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엄마 왔다" 쪽지에 '빼빼로' 선물도, 이태원에 모인 모두 다른 추모법

입력
2022.11.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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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엄마 왔다. 너의 마지막 발자취를 보러 왔어… 우리 딸 좋은 곳으로 가… 보고 싶어… 사랑해…"

"사랑하는 아들아, 얼마나 힘들었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보고 싶다."

“분홍색을 좋아하는 당신에게, 떡볶이를 좋아하던 친구에게”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가족과 친구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를 우체통 삼아 편지를 보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를 뒤덮은 수천 장의 추모 메시지 중엔 유족과 친구들이 직접 적은 글도 섞여 있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생존자들의 메모에서는 혼자 살아남은 데 대한 미안함이 묻어난다.

이태원역 추모공간엔 지금 이 순간에도 각종 추모 물품들이 쌓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사고 발생 지점인 해밀톤호텔 옆 골목 앞에 조화가 처음 놓인 후 2주가량이 지나는 동안 일대 50m 거리의 보행로가 흰색 국화와 포스트잇 메시지, 음식과 술, 인형 등으로 뒤덮였다. 정부의 공식 합동분향소가 대부분 운영을 중단한 지금 이곳은 자연스럽게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의 거점이 됐다.




흰색 대국 한 송이를 헌화한 뒤 양장 방명록을 작성하는 정부 합동분향소와 달리 이태원역 추모공간은 각자의 방식대로 고인을 기억하고 슬픔을 나누는 자유로운 표현의 장이다. 헌화하는 꽃의 종류도 추모글을 적는 메모지도 다 제각각이다. 문득 발걸음을 멈춘 행인들이 두고 간 간단한 과자나 음료들 사이로 고인들이 좋아했던 인형과 장신구도 볼 수 있다. 희생자 중 10·20대 청년이 대다수다 보니, 살아 있으면 11일 ‘빼빼로 데이’에 주고받았을 막대과자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구하지 못한 흰색 국화 대신 종이에 직접 그린 꽃이나 캘리그래피, 서화도 있다.

지난 10여 일간 이태원역 1번 출구 일대에 쌓인 다양한 추모의 흔적들을 모았다. 자세히 보면 그 모양도 내용도 방식도 제각각이지만, 떠나간 이들을 추모하고 절대 잊지 않으려는 마음만은 모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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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