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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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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소니의 공동 기술 개발 사례 늘려보자"...전경련, 한일 협력 3대 신산업 제안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근 한일 관계를 활용해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등 3대 신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3대 산업을 중심으로 일본과 공고한 기술 협력 체계를 만든다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산업연구원에 의뢰해 작성한 '신사업 분야 한일 협력 증진 방안' 보고서를 28일 공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협력이 유망한 신산업 분야로 차세대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등을 꼽으며 이를 뒷받침할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양국은 1960년대 이후 50년 동안 기업 간 기술제휴 및 인수합병, 고숙련 기술자 교류 등을 통해 경제 발전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라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등 대외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면 신산업 분야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기능과 소재 측면에서 기존보다 진화한 차세대 반도체를 경쟁국보다 먼저 개발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놓였다. 기술적 측면에서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고, 미국의 자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이를 위해 일본과 기술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 협력 방안으로는 ①양국 간 경쟁 우위를 활용한 원천기술 공동개발 ②한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 내 연구·개발(RD) 시설 투자 ③한국의 반도체 클러스터 내 일본 첨단기업 유치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과거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일본의 소니, 도시바 등과 기술을 공동 개발한 사례나 최근 일본이 대만의 TSMC 후공정 생산 시설을 유치한 사례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협력 방안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전기차로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는 만큼 한일 간 기술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①원자재를 제때 확보해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②설계 능력을 강화해서 안정성을 얻고 ③제조 공정 기술을 혁신해서 생산 물량을 늘리는 등 여러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 개척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가 2월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 오하이오 공장을 짓기 시작한 것도 일본이 소재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춰 협력 시너지가 기대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배터리는 반도체 산업과 달리 설비보다 소재 자체에 많이 의존한다"며 "배터리가 대규모 산업인 만큼 상호 협력을 통해 한일 기업의 각자 경쟁 우위 활용을 통한 시너지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양국의 기술 협력을 통해 다양한 기회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 고정밀 지도, 양자컴퓨터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 수소 산업 등이 양국 간 협력 가능한 분야로 언급됐다. 다만 보고서는 한일 협력이 원활히 이뤄지기 위해선 "정치적 리스크가 양국의 경제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신뢰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한 정책 과제로 ①정부 간 공식 대화 채널 복원 ②한일 공동연구 성과 공유 및 활용도 높이기 ③신산업 분야 협력을 위한 공동 컨트롤타워 운영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尹대통령, 일본에 퍼주기만 하고 받은 건 없어"

민주 "尹정부 대일외교 국정조사 요구서 다음 주 제출"

#SVB 파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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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전염 '뱅크데믹' 퍼질라... 국내 은행, 시장 달래기 잰걸음

국내 금융사들이 잇따라 신종자본증권 조기 상환(콜옵션) 계획을 밝히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 합병 이후 금융사 발행 채권에 대한 불신이 퍼지자 "우리는 문제없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우리은행은 다음 달 25일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5,000억 원 규모 신종자본증권(2013년 4월 발행)을 예정대로 상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다른 채권에 대해서도 차질 없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전날 신한금융그룹도 다음 달 콜옵션 만기 예정인 1,35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2018년 4월)의 상환 계획을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글로벌 투자은행(IB) CS의 인수·합병 등으로 불거진 은행 불신의 국내 전파를 차단하려는 조치다. UBS와 합병 과정에서 CS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전액 상각(가치가 '0'으로 되는 것) 처리되자, 다른 신종자본증권도 투자금을 회수 못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불안감이 퍼진 상황이었다. 최근엔 은행 예금조차 믿지 못해 초단기금융상품 머니마켓펀드(MMF)를 피난처로 삼는 투자자들도 생겼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23일까지 약 372조 원의 뭉칫돈이 미국 MMF로 들어갔는데, 월간 기준 2020년 4월 이후 가장 큰 규모다. 국내에서도 SVB 파산 이후인 13~16일 MMF로 자금이 유입돼 설정액이 처음 200조 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신한금융 모두 차환(상환 후 재발행) 계획은 미정이다. 이를 두고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차환을 포기한 것 아니냐"며 신종자본증권의 건전성에 재차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차환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게 두 금융사의 설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1월 4,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선제 발행해 추가 자금 조달 없이 콜옵션을 행사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우리은행도 "신종자본증권 발행 없이도 당분간 건전성과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신종자본증권은 발행한 은행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때 상각할 수 있다. 그 전에 경영개선 권고, 경영개선 요구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CS처럼 신종자본증권이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될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국내 은행은 물론 재무 건전성이 좋은 독일 도이체방크 위기론까지 나오자, '근거 없는 공포의 전염(뱅크데믹·은행과 팬데믹의 합성어)'이 은행 위기의 새 경향으로 자리 잡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보고서에서 "SVB는 우량자산에 투자했으나 평가손이 확대된 경우고, CS의 투자 실패는 대응 가능한 규모"였다며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니지만,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전제로 투자 판단을 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SVB, 유력 인수 후보 '퍼스트시티즌스' 품으로...시장 불안 해소될까

국내 금융 주가 9% 하락했는데... 꼬리에 꼬리 무는 은행 불안

#근로시간 개편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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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서 일하게 만들고 연차 사용 강요...이건 개혁이 아니다"

"노동자가 원하는 대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 개혁이라고요? 주 65시간 해봤는데, 그렇게 일하면 사람은 못 버텨요." 한 외국계 대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일했던 지난 1년이 박모(32)씨에게는 '지옥' 같았다. 그가 속했던 경영관리 부서는 한 달에 1, 2주는 꼭 일이 몰렸는데, 회사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해 '주 52시간'의 벽을 뛰어넘었다. 정해진 근로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였으나 매달 바쁜 주가 찾아오면 박씨는 보통 오후 10시, 심할 때는 밤을 새우고 다음 날 새벽 6시 30분까지 일했다. 사전에 주별 근로시간을 회사 시스템에 입력해야 했으나 그대로 이행된 적은 없었고, 근로일 간 연속 11시간 휴식도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았다. 노트북을 집에 들고 가 '출근을 찍지 않은 상태로' 잔업을 한 적도 있었다. 항상 일은 넘쳤고, 사람은 부족했으며, 상사는 눈치를 줬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투적으로 2주를 보내면 남은 2주 동안은 '주 평균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인사팀이 매일같이 연락했다. 박씨는 "인사팀이 '이번 주는 연장근무 4시간 이상 못 한다'고 통보하는 바람에 대낮에 퇴근 처리를 하고 남아서 일을 한 적도 있고 특정 일을 지정해 개인 연차를 강제로 쓰게 한 적도 부지기수였다"고 말했다. 전산상으로 박씨는 문제없이 주 평균 52시간을 준수했지만 실제 근로시간은 이를 훨씬 상회했다. 쉬는 날이 주어져도 하루 종일 누워만 있었다. 다시 한 바퀴를 돌아 '지옥의 주'가 다가오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신경이 예민해졌다. 옆 부서에서 오후 10시쯤 과호흡으로 쓰러진 직원을 목격했고, 들어온 지 몇 주 만에 퇴사하는 직원도 여럿이었다. 1년쯤 버티자 박씨 몸에서도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편두통에 우울감과 불안 증세가 심해졌고, 주말만 되면 쉬이 잠들지 못했다. 결국 박씨는 지난해 퇴사했다. 그는 "회사에서는 (연장근무가) 본인이 동의한 일이라고 하지만 갓 입사한 젊은 직원이 잔업이 쌓여 있는 걸 뻔히 보면서 거부할 수 있겠나"라며 "주 최대 69시간 개편안이 근로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한 제도라고 포장하는 건 직접 경험해 본 입장에서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씨의 경험은 정부가 얘기하는 '일부의 극단적인 사례'일 수 있지만 청년들이 고민하는 지점은 다르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가 현실화하는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이 그대로 도입될 경우 이런 사례가 흔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지 않아도 '몰아서 일하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몰아서 일하는 만큼 나머지 주에는 적게 근무할 수 있다"며 정책을 홍보했지만 박씨 사례처럼 원치 않는 연차 사용을 강요하거나 허위로 근무시간을 기록하고 추가 업무를 시킬 여지도 있다. '근로자 대표제'도 과로의 근본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박씨가 다니던 회사에도 근로자 대표가 있었지만 부서마다 사정이 똑같지 않은 데다 사전 동의 과정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졌다. 박씨는 "나에게 '연장근로를 할 수 있겠냐'고 물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설사 있었더라도 분위기상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4일 비공개로 진행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청년유니온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똑같았다. 15~39세 노동자로 구성된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은 이달 18~22일 청년 노동자 22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취합된 의견을 이 장관에게 전했는데, '개편안대로 시행되면 인원을 더 뽑지 않고 한 사람에게 일을 몰아주게 된다' '작은 사업장에서는 인력 부족으로 지금도 연차를 사용하지 못한다' 등이 포함됐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간담회를 마친 뒤 "'총노동시간을 줄여나가기 위한 노력에 역행하는 것 아닌가' '신규 채용을 늘리거나 업무 구조를 개선해야지 주 52시간 이상 노동을 허용하는 것이 합당한가' 등의 우려를 전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 정부의 개편안은 폐기해야 한다"며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유연화하겠다는 주장은 매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정책 혼선 빚는 정부 대신 나선 경영계…"노동계가 최대 근로 시간만 부각해 취지 왜곡"

尹 "근로시간 유연화, 노동 약자 배려 조치 시행"… 메모한 고용부 장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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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대사 "日 우익 변화 감지... 강제동원 문제 해결 이제 시작"

윤덕민 주일대사는 27일 윤석열 정부가 '제3자 변제'를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으로 발표한 후 "일본 우익 사이에서도 입장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일본 정부의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기대했다. 이 같은 긍정적 기류에도 불구하고 28일 일본 정부가 동원의 강제성을 부인하는 초등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가능성이 커 논란이 예상된다. 윤 대사는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귀국해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시다 정권이 소신을 갖고 한일관계 문제를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우익은 '안보를 중시'하는 세력과 '일왕체제를 중시'하는 역사수정주의 세력이 존재하는데,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을 발표한 후 안보를 중시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호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윤 대사는 일본 보수매체들의 논조 변화를 예로 들었다. 그는 요미우리신문뿐만 아니라 "(가장 보수성향이 뚜렷한) 산케이신문조차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아직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사죄 표현을 하지 않았다. 배상책임이 있는 일본 전범기업들도 뒤로 빠진 상황이어서 국내에선 정부 해법을 놓고 '굴욕외교'라는 반발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윤 대사는 정부 해법이 "1965년 청구권 협정과 2018년 대법원 판결이 상호 모순되는 걸 정부가 존중해나가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고육지책"이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의 핵심인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두고 한일 양국의 역사인식 차이를 좁힐 수 없는 상황에서, 판결을 존중하는 외교적 해법으로는 제3자 변제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윤 대사는 지난 16일 한일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앞으로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기시다 총리가 역대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힌 점을 언급하며 "이를 토대로 역사문제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일관계는 또 다른 악재를 앞두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홈페이지에 28일 '2022년도 교과서용 도서 검정 조사심의회 총회'를 열고 그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일본 초등학교 4~6학년 사회과 교과서에 강제동원 관련 서술에서 '강제' 등의 표현이 빠질 전망이다. 독도 영유권에 대한 주장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1년 일본 정부가 고등학교 교과서에 강제연행이나 강제노동과 같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각의 결정한 답변서에 따른 조치다. 일본은 2020년대 들어 강제징용 문제를 '구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표기하며 강제성을 부인해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중대한 변화가 있다면 문제 제기를 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역사가 올바르고 합리적이라고 인식시키는 것이 대사관이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탈리아와 독일 사이에서도 징용의 법적 문제가 있는데, 독일의 외교관들은 얼마든지 사죄와 반성을 얘기한다"며 "일본은 그것을 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장관이 '강제동원은 끝난 문제'라고 발뺌한 것과 관련 "우리 정부가 큰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발언을 한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미쓰비시 자산 팔아 배상받겠다"... 또 다른 강제동원 피해자들 소송 제기

"'노무현이 제3자 변제 법 제정' 주장한 김기현 '무식'" 강제징용 피해자 측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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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연봉' 받으며 단순 조립하려는 대기업 생산 현장

노동개혁: <3> 임금체계 개선 공장 연구를 위해 수십 년 동안 작업현장을 돌아다녔다. 자동차, 조선, 철강, 공작기계 등 업종은 다양했지만 내가 방문한 대공장의 임금체계는 거의 호봉제였다. 호봉제가 숙련과 근로 의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현장에서 다음의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호봉제하에서는) 능력을 개발하여야 할 유인이 없다. 수당이 더 있는 것도 아니고. 저 사람은 잘 고치지만, 저 사람은 잘 못 고친다. (그러나) 같이 잔업하고, 돈도 똑같이 탄다. (그러니) 안 배우려는 풍조가 있다. (작업자들은) 조장이 하겠지, 직장이 하겠지라는 식으로 자기계발에 신경 쓰지 않는다." 숙련과 능력을 개발하여야 할 유인이 없다 보니 생산현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10년 이상의 습숙기간이 필요한 기계가공노동자가 기계이상을 진단할 수 있는 능력을 육성하기가 귀찮아 작업공정이 단순한 조립공정으로 이동해줄 것을 대의원에게 부탁하는 사태도 벌어진다. 연 1억 원을 넘게 받는 노동자가 단순 조립 공정으로 이동시켜 달라고 부탁하는 공장이라면, 사용자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채용하려는 게 자연스럽다. 단순 공정의 외주화, 자동화가 이뤄지는 이유다. 대기업에서는 근로자가 50대가 되면 연봉이 1억 원을 넘게 되는데, 고임금에 어울리는 직무를 수행하지 않거나 연봉에 걸맞은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화이트칼라 중고령층은 우선적으로 고용조정 대상이 된다. 이처럼 호봉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므로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한 원인이 된다. 윤석열 정부가 호봉제를 노동개혁의 주요 목표로 설정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정부에 제출한 권고안을 보면, "고용 형태 및 원·하청 기업 간 과도한 임금 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연공성 완화 및 직무·숙련 등을 반영하는 임금체계로의 개편"이 특히 중요한 1차 목표이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 두 가지 논점이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는 이중구조와 임금체계 사이의 관계이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의 원인은 두 가지로, 생산성 격차(불공정거래도 약간 원인일 수 있다)와 대기업 노동조합의 임금 극대화 전략이 그것이다. 호봉급 수정만으로는 이중구조를 약간 완화할 수 있으나 크게 줄일 수 없다. 유럽의 산별 노조운동처럼 직무급을 이용한 임금연대성 전략으로 이중구조를 크게 축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오늘의 한국 노조 운동으로부터 그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원하청기업 간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하도급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중구조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크게 줄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의 증가이다. 혹자는 호봉급을 개편하여도 기업의 이윤이 증가할 뿐 중소기업 노동자의 보상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부인하나 호봉급 개편의 목적이 이중구조 개선만은 아니다. 그 목적은 숙련 촉진, 중고령자 고용안정, 더 많은 정규직 채용, 60세 이후 계속고용을 위한 전제 등 여러 가지이다. 둘째는 호봉급의 대안으로서 직무급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직무급을 신설하거나 직무별 시장가치를 고려하여 연공성을 축소한 사례들도 있지만, 기업에서 연공성을 줄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화이트칼라를 대상으로 역할급을 도입한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고, 임금체계를 숙련급으로 설계한 빅테크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연공급을 폐지하고 성과급을 도입한 사례도 있다. 직무급의 빠른 확산을 기대하기 힘들게 하는 몇 가지 요소들도 있다. 직무별 노동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으며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가 부족한 것, 직무급과 약간 충돌하는 '유연한 직무배치'가 강조되는 기업 현실, 노조의 반대 등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직무급 보급을 지원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리를 내장한 유일한 임금체계로서 정규-비정규간·성별 차별을 드러내고 그것을 줄일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 직무급과 연공급으로 구성된 병존형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사업장이 증가하고 있다. 건설업이나 영화산업, 조선업의 하청회사 등 외부 노동시장은 직무급적 성격이 강하므로 이들 업종에서 표준적인 직무급이 정착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는 직무별 시장임금 정보의 구축은 장차 직무급 도입과 확산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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