준비 기간을 거쳐 2021년 출시된 베어로보틱스의 서빙 로봇 '서비'(Servi)는 로봇에 '얼굴'이 없는 게 특징이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경쟁사들의 제품과 디자인 측면에서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얼굴 없는 서빙 로봇을 만든 건 처음부터 '서버들에게 사랑 받는 로봇'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저희는 처음부터 로봇을 '서버의 도우미'로 생각했어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로봇에 얼굴이 있고 없고 여부는 서버들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로봇의 존재감이 있을 필요가 없다는 거죠. 오히려 어디에 갖다 놔도 어울릴 수 있는 디자인과 편의성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100% 자율주행으로 구동되는 서비의 기능 역시 서버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장의 편의성을 최우선에 두고 개발했기 때문에 베어로보틱스의 로봇은 사용률이 높다고 하 대표는 자신한다. "중국 경쟁사 로봇은 저렴하니까 사는데, 실제로 안 쓰는 경우도 많아요. 반면 서비를 쓰는 일본의 한 식당은 하루에 300번씩 쓴다고도 합니다. 가격 부담에 일단 한 대만 써보고 추가 주문하는 식당도 늘고 있어요." 로봇 도입이 늘면 사람의 일자리가 줄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노동력 부족으로 갈수록 서버 자체를 고용하기는 게 어려워지고 있어 실제 서비를 쓰는 식당 중 인력을 줄인 경우는 극소수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베어로보틱스는 지난해 말 아일랜드에 지사를 세우고, 영국·프랑스·아이슬란드 등 유럽 각국 식당에 서빙 로봇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제 서빙 로봇이 인지도나 신뢰도는 충분히 쌓은 것 같고, 앞으로가 본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베어로보틱스의 잠재적 경쟁자 중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의 미래는 로봇이 될 것"이라 말하는 머스크는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 중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기 때문에 사람을 닮은 로봇이 나오면 지금까지의 모든 로봇을 대체하고도 남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한다. 그러나 머스크가 설사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서빙 로봇을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는 게 하 대표의 말이다. "이론적으로는 게임체인저가 될 가능성도 있죠. 그런데 현실에선 쉽지 않을 겁니다. 가장 근본적 이유는 가격을 낮출 수가 없다는 겁니다. 거기에 사람들의 거부감도 크고요."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웬만한 자동차 가격보다 비쌀 것으로 전망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로봇 시장은 기능별로 세분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무리 다방면에 능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나오더라도, 식당 서빙만큼은 베어로보틱스가 최고일 것이란 자신으로 들렸다.

'월가의 황제' 다이먼 5년만 방한... 주요 금융기관장들과 만나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가 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국내 주요 금융기관장들을 만나 투자 기회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이날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서울 광화문의 한 호텔에서 진승호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그룹 회장 등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업계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이 이들을 만난 시간은 1시간도 채 안 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깊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거시 경제 현안 및 사업 협력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전언이다. 다이먼 회장은 최근 일주일간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요국을 각각 1박 2일 일정으로 방문 중이다. JP모건 주최로 상하이에서 열린 '글로벌 차이나 서밋'에 참석한 이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은 줄겠지만 그것이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아니다"고 발언해 주목받기도 했다. 서울에서도 이틀 이상 머물지 않고 돌아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될지도 관심사다. 윤 대통령과 다이먼 회장은 앞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만난 바 있다. 다이먼 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이후 줄곧 세계 최대 은행 JP모건을 이끌고 있다. 최근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을 인수해 은행 위기설을 잠재우기도 했다. 미국 정재계에선 그의 내년 대선 출마설이 언급된다.

이젠 '보틀 투 보틀' 시대…플라스틱 재순환의 끝장 보여준다

주류·음료 업계가 일반 페트를 재생 플라스틱이 사용된 재생 페트로 바꾸고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물리적 과정을 거친 재생 원료를 식품용기의 제조에 쓸 수 있게 허가하면서 적용 사례가 느는 것이다. 단순히 폐플라스틱을 녹여 재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분해해 순수 원료를 추출한 뒤 제조하는 것이라 안전성이 높고 반복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4월 식품 용기로 사용한 폐플라스틱을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 방식으로 재활용해 국내 최초 rPET(recycled PET·재활용 페트)를 만들었다. 해당 페트는 현재 '아이시스8.0 ECO' 1.5L에 적용해 판매 중이다. 보틀 투 보틀은 플라스틱병에서 플라스틱병으로 순환되는 재활용을 일컫는다. 해당 재생 페트는 소비자가 내용물을 마신 뒤 분리 배출한 폐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먼저 다양한 플라스틱 재질에서 페트만 골라내 2차 선별·세척·광학선별 등을 거친 후 작은 플라스틱 조각인 플레이크(Flake)로 만든다. 이후 플라스틱 원료인 레진(Resin)으로 가공하고 석유에서 유래한 플라스틱 원료와 혼합하면 rPET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회사는 앞으로 더 많은 음료로 재생 페트 사용 대상을 늘릴 방침이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환경부 고시 식품 용기 사용 재생 원료 기준에 맞춰 재활용 용기의 안전성과 위생을 검증했다"며 "앞으로 생수뿐 아니라 칠성사이다 등에도 재생 페트 사용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와 코카콜라도 재생 원료가 들어간 재생 페트를 일부 제품에 적용했다. 오비맥주는 내년까지 기존 페트병을 모두 재생 플라스틱이 25% 사용된 페트로 바꾼다는 방침이다. 오비맥주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연간 1,000톤까지 감축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맥주병과 달리 페트 재활용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던 만큼 자원 순환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다. 코카콜라는 첫 시도임을 고려해 일단 재생 플라스틱이 10% 사용된 페트 상품을 최근 출시했다. 배달 주문하면 받아볼 수 있는 업소용 제품인 '코카콜라 재생 보틀'이다. 해당 페트는 또 기존 41g 패키지 무게를 36g으로 낮춰 제품 1병당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을 기존 대비 21%(8.6g)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