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전환 여성 나화린... 강원체전 사이클 종목서 2관왕

2023.06.04 15:00

성전환(트랜스젠더) 여성으로는 최초로 국내 종합체육대회에 출전한 나화린(37·철원군)씨가 사이클 종목에서 2관왕에 올라 전국체육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지난 4월 7일 법원으로부터 성별 정정허가를 받은 나씨는 국내 첫 성전환 출전 선수로 관심을 모았다. 강원도체육회에 따르면, 4일 강원 양양 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여자일반1부 스크래치 종목에서 나씨가 우승을 차지했다. 나씨는 전날 열린 경륜 종목에서도 1위를 차지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나씨는 5일 열리는 사이클 여자일반 도로 종목에 출전해 대회 3관왕에 도전한다. 2관왕에 오른 나씨는 10월 전남 목포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 강원도 대표 자격으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나씨는 "여성 선수들의 반발과 생업 문제로 전국체전 참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성전환 수술을 한 나씨는 4월 법원 허가로 법적으로도 여성이 됐다. 강원도체육회가 체전 참여와 관련해 나씨에게 특별한 제동을 걸지 않아 여자부 출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신장 180㎝, 몸무게 72㎏으로 대부분의 사이클 종목 여성 선수들보다 체격 조건이 뛰어나 다른 여성 선수들을 중심으로 불공정 논란이 제기됐다. 나씨는 2012년 강원체전 사이클 남자부에 출전해 4관왕에 올랐을 정도로 실력도 뛰어나다. 그간 생업을 위해 사이클 종목을 떠나 철원에서 아스파라거스를 키우는 농부로 살았던 나씨는 "남성과 여성으로 잘라 정해진 출전 부문에 성소수자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내기 위해 출전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또 "스스로 논란이 되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불공정 논란을 의식한 나씨는 전날 경륜 경기 후 함께 레이스를 펼친 여성 선수 2명에게 음료를 전했다. 그는 "나로 인해 상대 선수들이 기권할까봐 2시간밖에 못 잤다"며 "논란을 만들고자 출전을 결심했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 자체가 다시 즐거워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U-20 월드컵] '골짜기 세대'의 유쾌한 반란

“사실 (주변에서) 기대는 없었고, 우려가 컸는데...” 김은중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5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1-0으로 꺾은 후 깊은 생각에 잠겼다. 특출난 스타플레이어도, 변변한 국제대회 경험도 없어 ‘골짜기 세대’라 불렸던 이번 대표팀이 4강 진출이란 결실을 얻어냈기에 감격은 두 배였다. 그는 “분명 잠재력이 있는 선수들인데 인정을 못 받는 것 같아 마음 아팠다”며 숨겨왔던 눈물을 흘렸다. 그의 말처럼 이번 대표팀은 전문가와 팬들에게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2017 한국 대회 당시 이승우(수원FC), 2019 폴란드 대회 당시 이강인(마요르카) 등 스타플레이어가 존재하지 않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1년 U-17 월드컵이 취소돼 국제 무대 경험도 부족했다. 그러나 김은중호는 약점을 강점으로 뒤바꿨다. 한 명의 에이스에게 의존하기보다 협업을 통한 다양한 득점 루트를 개발했고, 화려한 축구 대신 실리를 챙겼다. 실제로 김은중 감독은 대회 전 “조직적인 협력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으로 승부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확실한 팀 컬러를 선보이며 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우승 후보' 프랑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은 실리 축구의 진수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당시 한국은 점유율(32%-57%·경합 11%)과 슈팅수(9-24)에서 확연히 밀리고도 2-1 승리를 챙겼다. 2차전 온두라스(2-2 무승부)전에서는 두 골을 먼저 내주고도 무너지지 않는 투지를 선보였고, 16강 에콰도르전(3-2 승)에서는 경기 내내 한발 앞서는 빠른 플레이를 선보이며 ‘원팀’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타플레이어의 부재는 오히려 무명 선수들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김은중호의 주장 이승원(강원FC)은 이번 대회에서 1골 4도움을 기록, 2019년 대회 당시 이강인(2골·4도움)이 세운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한국 선수 최다 도움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이영준(김천 상무·2골 1도움), 배준호(대전 하나시티즌·1골 1도움), 김용학(포르티모넨스·1골 1도움), 최석현(단국대·2골) 등도 고른 활약을 펼치며 한국의 두 대회 연속 4강행을 이끌었다. 김은중 감독은 준결승 진출 확정 후 “선수들이 그동안 본인들도 몰랐던 최고의 잠재력을 꺼내는 것 같다. 이 선수들은 한국 축구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제자들을 대견스러워했다.

[U-20 월드컵] 또 '극장골'... 이스라엘, 우승후보 브라질 꺾었다

이스라엘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이 우승후보 브라질을 꺾고 기적의 행진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4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의 에스타디오 산 후안 델 비센테나리오에서 열린 2023 U-20 아르헨티나 월드컵 8강전에서 브라질을 3-2로 제압했다. 이스라엘은 후반과 연장전에서 각각 먼저 실점을 하고도 극적인 역전에 성공해 대어를 낚았다. 이스라엘의 끈질긴 추격이 빛난 일전이었다. 이스라엘은 후반 11분 브라질의 마르코스 레오나르두에게 중거리 슈팅을 얻어맞고 먼저 실점했다. 하지만 불과 4분 뒤 얼리크로스를 받은 아난 칼라일리가 타점 높은 헤더골을 성공시키며 균형을 맞췄다. 이후 이스라엘은 브라질의 공격을 막고 정규시간을 마쳤다. 이스라엘은 연장 시작과 함께 브라질의 마테우스 나시멘토에게 또다시 1골을 헌납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불과 2분 뒤 함자 시블리가 동점골을 만들어냈고, 연장 전반 추가 시간 도르 터그먼이 브라질 수비 두 명을 제친 뒤 결승골을 뽑았다. 이스라엘은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두 차례나 실패했으나 동요하지 않고 끝까지 1골 차 리드를 지켜냈다. 이로써 이스라엘은 U-20 월드컵 첫 출전에 4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특히 3경기 연속 ‘극장골’을 기록하며 기적의 3연승을 이어갔다.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1무 1패를 기록 중이던 이스라엘은 일본과 3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천금 같은 역전 결승골(2-1 승리)을 터트리고 16강에 합류했다. 한 명이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몰렸던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기적과 같은 승리였다. 우즈베키스탄과의 16강전에서도 후반 추가시간 득점에 성공해 극적인 1-0 승리를 거뒀다. 눈부신 약진이었지만 이스라엘의 돌풍은 8강에서 멈출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상대가 세계 최강브라질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브라질은 이탈리아, 나이지리아와 함께 묶인 ‘죽음의 조’에서 1위로 토너먼트에 오른 강팀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이스라엘은 끈끈한 조직력으로 브라질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날 이스라엘은 점유율(38%)에서 브라질(32%ㆍ경합 40%)에 앞섰고, 슈팅 숫자(21회)도 상대(20회)에 밀리지 않았다. 특히 수비라인을 깨고 침투하는 유기적인 플레이를 121회나 성공시키며 브라질(86회)의 라인브레이크 성공률을 압도했다. ‘황금세대’의 등장을 알리며 준결승에 오른 이스라엘은 미국·우루과이전 승자와 9일 오전 2시 30분 결승 진출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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