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직전 '벚꽃좀비송'도 일찍 부활했다

입력
2023.03.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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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이른 벚꽃 개화, 4년 만에 마스크 해방 때문
예년 대비 일찍 차트 역주행 시작... 등장 곡 수도 최대 3배
'벚꽃엔딩'? 최강좀비송은 이젠 '봄 사랑 벚꽃 말고'

3월에 때 아닌 초여름 날씨가 나타나는 등 이례적 고온 현상으로 음악 시장에도 봄이 일찌감치 찾아왔다. 겨울잠을 자다 벚꽃 필 때면 살아나는 이른바 벚꽃좀비송들의 차트 역주행이 예년보다 부쩍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음원 순위에 다시 등장한 노래들도 전년보다 최대 3배 이상 많아졌다. 1922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서울에서 벚꽃이 빨리 필 정도였던 이례적인 봄 고온 현상에 더해 4년 만에 마스크에서 해방돼 벚꽃축제를 만끽하려는 시민의 기대감이 음악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아이유가 그룹 하이포와 부른 '봄 사랑 벚꽃 말고'(2014)와 버스커버스커의 히트곡 '벚꽃엔딩'(2012) 등은 공개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꽃망울이 터지면 어김없이 울려 퍼지는 대표적인 인기 벚꽃좀비송들이다.


27일 기준 유튜브 주간(17일~23일) 최신 인기곡 차트엔 '봄 사랑 벚꽃 말고'(74위)를 비롯해 로이킴이 2013년 부른 '봄봄봄'(75위), '벚꽃엔딩'(90위) 등이 톱100에 줄줄이 다시 올라왔다. 지난해 같은 기간(3월 18일~24일) 이 차트엔 '봄봄봄'(96위) 단 한 곡만이 등장한 게 전부였다. 평년보다 2주 정도 빨리 북상한 벚꽃 개화선처럼 벚꽃좀비송들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음원 플랫폼에도 벚꽃좀비송으로 봄기운을 만끽하려는 청취자들이 몰렸다. 멜론과 지니뮤직 등 국내 9개 음원 플랫폼의 음악 소비량을 집계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2일~18일) 스트리밍 차트 톱200에 '봄 사랑 벚꽃 말고'(135위), 로코와 유주가 2015년 함께 부른 '우연히 봄'(153위), 볼빨간사춘기가 2019년 낸 '나만, 봄'(161위), '벚꽃엔딩'(178위) 등이 깜짝 등장했다. 전년 동기 대비 평균 20위 정도 높은 순위다. 코로나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이후 벚꽃좀비송들의 순위가 이렇게 높기는 이번이 처음.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2022년엔 벚꽃좀비송들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 결과 '벚꽃엔딩'은 2021년에는 곡이 발표된 뒤 봄철에 가장 적게 재생됐다"고 돌아본 뒤 "하지만 코로나가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고 가장 큰 벚꽃축제인 진해 군항제가 4년 만에 열리면서 올해는 벚꽃좀비송들의 소비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벚꽃좀비송은 무엇일까. 2020년까지는 '벚꽃엔딩'이었지만 지난해부터 '봄 사랑 벚꽃 말고'로 바뀌었다. 이 곡은 지난해 3, 4월 두 달 동안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만 약 4,000만 원의 수익(음원 플랫폼 수수료 35% 제외)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벚꽃좀비송들 중 최고 금액이다. '벚꽃엔딩'(3,700만 원)과 '우연히 봄'(2,500만 원)과 '나만 봄'(1,800만 원)이 그 뒤를 이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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