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징용기업 상대 잇단 현금화 소송… 피해자 설득 다하고 있나

입력
2023.03.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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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 4명이 24일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배상판결금을 받기 위해 국내 자산 압류를 신청하는 별도 소송을 제기했다. 확정 판결을 받은 양금덕 할머니와 또 다른 피해자 유족은 지난 15일 이미 압류해 놓은 이 회사 자산을 추심하기 위한 소송을 냈다. 모두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침에 반대하며 가해 기업의 직접 배상을 받고자 법적 조치에 나선 경우다.

제3자 변제안은 지난 16일 한일 정상이 만나 관계 정상화를 합의할 수 있었던 바탕이다. 그러나 이처럼 정부 방침에 반하는 소송이 계속되고, 특히 일본이 우려하는 자산 압류나 현금화 판결로 이어진다면 양국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다. 더구나 24일 소송을 낸 이들은 본소송 격인 손해배상 소송에서 아직 확정 판결을 받지 못한 67건의 원고 중 일부다. 정부가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받은 3건의 원고 15명만 상대하면서도 변제안 설득에 애를 먹고 있는데 그 대상이 훨씬 늘어날 판이다.

나아가 변제안 자체의 유효성을 따지는 소송도 예상된다. 정부는 제3자 변제로 피해자 채권은 소멸된다며, 수령을 거부하면 법원에 공탁할 뜻을 내비쳤지만, 민법상 채무자 의사에 반하는 제3자 변제는 무효라는 해석도 상당하다. 이미 양 할머니 등 생존자 3명을 포함한 피해자 일부는 변제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번 '징용 문제 봉합'을 둘러싼 사법적 변수는 정부가 피해자 측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채로 해결책을 공식화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외교부의 원로그룹 자문에서 제3자 변제를 하더라도 국회 입법을 거치라는 조언이 나왔던 것도 그만큼 여론 수렴이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엄연한 삼권분립 체제에서 앞으로 있을 법원 결정에 정부가 '정치적 해법'을 발휘할 여지도 더 이상 많지 않다. 필요하다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피해자와 유족을 성심껏 설득하는 한편, 4월 한미 정상회담, 5월 한미일 정상회담, 일본 총리 답방으로 이어지는 외교 일정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이끌어내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